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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서림(道談書林)
  • 편의점 인간
  • 무라타 사야카
  • 12,600원 (10%700)
  • 2016-11-01
  • : 8,260

사람은 사회적 관계의 총체라고도 한다. 관계를 통해서 삶을 이끌어가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라는 말. 이 관계라는 말에는 상대를 생각하고 고려해야 한다는, 내 말과 행동에 늘 상대를 끌어와야 한다는 말이 들어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 남들이 하는 일을 똑같이는 아니더라도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학교에 다니면 다녀야 하고, 일하면 일해야 하고, 결혼하면 결혼해야 하며, 아이를 낳으면 아이를 낳아야 하는 그런 생활들. 보통 사람들이 하는 일들. 그런 일들을 하는 보통 사람들. 보통 사람이라고 하면 지녀야 하는 생활과 감정들.


이런 관계에서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 받아들이기 힘든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기를 쓰고 그런 사람을 밀어내려 한다. 자신들과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범주에서 제외시킨다. 그런 존재를 배제하면서 안도감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들이 삶을 제대로 살고 있다고 자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범주에서 벗어난 사람의 삶을 어떨까? 과연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최선일까? 이 소설 [편의점 인간]은 그러한 점에 의문을 제기한다.


도무지 남의 감정을 읽을 줄 모르는 인물 후루쿠라(게이코)는 보통의 삶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 어린시절부터 학창시절까지 자신의 행동이 왜 남들에게 문제가 되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남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남들 눈에 띠지 않으려 한다.


최대한 남에게 맞추려는 행동을 하고, 편의점이 생겼을 때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데, 꽉 짜여진 매뉴얼대로 하는 편의점을 편하게 여긴다. 여기서는 개인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간섭을 하려는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정해진 규칙대로만 하면 되는 일.


다른 일을 찾지 않고 거의 20년에 가까운 세월을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보낸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신경도 안 쓴다. 다른 사람들이 그러한 다른 삶에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균열이 생긴다. 그것마저도 이해하지 못하는 후루쿠라.


나중에 다시 편의점에 들렀을 때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편의점이 운영되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자신은 편의점 인간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 것으로 소설이 끝나는데...


편의점 인간. 어쩌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비판하는 듯하지만, 아니다. 오히려 그 사람이 지닌 고유한 특성을 인정하지 않고 무언가 같은 범주로 묶여야만 안심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는 틀을 정해놓고, 그 틀에서 벗어난 사람은 잘못 살고 있는 것이라고, 남의 삶에 끊임없이 들어와 간섭하는 사람들. 그것이 옳은 일인 양, 당연한 일인 양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 


백이면 백, 천이면 천 모두 다른 삶이 있음을 알아야 하고, 우리가 사는 삶에 특정한 틀만이 있지는 않다는 걸 생각하지 않는 현대 사회. 같은 방향으로만 달려가야 하는, 주위를 둘러보기도 또 아예 달리기를 포기하지도 못하게 하는 현대인의 삶.


편의점 인간은 그러한 삶에서 다른 인간을 배제하고 있다. 자신이 할 일을 그냥 할 뿐이고, 그런 삶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한때 루저라고, 밑바닥 인생이라고, 패배자라고 하는 그러한 삶이 과연 패배자의 삶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고, 정규직이 아니라고, 또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남들과 같이 사귀고 회식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잘못된 삶일까? 아니라는 것. 


남들 눈에는 똑같아 보이지만 똑같아 보이는 삶 속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있음을 소설은 주인공은 후루쿠라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다른 삶이 있음을, 그 삶 역시 존중받아야 할 삶이라는 것을, 굳이 자신들의 삶의 범주 속에 집어넣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이 경쾌한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된다.


뭐,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우선 이 소설은 재밌다. 그냥 죽 읽힌다. 아주 빠른 시간에 읽을 수 있다. 어찌보면 패배자라 할 수 있는 후루쿠라의 삶을 안타까워 하면서 읽지 않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후루쿠라의 삶이 패배한 삶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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