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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서림(道談書林)
  • 사랑과 연합 0장
  • 한정현
  • 11,700원 (10%650)
  • 2024-09-11
  • : 448

'0장'이란 말을 생각했다. 1장도 아니도 0장이라니. 그러면 시작을 하기 전이라는 말인가? 시작을 하기 위한 준비 단계, 그렇게 0장이라는 말을 이해한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이제 시작을 위한 준비일 것이다. 길고 긴 여정을 알리는 소설. 무엇을 위한 여정일까? 0장이라는 말 앞에 있는 '사랑과 연합'이 그 여정을 알려준다.


사랑을 찾아가기 위한 연합, 어떤 사랑을 찾아갈까? 소설은 세 존재를 등장시킨다. 우선 유한한 수명을 지닌 인간. 요정이라고 할 수 있는 엘프와 교배해서 태어나게 된 하프엘프, 드래곤(용)과 교배해서 태어난 하프드래곤.


인물들을 보면 환상 소설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하프엘프들의 수명은 상상할 수 없으리만큼 길고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엘프들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하프드래곤들은 그야말로 용과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다. ('드래곤 길들이기'라는 영화가 떠오를 수도 있다)


인간과는 다른 존재들을 등장시킴으로써 현실을 벗어난 듯하지만, 작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인간의 이야기를 다른 존재들의 관점에서 이야기함으로써 다른 이해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준다. 사랑 역시 마찬가지다.


작가 한정현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기 소수자와 역사라면,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다른 존재를 등장시킨 이유도 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은 고립된 지역인 게토에서 살아가는 하프엘프 루비로부터 시작한다. 루비(淚悲)라는 이름은 '눈물 흘리는 슬픔(73쪽)'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할머니인 비소(悲小) 역시 작은 슬픔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즉 이 소설에 등장하는 하프엘프들은 슬픔을 지닌 존재들이다.


어떤 슬픔인가? 그것은 자신들의 삶에 대한 슬픔이기도 하겠지만 자신들이 오랜 시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존재들에 대한 슬픔이기도 하겠다. 그러한 슬픔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겠고.


다른 존재들의 사랑에서 나오는 슬픔. 그 슬픔을 넘어서는 것이 사랑일 텐데, 소설은 할머니 비소와 인간 '안'의 사랑을 암시하는 메모에서부터 시작한다. 루비가 자신을 찾아온 인간 '명'과 하프드래곤과 함께 메모의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는 마음을 품게 하는 역할을 이 메모가 한다.


인간의 언어를 쓸 줄 아는 루비라는 설정은 루비로 하여금 인간의 삶을 기록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과거의 사건을 추적하면서 겪게 되는 일, 만나게 되고 알게 되는 일들이 앞으로 펼쳐질 일들일 것이다.


그래서 '0장'인데, 이제 소설은 1장, 2장 이렇게 뻗어나갈 것이다. 그러면서 역사 속에서 펼쳐졌던 사랑을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다. 그렇게 '사랑'의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하는 존재들은 자신들을 '사랑과 연합'이라고 지칭한다.


이제 이 '사랑과 연합' 팀은 역사 속으로, 현실 속으로 사랑을 찾아 떠날 것이다. 그 사랑의 모험이 어떻게 이루질지를 기대하게 한다. 아마도 1장 이후에서는 한정현 소설 속에 나타난 '역사'와 역사 속 '소수자'를 만나게 되겠지. 어떠한 역사, 어떠한 인물들이 등장할지를 기대하면서 다음 편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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