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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님의 서재
  •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 리사 리드센
  • 17,550원 (10%970)
  • 2024-12-18
  • : 16,909

아내가 추천해서 읽게 된 책입니다. 리사 리드센의 등단작품인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은 ‘2024년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을 받은 책이라고 합니다. 소설은 저자가 임종을 앞둔 할아버지가 남긴 쪽지를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주인공 보가 삶의 마지막을 앞두고 벌어진 아들과의 갈등을 겪으면서 이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세대 간의 소통, 가족 간의 사랑, 오랜 우정, 뜨거운 화해와 온화한 작별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야기는 주인공 보가 5월 18일에 적은 일기로부터 시작합니다. 아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아들이 보와 함께 지내고 있는 개 식스텐을 데려가겠다고 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아내가 요양원에 들어가 있어서 보가 많이 의지하는 식스텐을 데려갈 뿐 아니라 거실에 불을 피우지 못하도록 장작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아들 한스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심지어는 “상속권을 박탈해 그가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하기를 바랐다.(11쪽)”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한스는 아버지가 신체적으로 많이 허약해졌기 때문에 식스텐으로 인하여 생각지도 못한 사고를 당하게 될까 걱정했기 때문에 식스텐을 아버지 보로부터 떼어놓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아버지 보와 아들 한스 사이의 갈등은 서로의 진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갈등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한스는 홀로 지내는 아버지를 돌보기 위하여 시간을 내어 음식을 사들이고, 아버지의 간병인과도 긴밀하게 소통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스의 문제는 “아버지가 하시는 행동이 얼마나 유치한지 아세요?(67쪽)”라면서 아버지의 의중을 물어볼 생각은 하지 않고 매사를 독단적으로 결정하려는데 있지 않나 싶습니다.


북유럽 작가의 작품은 많이 읽어보지 못했지만 북유럽 특유의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보의 일기 중간에 보를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이 남긴 일지를 곁들였습니다. 독거노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체계가 잘 갖춰져 있음을 알겠습니다. 요양보호사들은 일단 돌봄 대상과 잘 소통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보호자를 비롯하여 주변 인물들과도 긴밀한 연락망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요양보호사가 집에 찾아와 도움을 주고는 있지만, 사실 보는 옷갈아 입기나 혼자서 식사하기 등과 같은 일상생활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보가 잠을 자다가 속옷을 적시는 상황을 읽으면서 남일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년전에 수술을 받은 뒤로 완전히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최근에 속옷을 적시는 일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주치의께 이야기를 하고 약을 처방받아 먹으면서 일단 속옷을 적시는 일이 생기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보는 잠을 잘 때 속옷을 적시는 문제 뿐 아니라 낮시간에도 속옷을 적시는 경우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요양보호사는 기저귀를 입혀주었다고 하는데, 보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일기의 마지막은 10월 10일부터 10월 13일 사이에 일어난 일을 하나로 다루었습니다. 그 일기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을 떠올렸고, 자신이 아버지의 죽음을 지키지 못한 것과는 달리 아들 한스가 여전히 죽어가는 자신을 지키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보는 아들 한스에게 “너도 알다시피 난 네가 자랑스럽단다.(449쪽)”라고 말합니다.


한스는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식스텐을 다시 아버지 집에 데려왔던가 봅니다. 보의 일기 마지막은 “창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나는 남쪽으로 날아가기 위해 두루미들이 모여드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452쪽)”라고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요양보호사 잉리드의 작업일지에는 “03시30분. 보는 조용히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음. 그는 옆에 누워있는 식스텐의 머리에 손을 얹고 고통 없이 매우 평화롭게 잠에 들었음. 촛불을 밝힌 후 한스에게 전화했음.(453쪽)”이라고 적혀 있다.


서구에서는 두루미가 아기를 데려다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두루미는 보의 영혼을 따뜻한 남쪽으로 데려가려 온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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