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의 쿠스코와 마추픽추를 찾아 잉카문명이 남겨놓은 유적을 구경한 지도 벌써 8년이 되었습니다. 유적은 볼 수 있었지만, 잉카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는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출간한 <양기화의 BOOK소리-유럽여행>에 이어 <양기화의 BOOK소리-세계여행>을 준비하면서 쿠스코와 마추픽추의 잉카 사람들의 삶을 알 수 있는 책을 찾다가 앙투안 B. 다니엘의 <잉카> 연작을 발견했습니다. 1부는 태양의 공주, 2부는 쿠스코의 황금, 그리고 3부는 마추픽추의 빛입니다. 3부작이 모두 1648쪽이나 되는 대작입니다.
잉카문명의 멸망에 관한 책으로는 피터 쉐퍼가 쓴 희곡 <태양제국의 멸망>과 생각의 나무 출판사에서 놀라운 지식이라는 기획으로 펴낸 <놀랍다! 탐험과 항해의 세계사> 연작 가운데 7번째로 셰인 마운트조이의 <피사로와 잉카 제국의 정복>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책은 잉카제국을 정복한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시선으로 기록한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반면 앙투안 B. 다니엘의 <잉카> 연작은 정복자와 피정복자를 중간자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잉카>를 쓴 앙투안 B. 다니엘 라는 필명은 베르트랑 우에트, 앙투안 오두아르, 장-다니엘 발타사 등 세 사람의 이름을 조합하여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베르투랑 우에트의 정확하고도 치밀한 역사 고증을 바탕으로 앙투안 오두아르와 장-다니엘 발타사가 이야기를 구성한 것입니다.
앙투안 오두아르는 인기 작가였고, 장-다니엘 발타사는 역사 소설가였는데, 이들의 소설가적인 역량에 베르트랑 우에트의 민속학과 역사학적 지식이 결합하여 <잉카>가 탄생한 것입니다.
이 소설은 16세기 전설의 황금향, 엘도라도를 찾아 나선 스페인 정복자들의 탐욕에 무너진 잉카 제국의 비극적 역사를 배경으로 한 신비로운 힘을 지닌 잉카족 공주와 스페인 청년 사이에 벌어진 열정적 사랑을 그린 대서사시입니다.
1부 태양의 공주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할 잉카의 공주 아나마야와 스페인 청년 가브리엘이 만나기까지 스페인과 잉카에서 각각 시작되어 1부가 끝날 무렵 조우하기까지의 과정이 교차되면서 서술됩니다. 귀족의 사생아인 가브리엘은 종교재판에 회부되었다가 아버지의 뒷거래로 방면되어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원정대에 일원이 되어 잉카의 심장부에 오게 됩니다. 그런가하면 잉카의 어머니와 서양의 탐험가 사이에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아마야마가 잉카의 유일한 군주 우아이나 카팍의 분신형제의 아내가 됩니다. 우아이나 카팍을 죽음을 맞기 전에 아마야마에게 잉카의 과거와 미래에 관한 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비밀을 지키라는 다짐을 받았습니다.
잉카에서는 유일한 군주가 죽으면 그가 지목한 군주가 유일한 군주의 지위에 오르는 전통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아이나 카팍이 지목한 아타우알파는 우아스카르에 비해지지 세력이 약세라서 사양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우아이나 카팍이 죽으면서 후계의 구도에 흔들리고 결국은 세력을 가지고 있던 우아스카르가 유일한 군주임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아마야마가 우아이나 카팍의 의사를 전하면서 아타우알파가 우아스카르를 제압하고 유일한 군주에 오르게 됩니다.
피사로의 원정대가 잉카에 도착한 시기가 바로 형제간의 내전이 막 끝난 시기로 격동하던 잉카제국이 아직 안정되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당시 잉카에서는 외래인의 도래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들이 냉철한 침략자임을 간과한데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 잉카라는 국명은 서구사람들이 붙인 이름이고 그들의 언어로는 타완틴수유였으며 수도였던 쿠스코를 중심으로 네 방위로 나누어 다스렸다고 합니다. 1부에서는 유일한 군주 우아이나 카팍이 죽은 뒤에 미라를 만들고, 황금으로 그의 형상을 만들어 쿠스코에 있는 코리칸차 신전에 안치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아타우알파는 우아스카르 사이의 갈등이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