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두 번째이다. [우리, 나이 드는 존재]를 읽기는. 한 주제어 아래, 이런 저런 사람 다 필자로 불러 모아서는 종이 값 아까운 책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첨에는 별 기대가 없었다. 하지만 이 모음 에세이집은 꽤 재밌고 감동적이었다.
멋진 주름을 만들어 가는 여자들: 이라영, 고금숙, 김하나, 정희진, 김희경....
필진이 다양하며 그 중, 다른 책으로 혹은 강연장에서 이미 만나봤던 작가도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김하나" 작가의 필력이 비교불가 수준으로 압도적이어서 다른 글 생각이 다 덮혀 버렸다. 물론, 다른 에세이 하나 하나 소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허투루 읽을 글은 한 편도 없었다. 다만, "김하나" 작가 좀 심했다!!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쓰시나! 흠...76년생 김하나 작가의 76세 어머니께서도 입담이 좋으신 모양인데, 나의 팬덤은 확장형! 김하나 작가와 어머니의 책들을 더 찾아봐야지!
김하나 작가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자신의 닮은점으로 글을 시작한다. 생일도, 식성도 비슷하고 심지어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것 까지 같다. 작가님의 아버지께서는 젊은 날 생각이 유연하고 열려 있어서 하나 작가님의 어머니와 즐거운 연애를 하셨던 것 같은데, 늙어가시며 점차 "조개가 되었다". 입을 꾹 다무셨다. 설령 입을 연다하여도 세상이 못마땅하여 툴툴거리는 말씀을 주로 하셨나보다. 한식과 회....드시던 음식만 내내 드시고, 다니시던 산책길로만 걸으시고,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만 경전처럼 되풀이해서 읽고. 그렇게 조개가 되어 가셨다.
김하나 작가는 자신이 노년에 아버지같은 모습으로 늙을까 두려워하면서도 반대항에 계신 어머니의 유연성을 떠올린다. 어머니, 굉장히 멋진 분이시다. 몇 천자의 글자 만으로 독자가 작가님 자신과 그의 어머니께까지 홀라당 반하게 하다니 김하나 작가님 놀라워요!
이 책은 필진들 자신을 나타낼 상징 같은 사진들이 1인당 2장씩 들어가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다수가 자연물(숲, 나무, 물) 이미지를 대표 이미지로 제시했다. 눈이 시원하고 즐거웠다. 막힌 데 없이 연결된 청량감이 있어 좋았다. 하지만 정희진 선생님이 고르신 두 장의 사진은 그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 때문에 내 마음을 짠하게 한다. 선생님의 열정과 한 우물 파는 집요함에 감탄하면서도, 저 연세에도 운전과 수영을 못하시고 여행 가셔서도 온통 논문에 쓸 거리를 생각하시고 앎을 반성하는 게 체화되어 제대로 즐기시지도 못하는 "공부노동자".... 네모란 책상과 네모란 책, 네모네모 노트들....나는 선생님이 여기에 쏟고 담아내신 시간을 상상하며 경건한 마음이 되어 고개를 숙였다. 아무쪼록 정희진 선생님, 건강하시어 그 좋아하시는 공부 계속 하시고 좋은 말씀 많이 들려주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