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는 음악이라는 창공을 이루는 요소 가운데 리듬 다음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합니다. 어떤 평론가의 말마따나, 리듬이 우리 몸동작과 관련된 상상력의 산물이라면 선율은 감정 및 정서 상태와 연관됩니다. 리듬과 선율이라는 두 가지 가장 기초적인 요소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신비합니다. 훌륭한 멜로디가 우리를 감동시키는 힘을 가진 이유는 지금까지 그 어떤 분석과 연구도 속 시원히 설명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이유는 고사하고, 심지어는 ‘홀륭한 멜로디란 이런 것이다‘ 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형편도 되지못합니다.- P96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율이 가진 표현적 특징이 듣는 이의 감정을 움직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선율에 있어 가장 예측하기 힘든 자질, 그 어떤 지침으로도 가르칠수 없는 자질이 바로 이것입니다. 단순히 골격만을 놓고 볼 때, 모든 훌륭한 선율은 ‘없어도 좋은‘ 음표를 덜어낸 뒤에 남는 핵심적 음표라는 골조를 가집니다.- P99
드뷔시는 가닥을 잡기 힘든 파편적인 선율적 재료를 바탕으로 음악을 지어 올렸습니다. 스트라빈스키의 멜로디는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중요성이떨어져 보입니다. 초기작의 선율은 러시아 민요 스타일이 지배적이고, 후기작의 멜로디는 고전시대와 낭만시대의 모델을 따른 경향이 짙습니다.- P105
게다가 선율을 써내는 재능 역시 작곡가별로 천차만별입니다. 멜로디가 훌륭한가의 여부가 작품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이 되어서도 곤란합니다. 흡사 선율이 끊임없이 샘솟는 화수분이라도 가진 듯 보였던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 (1891-1953)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스트라빈스키보다 더 심원한 음악을 쓰는 작곡가라고 말할 수 있는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P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