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청취라는 본분에 충실한 관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사실 이러한결핍은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다. 음악 생산의 과정에서는 듣는이의 역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P34
어쨌든 청취자는 작곡가, 연주자와 함께 음악을 떠받치는 세 솥발 가운데 하나이니 말이다. 수준 높은 음악이생산되고 그것을 제대로 향유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 훌륭한 작품이 눈부신 연주를 통해 빛을 보길 기대하는 것이 모든 관객의 심사겠지만, 뛰어난 청취 또한 필요하다는 점을이해하는 관객이 과연 그중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P35
음악으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많은 이들이 그저 감정이라는욕조 속에 들어앉은 채 소리에 둘러싸이는 감각적 차원의 반응에만 안주하고 만다. 하지만 음악에는 질서와 체계가 있음을, 음악은 감각적 호소력뿐만 아니라 지적인 호소력 역시 가지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P35
하지만요점은, 작품이 가지는 특성과 작품이 지니는 목적 사이에는 결정적인상관관계가 있으며, 그러한 암묵적 목적을 얼마나 성실하고 훌륭하게 실현했느냐 하는 것이 작곡, 연주, 청취 각각의 성패를 가른다는 사실이다.- P36
‘지적인 음악 감상의 기초를 최대한 뚜렷하게 정립한다‘는 것이 이 책의목적입니다. 음악을 ‘설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가 그 일을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우쭐댈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하지만 음악 감상에 관한 책은 열이면 열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교육자나 음악평론가의 입장에서 문제에 접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이 책은 작곡가의 관점에서 쓴 책입니다.- P39
기회만 주어진다면 아마 모든 작곡가가 진지한 음악 애호가에게 다음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을 하리라 봅니다.
1. 진행 중인 음악에서 모든 걸 들을 수 있습니까?
2. 음악의 진행에 정녕 민감하게 반응합니까?
이 질문은 달리 말하면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1. 일단 음표만 놓고 보면 조금도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습니까?
2. 음악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망설여집니까, 아니면 스스로의 감정적 반응을 명쾌하게 납득할 수 있습니까?- P40
진정한 음악 애호가는 옛날 것이건 요즘 것이건 가리지 않고 예술의 모든 형태에 친숙해지고자 하는 압도적인 열망을 가진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P41
음악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욕구를 만족시키려면 듣는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습니다. 음악을 듣는 것을 대신할 수 있는 행위란없다는 말입니다. 제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것 또한 이 책 바깥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에 대한 내용입니다. 따라서 이 책을 손에 쥐고있는 독자들도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음악을 듣겠노라 굳은 결심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P47
머리를 사용해 음악을 들을 줄 아는 사람 혹은 그럴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딱 하나있습니다. 어떤 선율을 들었을 때 그것을 선율로서 인지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P49
음악을 이해하는 지름길이 있다고 믿는 작곡가는 하나도 없습니다. 듣는 이를 위해 그들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작품 속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지적하고 그것이 거기에 있는 이유를 알려주는것입니다. 나머지는 오롯이 듣는 이의 몫으로 남습니다.- P52
음악을 듣는 가장 단순한 방식은 음향 그 자체가 주는 순수한 즐거움을 좇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음악 감상의 감각적 층위입니다. 다시말하자면 그 어떤 방식의 사고도 배제한 채로 음악을 듣는 것이라 할 수있습니다.- P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