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뭍에서 자라고 죽어 좀처럼 자각하기 어렵지만 지구는 사실상 물의 행성이다. 지구의 물의 양은 절묘해서 행성 겉껍질의 70%정도만을 덮고 나머지 높은 부분은 육지로 남았다. 이로 인해 육상에서 다양한 생물이 진화했고 인간도 생겨날 수 있었다.
책은 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물, 즉 바다에 대한 책이다. 바다는 생성과정에서 육지의 암석에서 대량의 미네랄을 가져가서 염도가 높고, 위도에 따라 흡수하는 태양에너지가 달라진다. 이로 인해 바다는 지역마다 품고 있는 에너지와 염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며, 이는 같은 지역이다 하더라도 수심에 따라 또 천차만별이다. 이런 차이로 인해 바다는 큰 움직임을 보이게 되는데 저자는 이를 해양엔진이라 부른다.
해양엔진은 지구 시스템의 중심이다. 이는 태양에너지의 일부를 열에너지나 운동에너지로 전환하여 다른 지역으로 전송한다. 그리고 물은 이런 에너지를 오래 품고 있기에 오랜 순환 끝에서야 비로소 열에너지로 전환되어 다시 우주로 방출된다.
태양은 태양계 질량의 99.86%를 차지한다. 태양 중심부에서는 핵융합이 일어나 수소원자가 헬륨원자로 전환되는데 1초마다 400톤의 물질이 에너지로 전환된다. 이 에너지는 태양내부의 플라스마로 인해 표면에 도달하는데 수만년이 걸린다. 태양이 분출한 에너지의 10%만이 지구에 도달하며, 이 중 1/3은 구름이나 빙하, 물등 여러 표면 요소에 의해 반사되고 나머지 2/3만이 지표에 도달한다. 지표에 도달하여도 빛은 해수면을 더욱 통과하기가 힘든데 정오가 되어 입사각이 커져야 간신히 통과할 수 있다. 이런 빛 중 가시광선은 해수표면을 가열하지만 적외선은 거의 흡수되지 않고 방출된다. 물은 열을 오래 품고 있어 식는데 오래 걸린다. 이로 인해 적도의 바다 같은 경우 낮과 밤의 온도가 거의 같은 수준이 된다.
지구의 바다는 생각만큼 깊지 않다. 고작 4km정도 깊이이다. 바다는 평평한 층으로 구성되고, 각 층은 수온과 염분으로 특정된다. 심해저 분지에는 주요 해수층이 3-4개 있다. 성질이 같은 해수가 모은 것을 수괴라 한다. 해수층은 생각과 달리 특정 요인이 없으면 거의 혼합되지 않는다.
바다는 생명의 요람이지만 실상은 대부분의 해역이 사막과 가깝다. 생명이 생겨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생명의 탄생 및 유지를 위해서는 에너지와 물질이 필요하다. 문제는 바다는 이 두 가지가 좀처럼 같이 있기 힘들다는 점이다. 바다의 상층부 즉 해수면은 햇빛은 풍부하다. 하지만 영양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영양소는 민물이나 다른 생물로 공급되기가 바쁘게 아래로 가라앉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양소는 하층에 주로 존재하게 되지마 여기는 햇빛이 없어 에너지가 없다. 빛이 바다를 거의 투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러 이유로 영양분이 넘쳐나는 바다에 생물이 몰린다. 대표적인 곳이 훔볼트 해류가 흐르는 해역이다. 여기는 강력한 해상풍이 표층수를 서쪽으로 밀어낸다. 그러면 자연히 그 빈자리를 하층수가 채워야하므로 용승이 일어난다. 이렇게 영양소가 용승하여 햇빛과 만나 생명의 요람을 만드는 것이다. 이 지역은 전체 바다의 1.15%에 블과하나 어획량이 세계에서 5-20%나 된다. 이곳에서는 페루멸치가 많이 잡히는데 단백질 함량이 50-70%나 되지만 맛은 별로 없어 어분으로 주로 사용한다. 이 페루멸치를 인근 바닷새들이 포식하고 대량의 배설을 하여 만들어낸 것이 구아노다. 구아노는 질소와 인, 미량 광물을 대량 함유하였고, 인근 해류가 한류라 강우량이 거의 없어 그대로 변화없이 퇴적하였다. 1880년대초 볼리비아는 이 섬을 노리고 칠레와 전쟁을 벌였다 패배하여 해안을 잃고 내륙국가가 되고 만다. 또한 이 구아노는 세계 열강의 먹잇감이 되었고 화학비료가 등장하기 전까지 서구의 농업생산량을 크게 증대시켰다.
바닷물은 매우 짜다. 바다가 모두 증발하면 65M두께로 염분이 쌓일 정도로 많다. 염분의 총 무게는 4900t으로 추정된다. 바닷소금의 성분은 지구표면의 암석이 바다에 용해된 것이다. 초기 지구는 이산화탄소가 매우 풍부해 강한 산성비가 내렸고 이것이 암석과 반응해 소듐, 포타슘, 마그넴슘, 칼륨등을 쓸어갔다. 화산에서도 강한 염산과 황화합물이 다량 분출되었는데 염화이온과 황산이온이 이로 인해 바다로 유입된다. 현재 바다 1리터는 염화이온 16.8g, 소듐이온 10.6g, 황산이온 2.6g, 마그네슘 이온 1.3g 등의 이온을 함유한다. 다양한 이온들은 바다에서 서로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물이 증발하면 양이온과 음이온이 서로 결합해 염을 형성한다.
바다엔 다양한 생물이 그 환경에 적응한다. 장수거북은 바닷물 염분 해결을 위해 바다 염분의 2배인 눈물을 계속 방출한다. 시간당 무려 8리터다. 보라고둥은 껍질이 있고 수영능력이 없음에도 점액과 공기방울에 의존해 바다에 부유한다. 이 생물은 껍데기는 보라색으로 변했고 물에 뜨기 위해 얇아졌다. 그리고 알주머니가 부풀어 오르는 풍선역할을 해 부력을 확보한다. 보라고둥은 발에 달린 깔대기 형태의 구조를 써서 공기를 가두고 점액으로 덮어 물에 뜬다.
극지방 바다에 염도차는 바로 빙하때문이다. 물분자는 좀 특이하다. 음전하와 야전하사이의 인력이 서로를 당겨 물분자는 다른 분자보다 크기가 좀 작은데 얼게 되면 새로운 얼음 구조를 생성하기 위해 다른 물분작들끼리 서로를 밀어낸다. 그래서 고체가 되었음에도 오히려 부피가 늘어난다. 질량은 같은데 부피가 커지니 얼음은 밀도가 액체물보다 낮아져 뜨게된다. 그리고 얼면서 녹아있던 염분들은 바다로 가라앉는다. 때문에 유빙이 많은 극지방은 심해에 염분이 고농도로 농축된다.
지구는 자전하기 때문에 땅에 붙어 있지 않고 움직이는 물체는 자전의 영향을 받아 마치 휘는듯이 움직인다. 이것이 코리올리효고다, 북반구에선 오른쪽으로 남반구에선 왼쪽으로 휘는데 바다 역시 땅에 붙어 있지 않기에 코리올리 효과를 받는다. 그래서 바람이 불어 해류를 움직이면 코리올리 효과로 바닷물은 북반구에서 오른쪽으로 휜다. 이것은 수평뿐 아니라 수직으로도 영향을 미친다. 바닷물을 층층이 나뉘어 있는데 가장 위층이 오른쪽으로 휘면 그 아래층은 위층의 휘는 효과로 코리올리효과가 배가되어 더 휜다. 그리고 같은 식으로 아래층은 더욱 휜다. 그래서 해수층 아래로 갈수록 90도 가까이 휘게 된다.
대기는 상공에서 움직인다. 그중 계속 소용돌이치는 난기류는 빠른 바람을 생성하고 압력을 변화시킨다. 그로 인해 해수면이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왜곡되는데 그래서 나타나는 것이 파도다. 일단 잔물결이 생겨나면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잔물결이 힘이 가해진다. 그 결과 잔물결이 더욱 커지고 가파르며 지속되어 파도가 성장한다.
해수면의 높이는 그 아래 존재하는 다양한 암석의 중력영향을 받는다. 북대서양의 해수면에는 높이 54m에 수천km의 지름을 가진 돔이 있으며 인도의 남쪽 끝바다에는 94m깊이의 큰 구멍이 있다. 거대한 해산이 있으면 그 중력으로 바닷물이 끌려내려가 해수면이 낮아지고 구멍이 있으면 그 반대다.
해저에는 단괴가 존재한다. 단괴는 수cm 간격으로 수천 km길이에 넓게 분포해있다. 육지에서 밀려온 덩어리나 바다생물의 사체는 대부분 바다생물이 뜯어먹으나 일부가 해저로 가라앉는다. 단괴는 이것들이 뭉친 것이라 아주 느리게 성장한다. 1cm퇴적에 1천년이 걸린다. 그래서 크기가 수cm의 단괴는 역사가 100만년 이상이 된다. 단괴는 금속도 퇴적하는데 심해다보니 물질이 적어 1년에 고작 원자 100개 분량이 표면에 쌓인다.
대양에 우뚝 솟은 산은 조류의 흐름을 방해한다. 이런 해산 사이로 물은 이동하면서 내부파가 생겨나는데 이는 심해로도 이동한다. 조수는 이동하면서 지구에 큰 마찰을 일으켜 지구의 자전속도를 줄인다. 이는 미미한데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 양이 늘어남녀 그 속도가 더욱 느려지게 되고 이로 인해 해를 받는 시간이 조금씩 더 길어져 온난화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내부파는 바닷물의 혼합에 도움이 되나 전체 바닷물을 섞기엔 매우 미미한 에너지에 불과하다.
코리올리 효과는 위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자전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위도일수록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그래서 환류는 완벽하게 대칭으로 회전하지 않는다. 서쪽의 해류는 대개 유속이 빠르고 좁으며 띠로 찌그러져 나타난다. 바닷물은 적도에서 북쪽으로 밀어올려지고 방향을 튼다. 이것이 서안강화 현상이며 멕시코 만류와 쿠로시오 해류가 대표적이다. 반면 각 환류의 동쪽은 정반대다. 북에서 남으로 회귀하며 유속이 느리고 폭이 넓어 해류 같지도 않다. 바다에는 대형 환류가 5개 존재하는데 북대서양환류, 북태평양환류는 시계방향으로 남태평향환류, 남대서양환률, 남인도양환류는 반시계방향으로 흐른다. 이런 거대 환류는 지구의 자전과 바다가 주변 육지에 막히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
남극대륙을 둘러싼 남극해는 거의 유일하게 대륙에 의해 막히지 않는 해류다. 그래서 남극대륙을 고리로 남극해는 둥근고리로 감싸고 전 세계의 바다를 연결한다. 북극지방엔 유빙이 있다. 유빙은 팽이처럼 돌면서 동과 서를 반복해서 오가다가 급격히 방향을 선회하여 북위 89도를 따라 그려진 작은 원에서 벗어나 스발바르 제도 남쪽으로 향한다. 유빙은 가시광선을 반사하며 바람을 막아 물을 직접 못 밀게 한다. 그래서 유빙이 많은 해역은 바다가 고요하고 대기와 해양 사이의 기체전달을 늦춘다. 그래서 극지방은 바람이 적어 밀도차로 구분되는 해수층이 잘 형성된다. 이런 작용이 없으면 저수온 바다는 고밀도이기에 밑으로 가라앉아 표면에 유빙이 잘 형성되지 않게 된다.
물에서는 적색광이 매우 빠르게 흡수되어 몇 미터만 가도 2/3이 손실된다. 그러나 청색광과 자색광은 100미터보다 훨씬 더 이동한다. 그래서 바다 속에서 혈액은 녹색으로 보인다. 혈액에는 약간의 녹색광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은 멀리서 파란 색으로 보인다. 이는 청색광을 제외한 나머지 빛이 물에 빠르게 흡수되고 남은 청색광이 직진이 아닌 지그재그로 바다를 돌아다니다가 반사되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해양생물들은 빛과 음파로 통신한다. 햇빛이 투과되지 않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해양생물의 76%가 그래서 스스로 발광할 수 있다. 물고기는 몸이 물로 가득차서 음파가 내부로 쉽게 침투한다. 물고기의 이석은 탄산칼슘으로 음파가 이석에서 속도가 느려진다. 이런 차이로 물고기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감지한다.
겨울철이 되면 각 반구에서 거대한 폭풍이 바다의 상층부를 휘젓는다. 그러면 영양소가 용승하게 된다. 봄이 되면 낮이 길어져 일조량이 증가하는데 이 때 영양소와 빛이 만나 해양생물이 폭발적으로 증대한다. 이것이 봄철 대증식이다. 이 대증식의 위치는 유동적인데 그 주기가 짧고 조류의 변화가 늘 있기 때문이다.
생물은 크기가 10% 줄 때마다 전체 개체수, 즉 생물량은 10배 증가한다. 즉, 각 단계마다 총 생물량은 비슷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해양 전체 생물량은 약 10억톤에 달한다. 그리고 건강한 바다에서 크기별 생물단계는 23단계 정도다. 가장 작은 것과 큰 것의 차이는 10의 29승배에 달한다. 그런데 인간의 지나친 어로행위로 큰 크기 범주의 생물량 90%가 사라져버렸다. 이는 10g이상 생물량의 62%이고 인간은 잡은 해양생물을 직접 섭취하거나 사료 및 비료로 사용하기에 이 에너지만큼의 생물량이 육상으로 이동한 셈이다.
약 1억년 전 원반덮개로 무장한 인편 모조류가 얕은 바다에서 대량 증식했다. 이것들이 수백만년간 죽어 해저에 축적되어 두께 100m에 이르렀는데 이것이 백악으로 칼슘덩어리다. 이것이 기본으로 바다생물은 탄산칼슘을 형성하여 몸의 껍데기와 골격으로 사용한다. 다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바다의 산성화와 기온 상승으로 그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