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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yonder
  •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 류이치 사카모토 (Ryuichi Sakamoto) 저자
  • 18,000원 (10%1,000)
  • 2023-06-28
  • : 13,009

얼마 전 타계한 작곡가이자 연주자인 류이치 사카모토(1952~2023)의 마지막을 정리한 책이다. 암 진단을 받은 후 그의 심경과 경과, 그리고 자서전 형식으로 정리하는 마지막 나날들이다. 인터뷰를 통해 구술한 것을 책으로 정리했다고 한다. 2009년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라는 책을 통해 정리했던 그의 삶 이후가 나와 있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그의 절친이었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사랑>에 나오는 대사라고 한다. 암 진단을 받은 후 사카모토도 이 구절을 중얼거렸다고 한다. 영화의 이후 대사에 나오듯, 우리는 삶이 영원하리라고 생각하며 산다. 사실 모든 것은 유한하다. 문제는 그 '마지막'이 언제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책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왠지 나도 마지막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 같다.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당장 병원에 뛰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몸의 이곳저곳이 이제는 낡아가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볼 수 있다. 


류이치 사카모토를 사실 잘 알지는 못했다. 부분부분 들어 알고 있는 내용이 있긴 했지만, 책을 통해 마지막을 앞에 둔 그의 삶에 대한 마음가짐과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배움이 됐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사람--예술가--는 숨이 다하는 날까지 일--한편으로는 삶의 의미--를 지속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내가 직장에서 은퇴하면 세상에 무언가 내놓을 것이 있을까. 


책을 읽으며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찾아 들어 보기도 했다. 모르고 들어본 곡도 여럿 있고, 못 들어봤던 곡도 있다. 책에는 우리나라와의 인연도 몇 나온다. <남한산성>의 영화음악도 류이치 사카모토가 맡았었다. 


다음은 그를 널리 알린 영화음악 'Merry Christmas Mr. Lawrence'(1983)이다. <전장의 크리스마스>(오시마 나기사 감독) 영화에서 쓰였다. 그는 이 영화에서 배우로도 활약했다고 한다(영화는 보지 못했다). 그는 음악과 함께 하는 미술 전시나 공연을 기획하기도 하는 등 매우 다재다능했다. 동일본 대지진 후 핵발전 반대 등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Ars longa, vita brevis.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그의 글 마지막 문장인데, 예술가에게 매우 적확해 보인다. 그의 평안한 안식을 빈다. 


책에 나오는 그의 말.

3.11 대지진 때에도 그랬지만, 세상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충격을 쉽게 잊어버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강하게 듭니다. 100년에 한 번 겪을 듯한 이런 팬데믹은 분명 대부분의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 될 테고,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덧붙여, 세계적 규모의 코로나 감염 폭발은 인간이 과도한 경제활동을 밀어붙이고,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지구 전체를 도시화한 것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반성을 미래의 자양분으로 삼기 위해서라도 자연이 보내는 SOS에 의해 경제활동에 급제동이 걸린 이 광경을, 확실히 기억해둬야 할 것입니다. (303 페이지)

다만, 지금의 저는 하루에 몇 곡을 제대로 치는 것만으로도 버겁기 때문에 오랜 시간 기다려주신 팬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라이브 콘서트를 해낼 수 있을 만큼의 체력은 아무래도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피아노 솔로는 13곡을 담은 60분 버전으로 12월에 먼저 온라인으로 공개된 후 NHK의 프로그램에서도 짧게 소개되었는데 언젠가는 총 20곡의 장편으로 편집된 ‘콘서트 영화' 버전도 선보이고 싶습니다.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한 탓인지 촬영을 마치고 한 달 정도는 확실히 기력이 없다고 할까. 계속 몸 상태가 저조했습니다. 그래도 죽기 전에 스스로 납득할 만한 연주를 남겼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습니다. (35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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