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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고 앉아있네

사월이 되면 이 깊고 깊은 무력감은 규칙적으로 겪게 된다. 그리고 불규칙적으로 사라진다. 사월은 내게 잔인하다. 사월이 되면 이 무기력이라는 게 온몸을 휘어 감는다. 사월에 하는 조깅은 삼월에 하는 조깅에 비해 몸이 무겁다. 사월에는 다른 달에는 하지 않던 생각을 하게 되고, 이런 생각에 빠지면 이 무력감은 무기력을 부른다.

그래서 무겁지만, 사월에는 땀이 날 정도로 더 열심히 조깅을 한다. 조깅의 장점은 들어오는 풍경이 항상 평온하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이 혼란하고 혼돈스럽다. 마치 카오스의 세계 같다. 온 세상이 봄눈으로 뒤덮였다.

거리도, 도로도 모든 곳에 봄눈이 내려 그래픽 처리를 해 놓은 것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너무 아름답고 매우 고혹적이라 어쩐지 슬프다. 사월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왔다가 금방 가버리기 때문이다. 젊음이 아름다운 이유와 비슷하다.

순간으로 스쳐 간 그 사람이 손으로 만져질 것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리움은 사월이면 보름달처럼 커진다.

내 곁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은 무심히 떨어지는 봄눈이 되어서 하얗게 변해갔다. 누가 옆에서 툭 건드리면 그리움이 그대로 눈물이 되어 터질 것 같은,

그리하여 그 모습을 숨기기 위해 샤워하기 좋은, 눈에 들어간 샴푸를 핑계 삼아 눈물을 흘려도 좋은 사월이다. 사월이 지나간다.


오늘은 18돈데 바람이 심해 좀 추운데 햇빛에 나가니 더워서 반팔인데 햇빛이 구름에 가려져 서늘하다가 좀 걸으니 후덥지근하다가 그늘에 들어가니 냉랭해서 해가 나타났을 때 나가니 옷이 검어서 등이 뜨거워 건물 안으로 들어오니 오히려 추워서 계단으로 오르면서 소고기장조림 먹고 싶네

뜨거운 밥에 소고기장조림을 올려 야무지게 먹고 싶은 밤이었으나, 민주당 경선 100분 토론 본다고 식빵 좀 굽고, 계란에 당근 썰어 풀고 휘휘 저어서 프라이팬에 굽고 양배추 좀 얇게 썰어서 넣고 스크램블에 치즈 올려 간단하게 토스트 해 먹었습니다.

국민학교 딱 이맘때 봄소풍을 갔는데 집에 오면 남은 김밥에 소고기장조림을 맛있게 먹었거든요. 날이 좋아 친구들과 실컷 놀고 집에 와서 씻고 나면 노곤한 게, 잠이 올 듯 말 듯 한데 분홍 소시지가 비어져 나오는 맘은 김밥에 소고기장조림 먹는 맛이 좋았거든요. 시가렛 애프터 섹스의 아포칼립스가 듣고 싶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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