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초록이 우리에게 건넨 마음 한 장
매일 아침 등교 전쟁, 학교 끝나면 곧바로 학원, 그리고 집에 오면 또 숙제.
요즘 아이들의 하루는 어른 못지않게 빽빽하고 바쁘기만 해요.
우리 선아도 마찬가지예요.
좋아하는 책을 천천히 읽는 시간조차
“이따 해~ 숙제 먼저!”라는 말에 밀리기 일쑤죠.
그런 선아가 이번에 읽은 책은 『초록이 보낸 초대장』이라는 동화예요.
읽고 나서 책을 덮은 선아가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 나도 종점까지 가보고 싶어. 그리고 그 숲도 진짜 있었으면 좋겠어.”
그 말 한마디가 참 오래 마음에 남더라고요.
선아는 지금 그저 “쉬고 싶다”는 말을
“숲이 있었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으로 표현한 건 아닐까요?

🌿 잘못 탄 버스가 가져다준 뜻밖의 쉼표
책 속 주인공 ‘현우’는 학원에 가기 위해 탄 버스 안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가 종점까지 가게 돼요. 엄마한테 혼날 걱정에 마음이 조마조마하던 찰나, 창밖으로 펼쳐진 초록의 물결이 현우를 조용히 부르기 시작해요.
책을 읽는 동안 선아는 마치 자신이 그 버스에 함께 타고 있는 것처럼 느꼈대요.
특히 나무들이 만든 초록 터널을 걸으며 매미와 풀벌레 소리를 듣는 장면에서는, “나도 그런 소리 들으면 기분이 다 좋아질 것 같아”라고 말하더라고요.
늘 복잡한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라 그런지, 자연이 주는 감각 하나하나가 참 특별하게 다가온 것 같아요.

🌼 자연은 언제나 기다려주는 친구
이 책이 참 고마웠던 이유는, 단지 “숲은 좋아요”라는 단편적인 자연 예찬이 아니었다는 점이에요.
현우는 숲에서 단순히 멍하니 걷기만 한 게 아니라, 자연의 리듬에 귀 기울이며, 그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회복해요.
매미 소리도, 갑자기 내리는 비도, 초록빛에 물든 하늘도…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초대장이 되어, 마음 깊은 곳에 남아있던 소원을 끌어올려 줍니다.
현우는 그곳에서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보는 경험을 하게 되고, 친구들과 함께 그 초록의 마법을 나누고 싶어 초대장을 만들죠.
그 장면에서 선아가 또 말했어요.
“나도 나중에 친구들이랑 그런 곳에 가면, 책 안 읽어도 다들 기분 좋아질 것 같아!”
이 책은 분명 자연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졌던 건,
자연 속에서 ‘함께’라는 감정을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이었어요.
혼자만 누리는 치유가 아니라, 다 같이 나누는 회복.
그래서 더 마음이 움직였어요.

🌈 너무 바빠서 놓쳤던 것들
책장을 덮고 선아와 나눈 대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 있어요.
“엄마, 진짜로 초록이 초대장을 보냈다면, 엄마도 갈래?”
선뜻 “응, 당연하지!”라고 대답했지만, 문득 생각했어요.
나는 어른이라는 이유로, 바쁘다는 핑계로,
초록이 보냈을 초대장을 얼마나 많이 무시하고 지나쳐 왔을까?
현우처럼, 선아처럼,
가끔은 버스를 잘못 타도 괜찮고,
약속 시간에 조금 늦어도 괜찮은 하루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 책 한 권이 전해준 아주 조용한 초대
『초록이 보낸 초대장』은 요란하지 않아요.
크게 외치지도 않고, 휘황찬란한 장면도 없어요.
하지만 조용히, 아주 다정하게 우리 마음을 두드려요.
“잠깐, 쉬어가도 괜찮아.
조금 서툴러도, 지금 그대로도 괜찮아.”
그 말이 필요했던 아이와, 그리고 그걸 들려줘야 할 엄마 모두에게
이 책은 마치 숲처럼 조용히 안기듯 다가왔어요.
선아는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초록색 색연필을 꺼내 ‘나만의 초대장’을 만들었어요.
그 초대장은 책상 옆에 지금도 붙어 있어요.
그걸 보며 저는, 오늘도 속도를 조금 늦춰 봅니다.
우리에게도 초록이 보내온 초대장이 늘 곁에 있다는 걸 잊지 않기 위해서요.

#한림출판사 #고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