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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정원
  • 천인오쇠
  • 미시마 유키오
  • 15,300원 (10%850)
  • 2025-05-12
  • : 3,260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풍요의 바다' 시리즈 1권 <봄눈>을 읽을 때만 해도, 혼다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일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기요아키가 죽고 나서, 이후 혼다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궁금해졌다. 2권 <달리는 말>에서는 또 느닷없이 기요아키가 환생한 듯한 인물이 등장하더니,기요아키가 죽듯..이사오가 죽었다. 이런 흐름인걸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 3권에서는 누군가 또 죽겠구나 생각했더니, 4 권 <천인오쇠>에서는 혼다가 이미 아내와 사별했음을 알리는 것으로 이야기가 흘러 가고 있었다. 환생과, 윤회와 죽음에 관한 이야기인가 생각했다.  솔직히 환생과 윤회는 힘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윤회에 대한 생각은 시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정신없이 읽다가 불쑥 궁금해졌다. 혼다는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 걸까? 그리고 거짓말 처럼 페이지 몇 장을 넘기고 나서 이유 하나가 답처럼 내 눈앞에 들어왔다.


"그 생애 내내 자의식은 그야말로 혼다의 악이었다.그 자의식은 결코 사랑할 줄 모르고 자기 손을 쓰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죽이며 멋들어진 조의문을 씀으로써 타인의 죽음을 즐기고 세계를 멸망으로 이끌고 가면서 자신만은 살아남으려고 했다.(...)"/105쪽



우리는 모두 어느 만큼 악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나? 기요아키의 죽음이 혼다에게는 분명 어떤 식으로든 트라우마로 남겨진게 아니었을까? 그가 환생을 믿고, 이사오에게 집착한 이유도... 그런데 어느 순간 그는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 안에 잠재해 있던 마음이 질투였음을 고백한다. 문제는 나이가 들어서, 이제 죽음을 가까이 두고 났을 때 알게 되었다는 거다. 늙어서도 여전히 추한 노인사람으로 살아가는 이들도 많지만, 혼다는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물론 끝내...풀지 못했을지도 모를일이다. 무튼..1 권 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바다를 마주한 모습을 지켜봤다. 흥미로울 때도 있었고,버거울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혼다의 목소리를 따라 걸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와서는 살짝 허무해지기도 했다. 인생이 뭐길래...사는게 뭐길래..'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붙잡고 살아가는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균형 잡히지 않은 물음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뜬금없이 늙음이란 문제로 넘어와 버렸다. 내 나이가 늙음과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단계로 넘어와 있어서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지만..그래서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인생이 얼마나 덧없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그래서 더 잘 늙어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늙음은 바로 정신과 육체 양쪽의 병이었는데 늙음 자체가 불치병인 것은 인간 존재 자체가 불치병인 것과 같고,게다가 그것은 어떤 존재론적 철학적 병이 아니라 우리 육체가 병이며 잠재적 죽음이었다/317쪽
사람들은 왜 늙고 쇠하고 나서야 이것을 깨달을까/317쪽
늙음이 쇠함의 방향이 아니라 정화의 방향으로 한길로 달려가고(...)/350쪽
기복과 성쇠의 반복을 자기 통찰의 근거로 하자 이른바 평면에서 나아가는 여정인 듯했던 삶과 달리 이 세상을 한번 종말 쪽에서 바라보니 모든 것은 확정되고 실 하나로 당겨지고 끝을 향해 발맞추어 나아갔다. 사물과 인간의 경계도 사라졌다/3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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