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린이와 영화를 보고 왔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영화를 보던 시절이 있었는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영화와는 거의 담 쌓고 지냈고, 어쩌다가 보게 되는 영화라면 나는 조금도 흥미가 없더라도 아이를 보여주기 위한 영화들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겠지만.

그런데 이 영화는 아이랑 상관 없이 내가 그냥 보고 싶었었다. 왜그런지 모르지만 그냥. 마침 연령대가 아이들도 볼수 있는 영화라길래 오늘 다린이를 데리고 극장엘 갔다. 여기 이사 와서 극장은 그러고 보니 오늘 처음 갔네~

이야기의 배경이 1969년이다 하핫! 다행히 내가 태어나고 난 후네 ^ ^  쉬운 스토리이지만 혹시 여섯살 아이에게 이해가 빨리 빨리 안될까 싶어 중간에 조금씩 설명을 해주긴 했다. 중간에 어떤 대목에서 질문을 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울먹울먹하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가 다 끝나고 났는데, 눈물이 줄 줄...(참고로 이 영화 그 정도로 최루성 영화는 아니다.) 우는 이유를 물었더니,  뭐라고 웅얼웅얼하는데 뭔 소리인지 잘 못 알아 듣겠다.

엽기적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충격인지 감동인지 내 안에서 언뜻 구분이 안되는 그런 영화들. 인간의 어둡고 광적인 면을 드러내놓고자 하는 영화들, 나름대로 모두 의미가 있겠으나,

이제는 웬지, 여러가지 면에서 조금 성에 안차더라도, 그냥 이렇게, 충분히 있을수 있는 이런 스토리의 영화가 부담없다. 한때 오랫 동안 마음에 여운이 남는 영화가 좋은 영화였던 적이 있었으나, 이제는 내가 받아들이기에 벅차지 않고, 해피 엔딩으로 결말이 나서 영화가 끝나는 순간 더 이상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영화가 차라리 좋다.

다린이, 이 영화 또 보고 싶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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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09-09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아이가 감동받았다니 정말 다행이네요..저두 이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얼마나 감사하던지요.ㅎㅎㅎ 드라마에선 저렇게 끝나지 안잖아요..

hnine 2006-09-09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 맞아요. 해피 엔딩이 요즘 드물긴 드문가봐요 그치요?

비자림 2006-09-09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의 심정 공감해요. 저는 지나치게 슬프거나 지나치게 비극적인 것들을 잘 못 본답니다...
다린이랑 즐거운 하루였겠네요^^

hnine 2006-09-10 0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제일 가깝다는 극장에 가는데도 버스편이 없어서 아깝게 택시를 타느라고, 영화표 보다 택시비로 더 쓴것이 쪼금 속 쓰립니다 ^ ^

세실 2006-09-10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두 이 영화 보고 싶은데 아이들이 모두 나가고 없어요.
1969년대라~ 제가 2살 때이네요. 담주에나 가야겠습니다.

hnine 2006-09-10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아이들이 모두 나가고 없다면, 또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 ㅋㅋ
오늘까지 "아이스 케~~키!" 외치고 다닙니다 저희집 개구장이 ^ ^
 

며칠 서늘하더니 어젠 비도 부슬부슬 내려주고, 오늘은 해가 쨍쨍 나서 이불도 빨아 널 수 있으니, 감사할 계절이다. 어제  오늘 이틀 연달아 새벽에 너무 일찍 눈이 떠져 일어났더니 오늘은 정신이 별로 맑지 못하다. 책상위에 엎드려 잠이 드는 일까지 벌어지다~ 학생 때나 하는 일 아닌가 ^ ^

가을을 더 찐하게 느끼기 위해 올 가을 어딜 한번 가볼까 생각하면서 지난해, 지지난해 가을엔 어딜 갔었지 앨범을 들춰보았다. 어떻게 사진은 남아 있는 것이 없고, 2004년 앨범에서 위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수지에 살때 아마 주말 어느 날 아이를 업고 동네 한바퀴 돌고 있는 중인가보다.

요즘 부쩍 반항이 심해진 조~기 조 녀석, 엄마 등에 업혀 있는 쬐그만 녀석. 이제는 아이도 더 무거워졌을뿐 아니라, 이 엄마도 힘에 부쳐 업어주기 힘들다. 그래도 종종 조른다 업어 달라고.

실제로 업어주진 못하지만, 아직은 늘 저 아이를 내 등에 업고 있는 기분이다. 언젠가는 등에서 내려오고 싶어하겠지? 그때는 미련없이 등에서 내려 줘야지.

우연히 TV에서 살림의 여왕이라고 소개되는 어느 분의 프로그램을 보았다. 가정주부, 전업주부라고는 하지만, 역시 자기 일을 똑부러지게 해내는 사람은 따로 있구나 싶었다. '살림, 하찮게 생각지 마세요.' 그분이 그런다. 무슨 일을 하든지, 지금 내가 해야할 역할을 제대로 잘 해내는 것은 중요하다. 스스로 생각할 때 이도 저도 아닌, 아무것도 제대로 하는 것이 없었다 생각이 드는 것 만큼 싫은 것이 없다.

오늘 아침에도 야단맞고 유치원에 간 아들. 어떤 얼굴로 돌아올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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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09-0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을 가르고 있는 씩씩한 모자의 모습이 참말 아름답습니다 ^^

씩씩하니 2006-09-07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울 애들 일부러도 업어주는 비교육적인 엄마에요...
이상하게 엎으면 제가 기분이 좋아져서요...
근대...4학년짜린 어느새 뻣뻣이가 되렸어요...
아드님이랑,,바람 쐬는 님...이 참 행복해보여요~

해리포터7 2006-09-07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업었을때가 언제인지.... 정말 이젠 부럽기까지 하네요...품안의 자식이라고..이제 안을수도 업을 수도 없을 만큼 자랐으니....이제는 정말로 가슴으로 품어야겠지요? 사진이 참 좋습니다..hnine님!

hnine 2006-09-07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그날 바람이 좀 불었나봐요. 9월 29일 쯤이면 바람이 저렇게 불까요? 아름답다고 해주시니 쑥스러워요 ^ ^
씩씩하니님, 역시 포근하신 씩씩하니님, 저도 힘을 내서라도 아이가 업어달랄때 좀도 업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해리포터님, 어머, 부러우신가요? ㅋㅋ 안을수도 업을수도 없도록 잘 키우신 포터님이 부럽습니다. 이제 여섯살, 언제 크나 싶을때가 있거든요. 제 친구 아이들은 이미 중학생인데 흑흑

비자림 2006-09-07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참 정겨운 사진이네요. 같은 바람을 느끼며 걸어 가는 엄마와 아이!
아이들은 커가는데 이상하게도 가끔 애들을 업거나 안아주고 싶은 강렬한 충동이 일 때가 많아요. 오늘도 많이 안아 줘야쥐~~~

hnine 2006-09-07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예, 잠 자리에 들때는 아직도 꼭 껴안고 잡니다. 지형이랑 지학이 둘 똑같이 안아주셔야지요? ^ ^

세실 2006-09-08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저두 어제 규환이 학습지 하다가 등 때렸어요. 힝...눈물이 뚝뚝. 오늘 그 학습지를 끊기로 했습니다. 자는 얼굴 보면 왜 그리 마음이 짠한지.......
저두 가을여행 가고 싶어요.

hnine 2006-09-08 0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세실님, 저도 다린이 오르다 수업 받는데 선생님께 떼 쓰는 것 보고, 수업 끝난 후 다린이와 진지하게 (?) 대화를 한 결과, 다음 주부터 오르다 끊기로 ㅋㅋ
 

리뷰에도 올린 '버림받은 성적표'라는 고등학생들의 시집을 엮은 구 자행님이 이 시집의 후기로 쓰신 글을 읽다가 적어 두었다. 언젠가 도움이 되려나? ^ ^

-시를 잘 쓰려면 순간에 일어나는 마음의 결을 붙잡아 보려고 애를 써야하고, 삶이 보이도록 장면을 환하게 그려 내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합니다.

-시는 또 지금 막 그 일을 겪는 듯이 써야 합니다.

-또, 시는 말을 아끼면서 써야합니다. 필요없는 말을 버릴줄 알아야 합니다. 시를 다 써 놓고 뺴도 좋은 말은 없는지 다시 살펴야 합니다. 이게 군더더기일까 싶은 구절이 있으면, 그 구절만 가리고 읽어 보세요. 그렇게 읽었을때 시맛이 더 살아나면 그 구절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빼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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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9-05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가옵니당^^

hnine 2006-09-06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은 이미 마음 속에 두고 계신 것들이지요? ^ ^
시를 쓰는 마음은 정말 특별한 것 같아요.
 
버림받은 성적표 - 고등 학생, 우리들이 쓴 시 보리 청소년 6
고등 학생 81명 시, 구자행 엮음 / 보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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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시기를 그저 좋~은 때라고만 부를 수 있을 것인가. 나 자신도 돌이켜보건대, 꼭 그렇지만은 아니었음을.

부산의 고등학생 81명의 자작시들의 엮음집 이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들도 아니고, 꾸미거나 치장하려 들지도 않은, 무심해 보이는 그들의 마음과 생각을 담은 솔직하고 풋풋한 시들이다.

 

 

종이 울린다

동시에 매로 문을 두드리며

고함치는 소리가 들린다

 

문은 닫히고

이상 자유는 용서 받지 못한다

 

매시간 10분전이 고비다

그때 마다 몇몇 죄수가 탈옥을 시도한다

그러나 결과는 종아리에 그이는 붉은

 

죄수명단을 들고 교관이 들어와 인원 수를 체크한다

압박감에 시달려 탈옥을 체념한

허리를 굽히고 눈을 감으며

엎드리는 죄수는 늘어만 간다

 

종이 울린다

동시에 죄수 수십 명이

발광하며 뛰쳐나간다

 

문은 열리고

그러나 자유여야 밖은 온통 학원

다른 감옥으로 옮겨지는 종소리일 뿐이었다.

( . 라는 구속 영장 全文)

 

우리학교 벚꽃은

소나무 옆에 있다

아이들은 벚꽃만 본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소나무는 서운해진다

( 우리학교 벚꽃 全文)

 

주목 받는 벚꽃보다는 그 옆의 소나무에 감정이입이 되어 쓴 시이다.

 

기성 시인들의 시도 좋지만, 기성이 되기 전의 이런 시인들의 시는 또 다른 느낌으로 와 닿는다. 시인을 만드는 사회와 교육, 입시 제도, '덕분'이라고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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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9-05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풍경들이 눈 앞에 떠오르는 살아있는 시입니다.
지금에서야 아련한 추억으로 남지만 절대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네요.
불쌍한 아이들...

hnine 2006-09-05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시라도 쓰는 동안 어떤 카타르시스가 되긴 되겠지요 그나마.

씩씩하니 2006-09-05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이렇게 느낄 정도루 힘이 들다니..이런 생각 해봅니다,..
많이 안스러워요...울 애들 크기 전에 제도적으로 뭔가 바뀔까요??

hnine 2006-09-06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우리 아이들도 맞이할 시기일텐데, 꿋꿋하게 잘 버텨나갈 수 있는 좀 낙천적인 성품을 길러주어야겠어요. 제도적으로 뭔가 바뀔까요...글쎄요 ^ ^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홍신자 지음 / 명진출판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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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래 전에 홍 신자 라는 이름과 함께 자유를 위한 변명이라는 책이 널리 읽혀졌던 적이 있었다 (1993년 출간). 스물 일곱 살의 늦은 나이에 느닷없이 무용가의 길로 나선 작가의 독특한 여정과 명상을 통한 자유의 부르짖음이 생소하면서도 참신하게 다가왔었다. 그 때 아마 한참 그런 류의 책들이 많이 보급되던 때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저자의 나이 예순 둘에 쓴 것으로, 여전히 춤과 명상, 내 몸과 마음의 자유를 누리려는 걸음을 계속하면서 쓴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이 책에서 특이한 점은 우리의 이 주는 메시지의 중요성에 대한 역설이다. 몸은 마음보다 훨씬 정직하며 몸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순간 그것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쓰고 있다. 마음 다스리기를 위해 몸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아니,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몸을 어떻게 섬기고 보살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놓았다. 1. 식사시간에는 책을 덮어라. 2. 오랜 친구를 만난 듯이 음식을 대하라. 3. 자기 체질에 맞는 음식을 선택 하라. 4. 왼손으로 먹어라. 5. 50번 이상 씹어서 혀에서 식도, 위로 넘어가는 느낌을 상상하라. 6. 좋아하는 그릇을 마련하라. 예를 들어, 만일 다시 태어나 새롭게 살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두말없이 단식을 권하겠다고 한다. 단식을 그저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기와의 싸움이며, 반죽음의 상태, 절실해진 내면과 육체의 만남이며, 세상에 나온 이후로 영혼이 맞이할 수 있는 가장 큰 침묵의 시간이라고.

 

인간도 근원적으로 자연의 일부이므로, 자연스럽게 본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집중하는 것, 거기에 참자유가 있다는 것.

 

70%쯤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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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9-04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유를 위한 변명> 좋았죠?
항구에 정박중인 배는 어쩌구 하던 구절이 그 책 맨 앞장에 적혀 있었던가요?
홍신자 씨의 책을 읽고 글 속에서 소개받아 <마하무드라의 노래>를
샀던 기억이......^^

비자림 2006-09-04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홍신자의 글을 읽고 난데없이 춤을 배우고 싶은 욕구가 일더라구요.
멋있는 분이세요.^^

hnine 2006-09-05 0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자유, 본성, 본연의 소리, 집중, 뭐 이런 키워드들의 책이면 요즘 저에게는 필이 팍! 꽂힙니다 ^ ^ <마하무드라의 노래> 저도 한번 읽으볼까 합니다.

비자림님, 뭔가를 배우고 싶은 욕구가 일게 하는 책, 좋은 책 맞지요? 요즘 고미숙남의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라는 책 읽고 있는데, 제 전공이 아닌 분야에 대한 공부 욕구가 살 살 일어나더라구요.

가을산 2006-09-05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덕에 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hnine 2006-09-05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저도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