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한 고양이 시시
슈테파니 츠바이크 지음, 안영란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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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러나 나는 모욕을 용납하지 않고, 원래 모욕감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하등의 가치가 없음을 알기에 그것을 거부한다.
p.11
인생에서 누군가를 알아가는 까다로운 처음 단계에서는 절대로 그때까지 드러난 인간의 성격과 과거를 이용해 그 사람을 길들이려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한 집에서 편하게 살기에는 젊을수록, 그리고 단순할수록 좋다.
p.31
 
나는 속으로 '삶이란 단지 현명하고 비축된 사고만으로 진행되는 건 아니다'라고 자신을 달래면서 자리를 떴다.
p.114
 
다시 말해, 불청객 게오르그가 그 날 내게 확실히 가르쳐준 게 있다면 삶은 주저하고 망설이는 자에게 벌을 내린다는 사실이다. 특히 사랑에 있어서.
p.121
 
그러니까 사랑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사람들이 그토록 많이 입에 올리고, 수없이 한숨짓고 노래하는 사랑....... 나는 이런 사랑이란 싱싱한 연어 한 토막만도 못 하고 몇 차례 후려갈겨 떠나보낼 정도의 가치만 부여하고 싶다.
p.125
 
슈테파니 츠바이크, <나를 사랑한 고양이 시시>
 
 
+) 고양이 한 마리라고 우습게 보아서는 안된다. 시암 고양이 '시시'는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보다 우위에 존재한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인간의 삶을 꿰뚫어보며, 그들의 잘잘못을 가릴 줄 안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은 무지한 존재들이며 그것을 이해하는 인간은, 그러니까 시시와 대화가 통하는 인간은 고귀한 존재가 된다.
 
시시는 '울리아'를 만나 함께 생활하면서, 자신이 율리아와 함께 해주고 있음을 잊지 않는다. 그들의 생활에서 주체는 시시지 율리아가 아니다. 시시는 주인을 선택한 고양이이며 인간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고양이이다. 이 책은 시시의 독백으로 전개되는데 읽고 있자면 정확한 통찰력에 탄식을 자아내게 한다.
 
인간이 아닌 동물의 시선으로 인간의 심리와 인간의 삶을 관찰하는 시선은 흥미롭다. 인간적인 시선을 배제하고 중립의 시선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시선까지 이어진다. 솔직하다고 해야 할까. 사실적이라고 해야 할까. 가끔 시시가 토로하는 인간과의 동거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고양이의 시선을 세밀하게 이끌어낸 작가 때문일 것이다. 유쾌하게 읽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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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최인호 중단편전집 5
최인호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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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삶이란 성녀 테레사 수녀의 말처럼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인 것이다. 인생이란 낯선 타향에서의 짧은 귀양살이에 지나지 않는다. 죽음이란 낡은 허물을 벗고 천지창조 전부터 있어왔던 본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슬퍼하거나 고통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죽음이라는 할례 의식을 통해 영원한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이별 없는 이별]
 
무엇보다도 먼저 네 마음의 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아무도 네가 말하는 것을 듣지 못한단다.
- [달콤한 인생] 
 
 그는 자신의 분노에 겁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피로해진 탓이라고 생각했다. 신경쇠약이 재발된 모양이라고 그는 스스로 심리분석을 해보기도 했다. 지난 십여 년 동안 한시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혹사한 탓으로 신경이 팽팽한 바이올린의 현처럼 끊어져버린 모양이라고 자위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참을 수 없는 분노는 더이상 긴장과 자제로써도 눌러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분노는 그의 입을 뛰쳐나오고, 그의 손끝은 불수의 근육처럼 움직였다. 술좌석에서 그는 술만 마시면 마주 앉은 사람들과 싸웠고 어떤 때는 병을 깨고 술상을 뒤집어엎어버리기도 했다. 그가 여행을 떠나온 것은 그런 모든 분노의 일상생활에서 도망쳐 온 것이었다.
- [깊고 푸른 밤]
 
수많은 말들이 입 안에서 튀어나가도 그것은 재빠르게 포도를 먹고 그 알맹이는 삼켜버리며 씨와 껍질만 익숙하게 뱉어버리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말은 더러운 씨와 껍질이었다. 말은 저주의 타액이었으며, 말은 씹다씹다 툭 뱉어버린 향기 빠진 껌에 불과했다. 그런 말들이 거리에 떠다닌다. 놓친 풍선처럼 둥둥 떠다진다. 몰래 거리에 버린 연탄재만 쓰레기라 할 것이낙. 뱉어버린 말들도 치울 수 없는 쓰레기들이었다.
- [이상한 사람들]
 
 
최인호, <달콤한 인생> 中
 
 
+) 최인호의 [타인의 방]이라는 소설을 무척 좋아했다. 환상과 서사 안에서 현실을 해부하는 느낌이랄까. 1970년대 초반 이런 소설을 썼다는 것이 굉장히 파격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 작품집은 꼬박 30년이 지난 뒤다. 마지막 작품집 이후로 꼭 20년만에 여섯 번째 창작집을 낸 것인데, 이 책을 낸 것이 2001년이었으니 그것도 꽤 시간이 흘렀다.
 
그의 첫 소설에서 느꼈던 신선함을 기대하기에 그는 너무 노련한 작가이다. 그만의 개성을 기대하기엔 좀 낯선 느낌이었고, 그렇다고 그의 필치와 동떨어진 것도 아니다. 그에 대해 말을 하기가 조심스러워지는 건 왜일까. 그에 대한 나의 호기심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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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조용히 살고 있다 - 제8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이해경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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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도 무관심도 아닌 배신이란 걸 알았을 때, 그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다. 사랑이 깊으면 오해가 쌓이고, 믿음이 크면 의심도 자라는 것인가. 아니면 모든 믿음은 오해의 결과이고, 사랑은 오직 의심을 낳을 뿐인가. 사랑의 뿌리는 믿음이므로, 믿음이 사라지면 사랑도 끝난다. 배신은 언제나 당하는 자의 것. 배신한 자는 예로부터 한 번도 배신한 적이 없다. 믿었던 적이 없으므로.
p.16
 
사실은, 사실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이라고 일컬어지는 모든 것들은, 그 사실이 발생한 뒤 단 일 초라도 시간이 지나야 인식의 대상으로 모양을 갖춘다. 요컨대 모든 사실은 과거에 속하는 것. 그러므로 확고부동한 사실이란, 알고 보면 정확한 기억 이외의 다른 것일 수 없다. 정확한 기억....... 완전하고도 유일한 사실의 복원....... 그게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혹은 자신의 행복을 믿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p.54
 
그녀는 오늘도 우연히 그와 마주치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헛된 바람이다. 우연은 언제나 기대 밖에서 찾아오는 기회이므로, 사람들은 흔히 우연한 기회에 어찌했다고 말하지만, 우연치 않은 기회란 존재하지 않는 법. 기회를 얻고 싶은 사람은 기대하지 말 일이다.
p.154
 
막을 수 없는 후회를 비키는 방법은 정반대의 과거를 상상해보는 공허한 놀이뿐이었다. 그가 미래에 대해 막막해하는 습관은 아마도 그 공상의 습관과 더불어 길러진 것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상상력이란 상상력은 과거를 향해 다 써 버려서 미래를 향해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게 되는 딱한 사정을 이해해줘야 하는 것이다.
p.198
 
 
이해경, <그녀는 조용히 살고 있다> 中
 
 
+) 이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실직한 뒤 아내의 오해(그가 소설다운 소설을 썼다는 오해. 사실은 이름이 같은 다른 사람이었는데.)가 발단이 되어 그는 소설을 써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다. 그는 처음에 소설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이것저것 책을 읽었으나, 그 어디서도 소설이 무엇인지 정의 내린 곳은 없었다. 그가 소설에 대해 깨달은 것은 없고 그래서 그는 한 글자도 쓰지 못한다.
 
이 작품은 소설로 인해 위기에 처한 남자가 소설이 무엇인지, 소설을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했는데 인물에 따라 소설을 대하는 문학관이 다른 점을 드러낸다. 문학동네 장편소설 수상작인 이 작품은 생각보다 길이가 꽤 길다. 그리고 작가가 정한 구조의 일부일지 모르겠으나 주인공을 둘러싼 우연이 반복되는 느낌이다.
 
작가의 말대로 '우연은 기대 밖에서 오는 기회'일지니 그것을 잡느냐 잡지 못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그러나 소설에서 남자는 자신의 소설을 위해 특별히 그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 소설을 쓰는 여자와 아내 사이에서 매개체 역할을 할 뿐인데, 그것은 수동적인 자세일 뿐이다.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일인 것이다.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이 글쓰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외부적 요인에 의한 일이지 주체의 문제는 아니다.
 
내용이 길어서 그런지 쉽게 압축되지 않는 점도 보이지만, 소설을 쓰는 것에 관해서 여러 인물들이 각기 다양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며, 심각하지 않은 어투로 소설쓰기를 대하고 있다. 그것을 감히 뚜렷한 주제의식이라고 불러도 될까. 어수선한 면이 없지는 않으나 자신이 제시하고자 한 바에 대해서 소설 속 상황과 인물의 행동 반경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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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계속 가라
조셉 M.마셜 지음, 유향란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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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젊은이가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삶이 왜 이렇게 힘든 거냐고. 이 질문에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할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네.
 
"살다 보면 기쁜 일만큼이나 슬픈 일도 있고, 이길 때가 있으면 질 때도 있으며, 일어서는 것만큼이나 넘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단다. 어디 그뿐이겠느냐? 배부를 때가 있으면 배고플 때도 있고, 좋은 일과 마찬가지로 나쁜 일도 일어나기 마련이야. 너를 절망에 빠뜨리려고 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이란 양지쪽을 걷는가 하면, 때로는 음지쪽도 걸어야 하는 여행이라는 사실을 깨우쳐 주기 위해 이 말을 하는 거란다."
 
"네가 낳아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너는 여기 이렇게 살고 있어. 너는 장점만이 아니라 약점도 가지고 있지. 인생의 모든 것이 다 양쪽을 지니고 있기 떄문이란다. 네 안에는 성공하고자 하는 의지와 더불어 기꺼이 실패를 감수하겠다는 마음도 함께 들어 있으며, 오만을 부리려는 편협함만이 아니라 연민의 정을 느끼는 따뜻한 심장도 함께 들어 있어. 아울러 삶을 외면하려 드는 두려움과 마찬가지로 삶에 용감하게 맞서고자 하는 용기도 함게 자리하고 있단다."
 
"강인함이란 삶의 폭풍에 용감하게 맞서고, 실패가 무엇인지 알고, 슬픔과 고통을 느끼고, 비탄의 구렁텅이에 빠져 보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것이란다. 너는 폭풍 속에서도 일어서야 하고, 바람과 추위와 어둠에도 용감하게 맞서야 하지. 폭풍이 부는 것은 너를 쓰러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네가 좀 더 강인해지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란다."
 
"강하다는 것은 네가 아무리 지쳐 있더라도 산꼭대기를 향해 한 걸음 더 내딛는 것을 의미한단다. 그것은 비통해하면서 눈물이 흐르도록 내버려둔다는 것을 뜻하고, 사방이 캄캄한 절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찾는다는 뜻이야. 또한 다시 한 번 심장이 고동치기를, 다시 한 번 태양이 떠오르기를 간절히 바라는 희망에 매달린다는 뜻이기도 하지. 한 걸음 한 걸음이야말로 너를 산꼭대기로, 다음 해돋이의 광명으로, 새로운 나날들에 대한 약속으로 좀 더 가까이 데려다준단다."
 
"산꼭대기를 향해, 해돋이를 향해, 희망을 향해 내디딘 가장 연약한 한 걸음이 가장 맹렬한 폭풍보다 훨씬 더 강하단다."
 
할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네.
"계속해서 가거라."
 
 
조셉M. 마셜, <그래도 계속 가라> 中
 
 
+) 친구가 선물한 책을 단숨에 읽었다. 인디언의 지혜를 배우고 싶어하는 걸 알고 있던 걸까? 아마도 친구는 내게 저 말을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도 계속 가라.'
 
인디언의 사상은 접할수록 더 깊이 빠져든다. 이 책은 아버지를 잃은 젊은이가 삶이 힘든 이유와 함께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할아버지에게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는 인디언 일화를 중심으로 지혜와 교훈을 전달하면서 이어진다. 누가 읽더라도 위로가 되는 책이다. 삶이 왜 이렇게 힘든 것인지 묻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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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세트 - 전2권
공지영.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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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언제나 오해를 낳는다.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들의 말이 두려웠다. 논쟁을 벌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힘든 일이었다. 정색을 하고 논쟁을 벌이려는 사람들을 항상 차가운 눈길로 보았다. 유치하지만 결실 없는 논쟁을 하기보다 침묵을 지키는 쪽이 훨씬 힘있다고 믿고 있었다.
츠지 히토나리, p.16
 
고독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쓸쓸함은 사랑을 약하게 만든다. 슬픔은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거기에 젊음이 더해지면 모든 것이 위태로워진다. 밝은 색을 잃어버린 화가가 그린 그림과 같았다.
츠지 히토나리, p.89
 
시간을 보니 약속한 시간에서 이십오 분이나 지나 있었다. 내 자신이 싫어지는 때가 이런 때다. 늘 하던 실수를 늘 하는 내 자신을 바라볼 때, 그리고 심지어 그것에 뻔뻔해지지도 못할 때, 하지만 다음번에 그 순간이 온대도 내가 결국은 그 실수를 또 하고야 말 거라는 걸 알 때. 머리에 끈을 동여매고 결심을 하거나 구호를 한 달쯤 외치며 참회의 눈물을 흘리거나 다시 태어나기 전에는 늘 데리고 살아야 하는 나의 결점들을 그렇게 보게 될 때. 그리고 내가 고작 거기까지의 인간이라는 걸 그래서 또 깨닫게 될 때.
공지영, p.85
 
"괜찮다, 괜찮아. 홍아, 네 나이 때는 정답을 못 찾는 게 정답이야. 모범 답안으로만 살면 진짜 무엇이 옳은지 모르는 거야."
공지영, p.132
 
 
츠지 히토나리, <사랑후에 오는 것들> 中
공지영, <사랑후에 오는 것들> 中
 
 
+) <사랑후에 오는 것들>은 일본인 남자와 한국인 여자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에 관한 이야기다. 츠지 히토나리는 작가를 지망하는 일본인 남자의 시점으로 서술하고, 공지영은 일본에 유학간 한국인 여대생의 시점으로 서술한다. 처음에 책을 구입했을 때 무엇부터 읽어야 하는가 고민했는데, 나는 츠지 히토나리의 책을 먼저 선택했다. 만약 공지영의 책부터 읽었다면 어땠을까. 지금과는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이 두 권의 소설은 한일 관례를 돌아보는 시기에 쓰여진 것 같다. 그러나 꼭 한일 관계에 얽매여 소설을 읽을 필요는 없다. 사랑하는 사이에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차분히 조명하기 때문이다. 일본인으로서, 가난한 대학생으로서, '준고'는 사랑하는 '홍이'를 만나 시련의 상처를 잊고 영원히 사랑하리란 생각을 한다. '홍이'는 유학을 가서 만난 일본인 남자를 사랑해서 한국집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와 동거를 시작한다.
 
두 사람의 사랑은 영원할 것 같으나 각자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므로 문제에 부딪치기 시작한다. 가난한 준고와 넉넉한 홍이, 늘 아르바이트에 쫓기는 준고와 늘 외로움에 시달리는 홍이, 미안한다는 사과 한 마디도 표현하기 어려운 준고와 단 한 마디의 사과를 기다리는 홍이. 그들의 문제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너무나 쉽게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7년 뒤, 한국에서 기적처럼 재회하게 된다.
 
남자의 입장과 여자의 입장을 듣게 되면서 각자의 마음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오해라는 것은 대화에서 생길 수도 있지만 침묵에서 생길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표현해야 하고, 때로 절제해야 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피해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사소한 말이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침묵이 상처를 주기도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 소설이다. 또한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 상대방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느끼며 생각하는 노력을 해야 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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