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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보니
이주형 지음 / 다연 / 2018년 8월
평점 :



어쩌다 어른
이 책은 어른으로 부모로 살아가는 수 많은 이들이 고민하고 공감하는 이야기들로 묶여 있다. 저자는 총 4가지를 말하고 있다.
행복을 누리기, 참고 버티기, 내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기, 자신의 삶을 격려하기 이다.
이미 기성세대가 된 자신의 상황 속에서 주변을 둘러보면서 행복에 대해 다시금 느끼기도 하고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조심스럽게 조언을 하기도 한다. 책 말미에 나와 있는 대로 평범하게 대학에 진학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결혼을 하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자녀를 낳고 키우는 것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세상에 살아간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뚜벅뚜벅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주변의
시선과 경쟁, 비교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미소 짓기도 하게 만들고 때론 공감 하게도 만든다. 저자의 이런
마음이 귀하기만 하다.
카페에서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하는 여고생들의 수다를 우연히 엿듣고 응원의 말 한마디와 작은 조각 케익을 선물한
작가의 마음 씀씀이가 무척 사랑스럽다.
딸에게 엄마가 삶의 목적과 의미를 묻자 교복을 입은 딸은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고 지나간다는 위로의 말을 건넨다.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모습이 가능한 건 아마도 '엄마'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저자는 자신보다 더 훌륭한
부모가 많다는 사실을 한 번 더 자각한다.
첫 눈에 반한다? 라는 말은 진부하지만 여전히 유효하기에 지금도 끊임없이
연인들을 만들고 있다. 불 같은 연애를 하고 그 사랑을 가까이서 지속하고 싶어 결혼을 한다. 하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연애 할 때 보이지 않았던 현실의 문제와 벽을 경험한다. 그렇다고 사랑이 식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랑을 경험하면서 살게
된다. 수 많은 사람 중에 바로 하필 '그' '그녀'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건 어떠한 이유로도 설명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건 오로지 심장만이 알려주기 때문이다.
실패, 실망, 절망 같은
단어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게 된다. 피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다만,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다들 삭히고 있을 뿐이다. 마치 야구에서 홈런왕이란 명예를 얻기 위해 삼진왕이란 불명예를 얻는다. 3할이라는
높은 타율을 자랑하는 타자도 7번은 아웃을 당할 수 밖에 없다. 힘들어하던
후배에게 집으로 초대해 같이 먹은 몇 번의 식사로 그 후배는 삶의 원동력을 다시금 가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너무 힘들어 절망적인 순간, 친구가 집 앞에 찾아와 말없이
커피를 마시고 '우리 같이 힘내자!'라는 말로 절망의 순간에서
희망의 빛을 발견하게 해준다. 우리는 그렇게 누군가를 돕고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일요일 날 월요일 출근하여 회사일로, 상사로부터, 거래처로부터 시달릴 생각에 잠 못 이루는 월요병 환자들이 많지만 사실 월요병에 걸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은 쉽게 망각한다. 모두 힘든 삶을 살고 있다. 그저
이 힘든 시기를 버티는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연말에 명함을 정리함으로써 자신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이 누군지를 다시금 되새기는 작업을 한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휴대폰과 SNS의 친구로써 자신의 인맥을 자랑하고 위안을
삼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실상은 허수인 경우가 다반사이다. 명함의
개수는 인맥이 아니다. 또한 연락처만 가지고 있다고 다 인맥이 되는 것도 아니다. 삶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만 인맥이 된다.
물에 빠진 사람에게 멘토는 자신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다고 질책하고 동료는 자신의 말을 진작에 듣지 않았다고
비난하지만 친구는 말 없이 물 속에 뛰어 드는 비유를 통해 팩트가 누군가에겐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팩트 폭력>
깊은 강물에 한 사람이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를 본 멘토가 소리를 지른다.
“할 수 있어! 너는 할 수 있다고!
나는 수영을 잘할 수 있다고 외쳐봐! 그러면 믿는 대로 될 거야! 희망을 가져, 희망을!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야 해!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고!”
옆에 있던 인생 선배도 한마디 한다.
“그러게 내가 평소에 수영을 배워놓으라고 했잖아. 이렇게 된 건 모두
네 책임이라고.”
멀찍이 지나던 전 직장 동료도 한마디 보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피서라 생각하고 맘껏 즐기세요, 날도 더운데.”
그러나 가장 가까운 친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물속으로 뛰어든다.
자신이 수영을 못하는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물에 빠진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팩트 폭력이 아니라 밧줄이다.
<엄마와 딸>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카페에서 한창 원고 작업 중이었다. 그 와중에 나는 본의 아니게 옆 테이블의 여학생과 엄마가 하는 대화를 엿듣고 말았다.
“난 요즘 꿈도 없고 사는 게 재미가 하나도 없어. 인생에 대한 회의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어, 너무 조바심 내기 말았으면 해. 양손에 쥔 거 조금 내려놓고 마음을 잠시 쉬게 하면 좋을 거 같아.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 힘든 거 다 아니까.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잖아.”
평범해 보이는 이 대화가 흥미로웠던 이유는, 고민을 털어놓는 쪽은
엄마였고, 위로하며 조언을 해주는 쪽은 교복을 입은 어린 딸이었기 때문이다.
딸이 너무 대견해 보였지만 사실 더 멋져 보이는 것은 그 엄마였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모르지만 평소 부모 자식
간에도 수평적이고 인격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있으니 그런 대화도 가능했을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했기에
그런 관계가 가능한 것일까. 이런 때는 나 말고 다른 부모는 아이들을 다 잘 키운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로서 또 한 번 열등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