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연히 디씨인사이드 독서갤러리에 놀러 갔다가 한 흥미로운 게시물을 발견했다. 흔히 디씨인사이드라고 하면 인터넷의 온갖 찌질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갤러리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독서갤러리는 내가 아는 한 독서와 고전을 사랑하는 커뮤니티 중의 하나다. 사실 나는 언젠가부터 신간 정보를 신문이 아닌 독서갤러리에서 얻는다. 역설적으로 디씨인사이드는 극단적 선택과 연관된 갤러리가 있어서 직장인 학교에서는 접속이 차단된 사이트다.

 

어쨌든 독갤(독서갤러리)에서 헌책을 좋아하는 독봉이를 위한 추천 도서 목록에 내 책 <오래된 새 책>을 그중 하나로 꼽은 글을 발견한 것이다. <오래된 새 책>2011년에 나온 내 첫 책이다. 모든 작가는 출간 경험은 감회가 남다른데 나도 마찬가지다. 이 책 덕분에 지금까지 책을 내고 있으니까 말이다. 2000년 초반 나는 열성적인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였다.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받기도 했으니까.

 

그 당시 콜럼버스는 위인이 아니라는 취지의 글을 썼는데 그 기사를 출판사 사장님이 눈여겨보신 모양이다. 마침, 위인의 어두운 뒷면을 말하는 책을 기획 중이었다는 것. 그래서 출판사에 들러 계약하기로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역사 전공자도 아니고 누군가의 뒷담화를 책으로 남기기가 개운치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헌책과 희귀본 수집을 좋아하니 그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고 싶다고 제안해서 <오래된 새 책>이 나온 것이다.

 

참 재미나게 쓰긴 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때도 글솜씨가 신통찮았고, 퇴고도 거의 하지 않은 부족한 책이었다. 그런데 책이 나오자마자 중앙일간지에서 기사를 냈고 특히 동아일보는 문화면 1면 탑으로 실어주었다. 한 신문사는 기자, 인터뷰어, 촬영기사 세 명이 내가 사는 곳에 내려와 취재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때만 해도 책만 내면 당연히 신문 기사는 나오는 줄 알았다.

 

사실 <오래된 새 책>은 겨우 중쇄만 찍은 많이 팔린 책이 아니다. 초판도 1천 부 찍었더랬다. 그리고 나온 지 14년이 지났다. 요즘 내 책이 나오고 한 2주 지나고 반응이 신통찮으면 이번에도 틀렸어라고 포기하게 되는데 아직도 이 책이 언급되고 기억되는 것이 나는 참 어리둥절하다.

 

새삼 <오래된 새 책>을 다시 살펴보면 추억이 모락모락 떠오른다. 이윤기 선생의 <하늘의 문> 권정생 선생의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 납니다> 신영복 선생의 <엽서> 등 당시 헌책 수집가가 욕심내던 목록을 하나씩 구할 때마다 느꼈던 희열과 행복. 지금은 그런 열정도 희열도 거의 없으니 이 책이 가끔 소중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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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7-17 1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유, 왜요. 저도 이 책 재밌게 읽은 기억이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이책으로 작가님을 처음 알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르치시는 일을하셔서인지 정말 잘 읽혔죠.^^

박균호 2025-07-17 10:2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선생님 책에서 언급해주셨죠 ! 감사합니다 .
 

나로 말하자면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오래된 새 책> 이전과 이후로 나눠지는 것 같다. 정신없이 전방위적으로 장르 불문하고 좋다는 책은 다 샀고 뭐든지 구하기 힘들다는 책은 마치 나에게 주어진 과제처럼 혈안이 되어 구했더랬다.


헌책과 희귀본 수집담을 그린 것이 <오래된 새 책>이다. 그리고 이렇게 수집한 책을 누군가 귀하게 여겨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쓴 것이 이번에 나온 <이런 고민, 이런 책>이다.

 

<오래된 새 책> 이후 본격적으로 책 내는 사람이 되고서부터 책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졌다. 독자가 아닌 저자의 필요에 부합하는 책을 사기 시작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따라서 모든 책은 기본의 자료와 문화 그리고 이야기를 토대로 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책을 내기 위해서는 참고 자료가 필요하다. 이른바 사전을 비롯한 참고 자료를 사기 시작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내가 이 책을 집필할 때 참고할 가능성이 있는 책만을 사기 시작했다. 몇 년 전 집 리모델링을 하면서 버린 천 권 이상의 책은 거의 <오래된 새 책> 시절에 산 것들이다. 단순히 읽기용이거나 내 기호와 상관없이 귀하고 구하기 힘든 책들.

 

따라서 내 서재에는 읽지 않은 책이 더 많다. 주로 고전 소설, 인문학, 역사책이 대부분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고전을 읽을 때마다 신기하고 재미나며 인생의 귀가 막힌 통찰이 담긴 문장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언젠간 쓸 일이 있는 문장이고 집필이나 강연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문장들. 그 문장이 몇 쪽인지도 기록한다. 그런 문장이 담긴 책은 절대로 버리지 못한다. 고전문학은 새 번역이 새로 꾸준히 나오지만, 새 판본은 그 문장이 담긴 쪽수가 달라질 테니까 말이다.

 

아마도 나는 1천 쪽이 넘는 나폴레옹 전기나 6권짜리 <로마제국쇠망사>를 죽을 때까지 완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언제가 책을 쓸 때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해서 그 책을 펼쳐볼 필요가 생길 가능성 때문에, 서재에 둔다. 나는 어쩌면 이런 책들을 읽지는 않지만, 서재에 두고 바라보는 것 자체로 든든하고 영감을 받을지도 모른다.

 

인터넷에는 광대한 자료는 있지만 요약되거나 일부분을 떼어온 것이 많다. 일부만 참고해서 글을 쓰면 오류가 많고 원저자의 의도를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한다지만 이 역시 오류가 많아서 사용자는 인공지능이 제시한 자료의 신빙성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서재는 나를 조련하고 나는 인공지능을 조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모든 능력은 역시 독서와 든든한 참고용 책을 겸비한 서재에서 나온다. 읽지 않은 책으로 가득한 작가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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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7-17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읽은 책 보다 읽지 않은 책이 더 많고, 읽는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습니다. ㅋㅋ 자꾸 책 사고 싶고. 그나저나 그 천권되는 책을 어떻게 버리셨나요? 가슴이 찢어지셨을 것 같은데. ㅠ
저도 이제부터라도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야겠습니다. 전엔 그 메모한 것도 잊기도하고, 메모장도 잃어버리면 무슨 소용이냐며 메모 안하는 게으름에 정당성을 부여했죠. 이젠 그러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좋은 가르침 받고 갑니다.^^

박균호 2025-07-17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메모를 남겨두면 그래도 뭔가 건진게 있다는 성취감이 들어요 . 그리고 책 사는거 재미있잖아요 . 자꾸 사게 됨 ㅎ

다섯 2025-07-18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사는 거 재미있고 흥분되죠. 며칠 전 유튜버 ˝k편집자˝에 소설가 김연수가 나와서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예전에 읽었던 세계문학전집은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다가 불현듯 이런 장면이 있었지 하는 식으로 단편적으로 기억이 날 뿐이다.‘ 메모하는 것도 좋고, 이처럼 살다가 갑자기 다가오는 장면으로 기억되는 것도 좋습니다. 새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박균호 2025-07-18 11:2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김연수 작가도 그렇다니 위안이 되네요 ㅎ
 
작품 을유세계문학전집 97
에밀 졸라 지음, 권유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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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을 좋아했다. 짜깁기에 불과하지만, 대학 졸업 논문도 서머싯 몸을 썼었다. 입대를 앞두고 학교 도서관에서 읽은 <인간의 굴레>는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주인공 필립의 인생 역경이 어찌나 몰입되던지. 서머싯 몸 작품 중에서 읽기 난해하거나 지루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내가 다녔던 영문과에서 서머싯 몸을 비중있게 취급하지 않았다. 고전을 주로 다루는 영문학과에서 다룰 만큼 문학적 깊이나 문학사적 입지가 그다지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러거나 어쨌거나 나는 깊이 존경하며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하나로 여긴다.

 

그런데 최근 에밀 졸라의 <작품>을 읽었다. 에밀 졸라하면 <목로주점>이나 <제르미날>를 흔히 떠올리는데 나는 에밀 졸라의 책이라면 모두 구매해서 재미없는 책에 실망했을 때 하나씩 꺼내 읽는다. 에밀 졸라 역시 실패가 없는 작가다. <작품>은 에밀 졸라의 평생 친구였던 세잔을 모델로 삼은 소설로 알려져 있다. 주인공 클로드는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완성하지 못하는 걸작에 집착하다가 결국 파멸하는 인물. 세잔은 파멸한 소설 속 주인공이 자신을 모델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심한 충격과 모욕을 느껴 졸라와의 우정을 끊었다.

 

<작품>을 읽다 보니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서머싯 몸이 왜 통속소설가로 치부되는지 이해가 되었고 <달과 6펜스>가 왜 그토록 많이 읽히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 흔히 예술가 특히 화가의 소설이라고 하면 <달과 6펜스>를 흔히 떠올리는데 에밀 졸라의 <작품>이야말로 화가 소설의 최고봉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예술에 몰입하는 화가의 인생을 이토록 치열하고 잔인하리만큼 사실적으로 묘사한 책이 또 있을까 싶다. 그 와중에 600쪽 소설을 단숨에 읽게 만드는 재미까지 놓치지 않았으니. 화가에게 그림의 소재로 삼을 게를 주고 그림값으로 게를 주겠다는 화상, 자기 아내를 누드모델로 삼은 남편, 남편의 사랑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기꺼이 누드모델이 되어 준 아내, 자기 아들이 죽었는데 5시간에 걸쳐 아들을 화폭에 담는 일에 몰두한 아버지 화가. 끝내 아내를 버리고 대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자살하는 남편.

 

비참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으면서도 읽는 극강의 재미도 놓치지 않는 소설을 세상에서 가장 잘 쓴 고전 작가. 에밀 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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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7-14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혹시 세잔을 모델로 했다는 그 소설일까요? 당시에 누구나 알아보게 쓰는 바람에 논란이 되고 작품을 위해 친구를 팔아먹었다는 비난을 받았다던데 말이죠. ㅎㅎ
저는 에밀 졸라 <패주>가 너무 재미없어서 이 사람 작품을 봐 말아? 하고 있는데 박균호님 글을 읽으니 또 봐야 하나 싶기도 하네요. ^^
아 그리고 새 책 내신거 축하드려요.

박균호 2025-07-14 09:42   좋아요 1 | URL
아. 네 맞습니다. 세잔을 모델로 했다고 알고 있어요. 제가 아쉽게도 <패주>를 읽어보지 못해서 뭐라 말씀을 드리지 못하겠네요. 그런데 호불호가 좀 갈리긴 할 것 같아요. 에밀 졸라의 작품말이죠. 취향이 안 맞을 수도 있죠. 통상적으로 에밀 졸라 입문 순서가 목로주점, 제르미날, 나나, 인간 짐승. 뭐 이런 식이라고 말들 하더라구요. 로공 마카르 총서 1번이라고 하는 <루공가의 행운>(을유판은 루공가의 치부)읽고 있는데 초반 부터 정말 재미나요 ^^ 단 세밀한 풍경 묘사를 이겨내셔야 할 것 같아요...ㅎㅎ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책장을 우연히 펼쳐보다가, 그 속에서 머리카락 한 올을 발견했다는 독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분은 그것이 아버지의 머리카락일 거로 생각했고, 순간 울음이 터졌다고 했다.


그 사연을 들은 뒤, 생각이 많아졌다. 나에게도 아버지가 남기신 책들이 있다. 몇 번이고 책장을 넘기며 혹시라도 메모나 밑줄, 접힌 귀퉁이 같은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을까 살펴봤다. 그런 자취 하나라도 발견되면, 잠시나마 아버지를 잠시나마 뵙는 느낌일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아버지도 나처럼 책과 정신적 사랑을 나누는 분이어서 책에 그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으셨다. 그 아쉬움이 자꾸 마음에 남았다.

 

나는 책을 많이 읽었다. 하지만 나 역시 책 속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언젠가 내가 세상을 떠난 뒤, 누군가 내 서재를 마주하게 된다면, 그 책들 속에서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조금이라도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이런 고민, 이런 책을 쓰게 된 계기였다. 적어도 내 딸은 내가 느낌 감상을 알았으면 좋겠다 싶었다. 벌써 제 부모 없는 세상을 무서워하는 딸에게 작은 흔적이라도 남겨두면 좋겠다 싶었다.

 

한때는 희귀본 수집에 푹 빠져 있던 시절이 있었다. 초판본이나 서명본 같은 책들을 모으는 즐거움에 빠져 지냈다. 그중에 박완서 선생님의 오래된 소설책 한 권이 있다. 십수 년 전, 중고 서점에서 낡은 책을 하나 샀는데, 안쪽에 작게 자필 서명이 적혀 있었다. 가격은 3만 원쯤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 문득 그 책이 생각나 검색을 해봤다. 박완서 선생은 원래 서명을 잘 하지 않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였다. 실제로 한 권이 올라와 있었고, 가격은 80만 원이었다. 꽤 놀랐다. 그런 책이 아무도 모르게 폐지 무게 값으로 넘어가는 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이 책은 비싼 책이니 그냥 넘기지 말라는 의미로나마 글을 남기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책의 가치는 결국 가격이 아니라, 그 책이 내게 어떤 시간과 마음을 남겼는지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와 각별한 추억이 있고, 나를 위로해 주었고, 내 삶을 돌아보게 했고, 앞으로 살아가는 방향을 조용히 짚어주었던 책들. 그런 책들이 더 오래 남아야 한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고민, 이런 책에는 비싸고 귀한 책보다는 그런 책들을 담았다. 비싼 책이 아니라, 아직도 어른이 되기에 서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들. 나 역시 그런 시기를 지나며, 책 속에서 길을 찾고 싶었던 사람 중 하나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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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0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7-10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냥 2025-07-10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인이 된 남편의 책장을 정리한 입장에서 한 말씀 드린다면 너무 많은 책을 남겨 두시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전에 누군가 유명인에게 증정 된 작가 서명이 있는 책이 중고 책방에서 더러 발견 되어 빈축을 사는 일도 있었는데 제가 그런 일을 했더라구요. 일일이 책을 다 점검 할 수 없고 한꺼번에 처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더군요. 연구실에 있던 책과 집의 서재에 있는 책을 정리 하자니 이게 가능한 일이 아니더라구요. 한 트럭분의 책을 다 실어 내자면 감상에 젖어있을 여유가 없었어요.박균호님은 아직도 너~~~무 많은 시간과 여유가 있을테니 손수 정리를 하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남아있는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소장 할 수 있을 만큼의 의미 있고 소중한 책을 남긴다면 자녀도 기쁘게 자랑스럽게 소장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저러나 어쩜 그리 책을 자주 출간 하시는지 그것도 참 대단한 능력이다 싶네요. 새책 출간 축하합니다.

2025-07-10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7-11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7-11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5-07-1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독서에세이를 내봤고(그땐 순전히 운이 좋았지만) 여전히 독서에세이는 누군가에 의해 나오지만 작가님의 이 책은 웬지 처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을 생각하면 작가님의 이런 시도가 좀 이른 건 아닌가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작가님이나 저나 살아 온 날들 보다 살아갈 날들이 점점 짧아지고 있으니 어느 때 한번 이런 책을 쓰던지 읽는 것도 의미는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작가님이 남다른 마음으로 쓰시지 않을까 합니다.
지난번 왠지 타이밍을 놓친 것 같아 인사를 못 드렸는데, 이 페이퍼를 빌어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쓰시느라 수고 많이하셨고, 축하드립니다.^^

2025-07-11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7-11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5-07-11 1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저도 언제가 제가 세상에 없을 때 우리 딸들이 아빠가 시시콜콜 일상 이야기를 썼던 글들을 읽어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남겨놓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어쩌면 언젠가 시간이 나면 어떤 특정한 주제별로 글들을 모아둘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박균호 2025-07-11 12: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자식에게 부모와 관련된 이야기는 갈수록 소중하지 않을까요? 감은빛님도 좋은 글 남기시길 기대합니다 !

2025-07-16 0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7-16 0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언젠가 서재 주인이 세상을 떠나면 책도 세상을 떠난다. 헌책 수집하는 사람에게 가장 슬픈 순간은 사고 싶은 책이 있는데 돈이 없어서 못 살 때가 아니라 도저히 헌책방에 나와서는 안 되는 책을 만날 때다. 헌책방에 도저히 나와서는 안 되는 책은 그 누구와 평생을 함께한 반려 책이다. 그 누군가의 반려 책은 주인과 생사고락을 함께 할 운명이다.

대부분의 반려 책은 한 사람의 주인만을 섬긴다. 그러나 책 주인은 반려 책이 혼자 세상에 남아 미운 오리 새끼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내 반려 책도 마찬가지다. 내가 없어도 내 딸이, 내 아내가, 내 손자가 내 반려 책을 식구처럼 대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딸아이를 붙잡고 서재에 하루 종일 머물며 내가 사랑했고 각별했던 책을 한 권씩 들어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지만 장서가는 죽어서 장서를 남긴다.

그러나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사람은 드물고 장서를 남기는 장서가도 드물다. 한 사람의 애정서는 주인과 함께 사라지기 마련이다. 내 책이 아니고 그 사람의 책이 되기 때문이다. 먼지를 뒤집어쓴 그 사람의 책은 눈치 없이 소중한 공간을 차지하며 반갑지 않은 먼지를 양산하며 이사를 망설이게 하는 비용을 만드는 천덕꾸러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 사람의 반려 책은 그 사람에 대한 가장 정확한 기록이다. 한 사람의 서재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고 어떤 생각으로 살았는지 알 수 있다.



남성이 부엌으로 향하는 데 걸림돌이 된 것 중 하나는 요리책이다. 20세기 초반까지 대부분 요리책이 여성에 의해서 여성을 위해서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남성을 위한 요리책이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이를 계기로 진정한 남성이라면 아내의 도움 없이도 베이컨 구이나 달걀부침 정도는 스스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인식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런 측면에서 남편이 아내를 위해 쓴 요리책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여러모로 의미가 큰 성과다. 애초 전통적으로 사냥을 하고 사냥감을 요리하는 것은 아버지의 역할이었다. 남자가 요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하나도 없지만 요리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요리는 혼자 살아남기 위한 생존 기술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배워야 할 생활 기술이기도 하다. 요리는 우리를 더 독립적이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내 딸아이는 가끔 자신이 함께하지 않은 아버지의 삶이 궁금할 수도 있고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관해서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자신이 집을 떠나있는 사이 제 엄마와 아빠가 어떻게 살았는지도 궁금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나는 내 딸아이에게 내가 평생 함께했고 인연이 깊었으며 내 딸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은 이야기를 한 권에 책에 담겠다는 욕심을 냈다. <이런 고민, 이런 책>은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따라서 이 책은 '이 책은 명작이기 때문에 꼭 읽어야 해'가 아니고 '내가 평생 사랑했고 친하게 지냈던 친구를 알려줄게'다. 아버지의 친구는 자식에게도 좋은 친구가 될 것이며 조언자가 될 것이다. 사람이 친해지려면 하나의 계기가 필요하듯이 책도 마찬가지다. 내 반려 책들은 모두 다른 매력으로 내 평생 친구가 되었고 다른 사람에게도 평생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고민 이런 책>에 나오는 내 반려 책들은 인생의 힘든 순간을 버텨낼 수 있는 위로와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조언을 담고 있다. 나는 평생 책만 읽는 바보였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을 읽는 재미도 즐기면서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며 현명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물론 책 한 권으로 인생을 바꿀 수는 없다. 나는 서재에 꽂힌 책을 굳이 읽지 않고 바라만 보아도 어떤 영감을 얻는다고 믿는데 <이런 고민, 이런 책>의 책들이 말하는 인생 조언을 당장 실천하려고 애 쓰지 않아도 언젠가는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이런 고민, 이런 책>의 책들은 모두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재미난 사람과 함께 한 시간은 잊히지 않는 추억을 남기듯이 재미난 책을 읽은 순간은 독자들의 가슴에 아로새겨져 필요한 순간에 알라딘 램프로 여러분 곁을 지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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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6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7-06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7-08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7-08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7-08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균호 2025-07-08 15:20   좋아요 1 | URL
저의 일등 독자이시니까요 ^^

2025-07-08 2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균호 2025-07-08 20:25   좋아요 1 | URL
네 부디 즐거운 독서가 되시길 !

베터라이프 2025-07-11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두에 쓰신 글이 문득 마음에 와 닿습니다. 빛바래지고 때론 먼지내음이 나는 제 서가에 오래된 책들이 그런 연이 있었겠죠. 책은 영원하지만 그 책주인은 유한하다는게 진리처럼 부정할 수가 없네요.

박균호 2025-07-11 12:47   좋아요 1 | URL
공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더운데 건강관리 잘 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