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일요일 아침입니다.

하지만 5월 18일이 다가오면 우리는 늘 한 번쯤 생각하게 됩니다.


《 5.18 민주화운동 》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잊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하는 자들의 의지로 남는 법이니까요.


오늘은 책으로 광주를 기억해보고자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네 권의 책을 소개하려 합니다.

이 책들을 통해 그날의 광주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 5·18 광주민주화운동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광주 시민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군부 독재에 맞서며 민주화 운동을 펼쳤습니다.

계엄령, 언론 통제, 폭력 진압 아래에서도 시민들은 굴하지 않고 끝까지 목소리를 냈습니다.


계엄군은 폭동적 시위 진압 방식을 고수하며 무고한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구타하고 살해하였습니다.

성폭력 등의 성범죄를 저질렀으며 불법 처형 또한 서슴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아들이자 딸이었던 어린 학생들도 그렇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럼에도 도청을 지키던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권리를 외쳤습니다.


5·18은 폭동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신군부에 의해 광주 폭동 혹은 광주사태로 불렸지만, 5·18은 엄연히 시민의 봉기이며 민주주의의 뿌리입니다.

우리는 그날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소년이 온다』 – 한강


"네가 죽은 뒤, 나는 살아가는 게 두려웠다. 살아 있다는 게 죄스럽고, 숨 쉬는 일조차 너에게 미안했다."


광주의 한복판, 도청에 남은 동호의 시선으로 그날을 따라갑니다.

피와 비명, 절규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놓지 않으려는 존재들이 등장합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슬퍼서 읽고 나면 온몸이 아프고 한동안 말이 사라집니다.

이 책은 단지 한 편의 소설이 아닌 그날을 견뎌낸 사람들에 대한 살아 있는 증언입니다.





 『녹두서점의 오월』 – 김상윤, 정현애, 김상집


"오월은 한 번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마음의 기록입니다."


오월은 단지 1980년 5월의 사건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줍니다.

책방이라는 공간 안에서, 사람들은 책으로 연대하고 말로 위로하며 오늘의 민주주의를 키워갑니다.

광주의 녹두서점을 중심으로 5·18 이후의 기억, 운동, 변화의 흐름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저수지의 아이들』 – 정명섭


- 원제 저수지 총격 사건(1980년 5월 23일)

- 주남 마을 미니버스 총격 사건(1980년 5월 24일)


외곽 봉쇄 작전을 수행하던 계엄군은 무고한 아이들과 시민들에게 무자비하게 사격을 가했습니다.

시민 학살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던 때라 이일을 기억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사라진 가족, 무장한 군인들, 두려움과 슬픔 그리고 고통.

 『저수지의 아이들』은 아이들의 눈으로 5·18을 바라보게 하는 어린이 그림책입니다.

책에서는 두려움보다 희망을 강조합니다.

읽고 나면, 세상이 아이들에게 절망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조용히 묻게 될 것입니다.





 『봄꿈 : 광주의 조천호 군에게』 – 고정순, 권정생


아빠의 영정 사진을 들고 있는 다섯 살의 조천호 군.

권정생 작가님이 실제 아버지를 잃었던 그를 떠올리며 쓴 따뜻하고 애틋한 편지입니다.

동화 같은 문장 속에는 어른들이 말하지 못한 슬픔과 사죄의 감정이 고요하게 흐릅니다.

봄이 와도 꽃을 피울 수 없었던 아이의 이야기는 읽고 나면 누구라도 가슴 깊이 울게 될 것입니다.



■ 간밤의 단상


우리는 역사를 읽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에 더 가까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기억은 어쩌면, 가장 조용한 방식의 저항이 아닐까요?


나쁜 짓을 저질러도 그들이 더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부분 나쁜 짓을 저지른 가해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조용해지고 묻히기 때문에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보란 듯이 잘 살고 있는 것이지요.

무고한 시민들부터 학생, 어린아이까지 학살을 당했는데 가해자 전두환은 제대로 처벌도 제대로 받지 않고 잘 살다가 죽었습니다.

비단 역사적 사건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사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진실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서 침묵하고 있습니다.

즉,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에 대한 저항인 것입니다.


오늘처럼, 말 대신 책을 꺼내어 읽는 것도 광주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건넴의 대상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잊지 않고 싶은 분

아이와 함께 기억을 나누고 싶은 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오늘, 당신은 무엇을 기억하고 있나요?

그 마음의 기록을 함께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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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의 근원을 이해하는 데는 자기효능감이 꼭 필요하지만, 철학적 통찰도 도움이 된다. 불확실성과 존재의 상대성은 삶의 필연적인 부분이고 우리가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한 항상 함께하는 조건들이다. 겪어보지 않은 것, 미지의 것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여 이용하고 열린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자신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실수를 더 잘 이해하고 두려움 없이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다.


— 『완벽주의자의 조용한 우울』, 엘리자베트 카도슈




■ 하나의 사유


우리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살아갑니다.

남보다 앞서야 하고 실수하지 말아야 하는 등 늘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조용히 말해줍니다.

완벽은 목표가 아니라 착각이며, 불확실함은 결핍이 아니라 조건이라고요.


삶에는 늘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따라옵니다.

처음 해보는 것, 익숙하지 않은 것 심지어 내 마음조차도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스스로에게 '괜찮아, 처음이잖아.'라고 말해주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불확실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우리는 이미 삶을 살아내는 힘을 갖춘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완벽주의자가 가장 놓치기 쉬운 건, 실수해도 괜찮다는 자기 허락 그리고 자기 자신을 향한 다정한 이해입니다.




오늘, 당신은 어떤 불확실함 앞에 서 있나요?

그것이 불안함이 아니라 가능성의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이 문장을, 조용히 마음에 품어보세요.

그리고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이 글을 건네주세요.

당신의 다정함이 또 다른 마음을 환하게 비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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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

저자 사이먼 반즈

현대지성

2024-12-03

원제 : The History of the World in 100 Plants

역사 > 세계사

과학 > 식물




밀, 커피, 목화… 이들은 단순한 식물이 아닌, 인류의 국경과 문명을 뒤흔든 조용한 권력이었다.




■ 책 속 밑줄


우리 인간은 스스로를 이성을 갖추고 자연을 뛰어넘은 고귀한 존재, 무한한 능력을 지니고 천사처럼 행동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고, 세상을 우리 뜻대로 주무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여전히 식물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 우리의 과거는 모두 식물과 관련이 있다. 우리의 현재도 모두 식물과 관련이 있다. 식물이 없다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그 100가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는 나무와 함께 시작한다. 아마도 모든 역사가 그렇게 시작하리라. 우리의 족보를 하나하나 거슬러 올라가보자. 증조부의 증조부의 증조부까지. 충분히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수백 년이 아니라 수백만 년을 헤아릴 정도로 멀리 올라가보면), 대부분의 시간을 나무에서 보낸 조상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똑똑했고, 서로 마주 보는 양손의 엄지손가락으로 나뭇가지를 아주 잘 잡을 수 있었다. 세상을 입체적으로 잘 볼 수 있는 눈 덕분에 그만큼 나뭇가지 사이의 거리를 잘 판단할 수 있었다. 그들은 아프리카에서 살았고, 놀랍도록 나무에 잘 적응해서 살았다. 정말 오랫동안, 매우 안정적으로 삶을 꾸려나갔다. 그런데 기후가 바뀌었다. 기후변화는 이 책에서 앞으로 거듭 등장할 주제다.



고흐가 아를에서 그린 해바라기 그림들은 모나리자만큼이나 유명하다. 각각의 그림은 티셔츠와 마른행주, 냉장고 자석 등 온갖 형태로 수없이 복제되어 너무 흔해져서 되레 해바라기라는 꽃 자체는 주목하지 못하기 쉽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고통스러웠던 예술가의 신화 같은 삶이 아니다. 해바라기 그림은 환희가 얼마나 압도적인 감정인지, 그리고 그런 고조된 경험이 얼마나 끔찍하게 무너지기 쉬운지를 보여준다.



열대우림의 대규모 파괴가 이루어진 바탕에는 열대우림이 엄청나게 울창한 이유가 엄청나게 비옥한 땅 때문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열대우림은 분명 온도와 습도가 아주 높고, 5,000만 년 이상 그러한 환경을 유지했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 그리고 울창한 숲은 뒤얽혀서 놀랍도록 복잡한 상호 의존 체계를 이루었다. 열대우림이 울창한 이유는 토양 때문이 아니라 숲 그 자체 때문이다. 씨앗은 숲의 바닥에 떨어져 다시 싹을 틔운다. 그럼에도 인간은 여전히 숲을 파괴하면서 열대우림을 생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만들고 있다. 브라질너트를 먹으면서 열대우림이 다른 데서는 기대조차 할 수 없는 크나큰 혜택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는 사실을 잠깐이라도 머리가 아닌 배로 느껴보자.



찰스 다윈은 파리지옥이 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식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파리지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려고 구운 쇠고기와 삶은 달걀을 먹였다. 널리 알려진 이후로 파리지옥은 인간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해왔다. 육식을 하는 그 식물의 특성을 더욱 확장한 식인 식물 이야기들도 나왔다. 존 윈덤의 1951년 소설 『트리피드의 날』을 읽거나 같은 제목의 1962년 영화를 본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무언가 막연히 위협적이고 겁이 나는 식물을 흔히 트리피드(triffid)라고 부른다.



매년 미국 전역에서 거대한 대형 트럭들이 벌들이 윙윙거리는 벌집을 센트럴밸리로 수송한다. 벌들은 그곳에 도착한 후 꽃가루받이를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인위적인 꽃가루받이 행사다. 이때 140만여 개의 벌집이 그곳으로 모여든다. 면적 4,050제곱미터당 벌집이 두 개씩 필요하고, 벌집 하나에 200달러의 비용이 든다. 최근 몇 년간 벌집 군집 붕괴 현상(꿀을 채집하러 나간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않아 벌집에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떼로 죽는 현상―옮긴이)이 일어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벌집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현상은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서 간단한 해결책도 없다. 행사가 끝난 후 센트럴밸리를 떠날 때는 가져온 벌집의 3분의 1 정도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사라진 벌집의 수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 끌림의 이유


식물은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이었습니다.

문명의 탄생도, 전쟁도, 제국의 흥망도 식물 없이 존재할 수 없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특히 인간의 탐욕이 식물을 거쳐 노예제와 전쟁, 중독과 착취로 이어지는 과정은한편의 문명 비극 같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식물은 우리에게 늘 생명과 희망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문명과 생태의 교차점에서 한 줄의 식물 이름이 세계를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아가는 시간이 무척 의미 있었습니다.



■ 간밤의 단상


우리는 식물을 종종 배경처럼 여기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는 그 인식을 단호하게 뒤집습니다.

모든 시작은 씨앗 하나에서 비롯되었고 모든 문명은 뿌리에서 자라났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들려줍니다.


밀로 시작된 고대 문명, 향신료로 열렸던 대항해 시대, 사탕수수와 목화로 확산된 노예제 그리고 오늘날 기후 위기의 중심에 놓인 아마존의 열대우림까지, 식물은 늘 역사 한복판에 있었습니다.

어쩌면 인간은 식물을 지배한 게 아니라 식물에 의해 문명의 방향이 좌우되어 온 셈입니다.


서울대공원 식물원에 갈 때마다 느꼈던 조용한 설렘이 떠올랐습니다.

사람들 발길이 드문 그곳에서 저는 매년 시간을 보냅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리고 올해도 꼭 가려 합니다.

이 책을 읽고 문득 떠올랐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식물의 은혜 속에 살고 있는 걸까?

그 식물들은 어떤 시간과 고통을 지나 지금 여기에 다다른 걸까?


식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이제야 우리는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손님이라는 사실을 조금은 실감하게 됩니다.



■ 건넴의 대상


역사와 자연을 함께 읽고 싶은 분

세계사의 이면에 숨어 있는 흥미로운 맥락을 알고 싶은 독자

식물, 생태, 환경에 관심 있는 교양 독자

조용한 아침에 생각을 넓히고 싶은 모든 이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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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침묵이 당연했던 시대에,

오늘은 영화 『헬프』를 권합니다.






■ 영화 정보


제목: 헬프 (The Help)

감독: 테이트 테일러

개봉: 2011년

장르: 드라마

출연: 엠마 스톤, 비올라 데이비스, 옥타비아 스펜서

러닝타임: 146분

원작: 캐서린 스토킷의 동명 소설 『The Help』





■ 영화 줄거리


1960년대 미국 미시시피 주 잭슨, 인종차별이 일상처럼 존재하던 시대였습니다.

백인 가정의 가정부로 일하는 흑인 여성들은 이름조차 제대로 불리지 못한 채, 부당한 일이 있어도 침묵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자를 꿈꾸는 백인 여성 스키터가 흑인 가정부 에이블린과 미니로부터 그들의 삶을 듣게 되고 이를 인터뷰하여 책을 엮어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합니다.

모두가 침묵하던 시대, 말하는 순간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공포 속에서도 소수의 흑인 여성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는 한 시대의 침묵을 깨어내고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게 됩니다.





■ 영화가 주는 메시지


『헬프』는 단순히 과거의 인종차별을 고발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침묵하는 것은 과연 중립일까?"

차별과 부당함 앞에서 침묵하는 것 역시 또 다른 형태의 방관임을, 이 영화는 힘주어 말합니다.

무엇보다 세상이 귀 기울이지 않았던 존재들이 목소리를 갖게 될 때 늦게나마 정의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조용하면서도 강하게 보여줍니다.


'우리는 다르지만, 같은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

변화는 거대한 영웅이 아니라, 작은 용기를 낸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냅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세상의 부당함을 외면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것, 그것이 결국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줍니다.



■ 영화에, 책을 더하다


『보통의 언어들』 – 김이나


누군가의 마음에 도착하기 위한 단어를 고르고 싶은 사람에게 단어 하나가 누군가의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에세이입니다.



『자존감 수업』 - 윤홍균


"넌 친절하고, 넌 똑똑하고, 넌 소중한 사람이다."

에이블린이 일하는 가정에 어린 딸이 있는데, 그녀는 항상 아이에게 이 말을 상기시켜 줍니다.

불안정한 상황에 놓일 수록 떨어지는 자존감, 자존심을 놓을 순 있어도 자존감만큼은 놓아서는 안 됩니다.

어린 메이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처럼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스스로 믿게 해주는 책입니다.



■ 하나의 감상


『헬프』를 보고선 가슴이 참 먹먹했습니다.

이 영화는 정의를 말하면서도 결코 비판이나 분노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깨뜨려버리는 침묵, 말하는 용기, 연대, 그리고 삶의 따뜻함을 전해줍니다.

간혹 어떤 진실은 무너지지 않기 위해 오래 숨죽여야 합니다.

그러나 침묵을 강요받았던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꺼낸 이야기는 문장 하나하나에 그 진심이 담겨있어 보는 내내 울컥했습니다.


만약 제가 그 시대에 있었다면, 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침묵하는 다수에 편승했을까요? 아니면 떨리는 목소리를 부여잡고 세상을 향해 외쳤을까요?


우리가 사는 시대에도 여전히 작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누군가에게는 한마디 말조차 큰 구원이 될 수 있죠.

즉, 세상을 바꾸는 이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부당한 상황에도 조용히, 끈질기게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들입니다.


에이블린이 아이에게 해주었던 말이 오랫동안 마음을 붙잡았습니다.

You is kind. You is smart. You is important.



■ 건넴의 대상


변화를 꿈꾸지만 망설이는 분에게

세상의 부당함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분에게

따뜻하지만 단단한 영화가 필요한 분에게




이 영화를 보고 떠오른 누군가가 있나요?

그렇다면 이 이야기를 그 사람에게도 건네주세요.

함께 기억할수록, 우리의 세상은 조금 더 공정하고 따뜻해질 테니까요.

다음 주에도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를 소개할게요.

혹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댓글로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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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안의 세계사

저자 키스 베로니즈

동녘

2023-07-20

원제 : Making Medicine (2022년)

역사 > 세계사

과학 > 과학의 이해 > 과학사




사람의 병을 고치기 위해 탄생한 약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때로는 전쟁을, 때로는 문명을 그리고 국가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 책 속 밑줄


페니실린은 20세기의 기적이자 박테리아 감염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고통받을 때 우리의 곁을 지켜주는 충직한 친구이기도 하다. 발전하는 과정에서 수억 명의 목숨을 구한 항생제 군단을 위한 초석을 다진 친구 말이다.



플레밍은 자신이 꽤 재미있는 시기에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플레밍은 제1차 세계대전 동안 왕립육군의료단에 징용됐다. 누군가는 이 4년으로 플레밍이 매우 귀중한 연구 시간을 낭비했을 것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플레밍은 혼돈과 선혈 사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어마어마한 숫자의 군인들이 적이 아니라 감염된 상처와 싸우는 모습을 목격했다. 특히 플레밍은 전쟁 동안 감염된 상처에 소독제를 사용하는 데 주의를 기울였지만 그럼에도 하나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휴가에서 돌아온 플레밍은 실험실에 돌아와 배지에 이상한 곰팡이가 핀 것을 확인했다. 화농균은 이 곰팡이 근처에는 하나도 없었고 곰팡이에서 멀리 떨어진 배지 가장자리를 따라 남아 있었다. 플레밍은 즉시 화농균을 죽인 이 곰팡이의 정체를 찾기 시작했다.



호주 의사인 존 케이드는 자신이 근무하던 정신병원의 환자와 기니피그를 대상으로 일련의 실험을 진행하며 정신의학에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케이드는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이자 의사인 아버지, 데이비드 케이드의 뜻을 이어받았다.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온 후 전쟁으로 피폐해진 마음 때문에 고통받았다. 존 케이드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스페인 독감의 후유증으로 아버지를 반복해서 찾아오는 극심한 피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1943년 12월 2일, 독일은 이탈리아 바리 항구에 정박해 있던 연합군에 치명적인 공격을 가했다. 우연하게도 이 공격으로 머스터드가스가 사람에게 항암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공격으로 열일곱 척의 배가 난파됐다. 여기에는 내부에 비밀스러운 화물(머스터드가스 폭탄 2000개)을 실은 존 하비 증기선도 있었다.



코넬대학교 의과대학의 줄리언 맥긴리는, 여성의 특징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신체적으로는 자웅동체 특성을 보이는 아이들을 연구했다. 이 아이들은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여타 다른 10대 남자아이처럼 남성생식기가 겉으로 드러나고 목소리가 굵어지며 가슴과 팔에 근육이 붙었다.



■ 끌림의 이유


문명은 늘 물리적 전쟁만으로 바뀌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단 한 알의 약, 그 발견이 인류의 생명 곡선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요.

인간의 몸이라는 개인의 이야기와 세계사라는 집단의 이야기가 약이라는 렌즈를 통해 맞닿아 있는데 의약품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조망한다는 발상이 신선했습니다.


매일 무심히 지나치는 약국, 손에 들었던 약봉지,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이토록 깊고 흥미로울 줄 몰랐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지식을 넘어 삶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역사를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 간밤의 단상


우리가 살아온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약 한 알에 담긴 수많은 생명, 전쟁, 정치의 이야기는 예상보다 훨씬 더 거대했습니다.

여성의 피임약부터 전쟁 중 쓰였던 모르핀, 마약과 중독의 문제 그리고 권력과 윤리의 경계까지.

약은 단순한 치료제가 아니라 인간을 통제하고 사회를 조직화해온 도구였다는 사실이 새삼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역사는 전쟁과 정치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을 통과하는 아주 작고 조용한 것들, 바로 약과 같은 것들로도 연결됩니다.

책에서는 우리가 매일 무심코 삼키는 알약 하나조차도 세계사의 거대한 파도 위에 놓여 있다고 말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에 먹는 비타민 한 알이, 어쩌면 세계사의 단면과 맞닿아 있는 건 아닐까.


3년 넘게 전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팬데믹, 그 시기 백신 개발 속도를 바라보며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의문을 품었을 겁니다.

"이렇게 빠르게 만들어졌는데, 과연 안전할까?"

실제로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고 임상 기간에 대한 우려와 불신도 이어졌습니다.

그때부터 약이라는 존재가 단순히 치료를 넘어 인간의 삶과 시스템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해왔는지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졌습니다.


가끔 병원 진료를 마치고 약국에서 기다릴 때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받을 이 작은 약 봉투 안에도 수많은 과학자들의 시행착오와 실패 그리고 간절함이 담겨 있겠구나.

책을 읽고나니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노력들이 오늘 우리의 건강과 일상을 어떻게 지탱해주고 있는지, 그 이면에 어떤 사회적 메시지들이 숨겨져 있는지 그 모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 건넴의 대상


약, 의학, 건강 이슈에 관심 있는 분

인문학적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싶은 분

새로운 시선으로 세계사를 읽어보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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