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하나 하나 먹어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 간 게 있다. 음악이다. 몇 시간의 장거리 이동에도 피곤을 모르던 청춘 시절엔 내내 이어폰이 귀에 꽂혀 있었다. 테이프 플레이어에서 CD플레이어, MP3 플레이어로 까지 기기는 변해갔지만, 이어폰은 여전히 귀에 음악을 선물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귀에는 아무 것도 꽂혀 있지 않게 됐다. 일상 속에서 항상 흐르던 음악이 사라졌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음악 없이도 삶은 궁핍하지 않았다. TV로 즐겨보던 음악 프로그램을 마주쳐도 채널을 돌렸다. 가끔 오디션 음악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정도다. 굳이 음악을 찾아 듣지는 않았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 나오는 음악에 어쩌다 취하기는 한다. 하지만 음악을 일부러 찾아 듣겠다고 시간을 내지는 않는다. 




유튜브를 서칭하다 문득 오랜만에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선택한 것은 영화 <스타 이즈 본> OST 중 하나인 <Always Remember Us This Way> 였다. 혼자만의 느낌이겠지만,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무엇인가 강렬한 게 쏟아져 나오지만 그것을 온전히 다 쏟아내는 게 아니라 조금은 억제되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마치 꾸억꾸억 한을 가슴 속에 구겨 담았다가 마침내 폭발하듯이. 하지만 완전히 폭발하지 못하는 그 마음 같은 노래였다. 


두세 번 반복해 듣다가 영화 <스타 이즈 본>을 찾아 넷플릭스로 들어갔다. 2018년 개봉된 영화이지만, 노래가 좋다는 소문이 주위를 떠돌았지만, 보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영화다. 시간이 흘러 OST가 영화로 이끈 셈이다. 


<스타 이즈 본>은 못생긴 외모 탓(본인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에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앨리가 스타 가수인 잭슨을 우연히 만나면서 큰 무대에서 가수 데뷔를 하고, 일류 프로듀서 레즈를 만나 앨범을 내고, 그래미상까지 움켜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는 이 줄거리와 함께 잭슨과 앨리의 사랑을 담는다. 잭슨은 알코올 중독의 할아버지 나이 뻘 되는 아버지와 단 둘이서 자랐다. 이 환경이 그를 알코올 중독으로 내몰았고, 끝내 이겨내지를 못한다. 앨리의 첫 모습에 반했던 그는 앨리가 레즈를 만나 대중가수로 변해가는 모습도 참아내지 못한다. 잭슨의 앨리에 대한 사랑은 어떻게 끝을 맺을까.


영화 <스타 이즈 본>의 매력은 단연코 음악이다. 여기에 더해 잭슨의 입장에서, 그리고 앨리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는 색다른 재미도 있다. 과거에 사로잡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잭슨과, 과거를 떨치고 앞으로 씩씩하게 걸어가는 앨리를 바라보며 갖가지 감정이 솟구친다. 영화의 마지막  I'll Never Love Again  이 불려지는 부분은 이 솟구친 감정이 바로 사랑이었음을 실감케 한다. 


덧붙여 개인적으로 <스타 이즈 본>의 여자 주인공이자 가수인 레이디 가가의 노래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었다. 초창기 레이디 가가는 댄스팝과 일레트로닉을 주로 불렀고, 이를 통해 인기를 얻었다. 이 장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레이디 가가의 노래를 들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하지만 레이디 가가는 이후 음악 스펙트럼을 넓혀 재즈, 컨트리,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었다. <스타 이즈 본>에서 들려주는 컨트리 풍의 소프트 록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장르이기에 귀를 열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가 끝나고 레이디 가가의 노래를 찾아 듣는다. 100%가 아닌 97~98%의 폭발과 2,3%의 제어가 마음 속 깊이 묻어둔 감정을 끄집어 내는 것처럼 들려지는 레이디 가가의 목소리가 한동안 귓가에 맴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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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목한 블루베리를 작은 화분으로 옮긴 지 1주일이 됐다. 40여 주 가까이 된 것 중 4~5주 정도가 시들시들하다. 



땡볕 때문이기 보다는 옮겨 심는 과정에서 뿌리가 다쳤기 때문은 아닌가 추측해본다. 삽수한 것을 뽑을 때 뿌리가 꽤 뻗었지만 줄기와 연결된 부위가 약해서 쉽게 잘려나간 것들이 몇 개 있었다. 한 번 떨어져 나간 것을 다시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일단 잘 정리하면서 화분으로 옮겼다. 하지만 아무래도 뿌리와 줄기가 연약하게 붙어 있는 탓에 회복을 못한 것들도 있지 않을까 싶다. 10% 조금 넘게 살아남지 못할 듯하다. 나머지 것들이라도 튼튼하게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삽수는 그렇다치고, 올해 묘목을 본밭에 옮겨 심은 어린 나무들도 걱정이다. 거의 한 달 가까이 비가 오지 않은데다 주위 풀들도 크게 자라서 살아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더위에 지쳐 꼼짝도 못하고 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틈틈이 풀을 베면서 묘목도 살펴봐야 할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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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보다 보면 콘텐츠는 정말 무궁무진한데 막상 무엇을 볼지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그냥 나오기가 일쑤다. 그래도 알고리즘이 어느 정도 작동을 하는 덕분에 취향에 가까운 작품들을 찾을 수 있는 경우도 가끔 있다. 


이번의 경우엔 최근 올라온 작품들을 둘러보다 눈길을 사로잡은 경우다. 애니메이션 시리즈 <리바이어던>.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림과 예고편에 끌렸다. 하지만 12세 관람가가 오히려 흥미를 잃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혹여 유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볼지 말지 망설였다. 일단 1회만 볼까? 


망설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단연코 번득이는 상상력에 12회까지 쉬지 않고 봤다. 물론 1회가 25분 정도여서 전체 러닝타임은 5시간 안팎으로 시리즈 치고는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겠다. 


시리즈 <리바이어던>을 다 보고 나서야 관련된 정보를 모아봤다. 그만큼 흥미진진하게 애니를 봤다고나 할까. <리바이어던>은 원작이 있다. SF작가 스콧 웨스터펠드의 리바이어던 시리즈 3권이다. 2009년 <리바이어던>, 2010년 <베헤모스>, 2011년 <골리앗>이라는 3부작을 12화의 애니메이션으로 다 담아낸 것이다. 알고보니 그의 작품 <어글리스>도 넷플릭스에서 제작해 공개됐다.  


<리바이어던>은 1차 세계대전의 대체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의 발단이 되었던 사라예보 사건을 토대로 전쟁을 벌였던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이탈리아의 3국 동맹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의 3국 협상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전제로, 과학 문명이 발전한 새로운 세계관으로 세계대전의 양상을 그려내고 있다. 3국 동맹국은 클랭커 국가로 기계공학을 발전시켜 대형 기계 병기와 워커라는 보행병기 등을 사용한다. 3국 협상국은 다윈족으로 생체공학을 기반으로 유전적으로 조작된 생체병기를 사용한다. 애니의 제목인 <리바이어던>은 영국의 생체병기로 고래를 유전 조작하여 탄생시킨 하늘을 나는 거대 비행체를 이른다. 


<리바이어던>은 오스트리아 제국의 뒤를 이을 왕자 알렉산더가 부모님의 죽음으로 고국을 떠나 워커를 이용해 피난길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편에선 데린 샤프가 리바이어던에 탑승해 하늘을 나는 꿈을 꾸고자 남자로 변장해 승무원이 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알렉산더와 데린 샤프는 플랭커와 다윈족 하에서 자랐기에 자신들이 최고라 여기고, 상대방은 적으로만 여기며 자란 소년, 소녀였다. 이들이 우연한 사고로 만나게 되고, 우정과 사랑 사이의 묘한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들의 성장 속에서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평화에 대한 갈망이 함께 자란다. 


플랭커와 다윈족이라는 상상력과 전쟁이 아닌 평화를 향한 여정, 절대적 권력의 위험성(미국의 과학자 테슬라로 상징되는데, 현 기업 테슬라의 수장 머스크까지 떠올리는 재미도 있다)을 담아내고 있는 <리바이어던>. SF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정말 강추한다. 9점/10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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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심었던 수박과 참외 중 수박만 열매를 맺힌 줄 알았는데, 덩굴을 이리저리 살펴보니 참외도 몇 개 열린 걸 발견했다. 



수박에 비해 일주일 정도 늦게 열리기 시작했지만, 뜨거운 햇볕 속에서도 수정이 이루어져 열매를 맺은 것이 놀랍기만 하다. 어쨌든 참외도 수정이 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니 마음이 놓인다. 


내친 김에 수박의 곁순을 제거하는 작업을 했다. 수박이 자라는대로 그냥 두었더니 덩굴이 사방팔방으로 뻗어가고 있다. 수박으로 영양이 집중되어 크기도 커지고 당도도 올라가야 하는데, 덩굴을 뻗는데 에너지를 쏟고 있는 걸 놔두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다. 이래저래 곁순을 제거하다 아차차! 그만 수박이 달린 곁순마저 따고 말았다. 



주먹보다 조금 더 크게 자란 것인데, 너무 아깝다. 판매용이 아니기에 수박이 엄청 클 필요가 없으니, 달리는 대로 키우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그만 얼떨결에 알 솎기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미 따 버린 것이니 아까워할 필요는 없고, 다른 수박이 조금 더 크게 자라는데 도움을 준 것이라 위로한다. ^^



요즘 같은 땡볕은 수박이 탈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수박을 키우는 일부 농가에서는 수박 위에 신문을 덮어주기도 한다. 풀과 함께 키우고 있는 내 입장에선 따로 신문 같은 것으로 가리기 보다는 그냥 풀 속에 놓아두면 될 일일 듯하다. 물론 이렇게 풀이 무성하면 간혹 벌레들이 수박을 먼저 먹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아직 약 한 번 치지 않고 이 정도 자라준 것 만도 기특하다. 수확 때까지 과연 건강하게 잘 자라줄 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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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가 붓다 - 붓다의 시선으로, 그의 삶으로
법륜 지음 / 정토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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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아가는 이들 중 특히 젊은이들의 종교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종교를 믿는 이가 대한민국의 경우 40%가 채 되지 않는다. 그 중 20대와 30대는 20%도 안된다. 

이렇게 종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은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합리적, 이성적 사고방식을 중시한다는 점과 탈권위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진 성향을 그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휴식의 필요성, 개인적 성취의 중요성, 재미의 추구라는 측면에서 종교가 이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점도 그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이에 최근 불교계에서는 '뉴진스님'과 같은 젊은 층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지만 종교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경향을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데 불교를 종교적 측면이 아니라 수행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현대인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이 많아 보인다. 즉 기복적 관점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삶을 살아갈지에 대한 참고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참고서로서 붓다의 삶은 큰 도움이 된다. 종교가 없는 나로서도 붓다라는 한 인물의 여정은 경이롭고 흥미롭다.


이 책 법륜 스님의 <혁명가 붓다>는 부처의 실재 삶의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기적을 행하는 성인으로서의 붓다가 아니라, 우리 삶의 고민을 해결하고 괴로움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실천가로서의 붓다가 그려져 있다. 2000여 년 전의 성차별을 비롯해 계급제도 하에서도 그 역사적 맥락을 벗어나 인류 보편의 권익과 평등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붓다는 혁명가에 가깝다. 이 혁명가 붓다는 현대의 문명 속에서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반대로 지극히 괴로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현재의 나를 점검해 보게 한다. 우리가 붓다와 같은 혁명가가 될 수는 없을지라도, 내가 괴로움에 갇혀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운다. 내가 홀로 '나' 인 것이 아니라, 세상 모두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모두가 함께 괴로움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더불어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만든다. 


혁명가 붓다를 친구로 둔다면 오늘 하루도 나는 괴롭지 않은 삶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른다. 더불어 현대가 갖고 있는 맹점에 대한 고민과 그 해결에 대한 실천의지를 불태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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