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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의 모든 것-백수린 지음 - 광주일보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742482800781476026 [‘호우豪雨’, ‘눈이 내리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는 대학교의 유적 답사 동아리 회원이었던, 사십대 후반에 접어든 세 친구가 각각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연작소설이다.]





남편과 아이가 나가고 나자 집 안이 다시 고요해졌다. 그녀는 설거지를 했고, 어질러진 침구들을 제자리에 정리했다. 집 안이 꿉꿉한 것 같아 인터넷으로 제습제를 몇 개 주문했다. 또 한 번 재난 문자가 왔다. 호우주의보가 발효 중입니다. 위험한 지역에 접근하지 마시고 반지하주택이나 지하상가 등에 물이 차오르거나 하수구 역류 시 대피해주세요.

어린 시절 언니가 학교 간 사이 아버지의 복사실 바닥에 앉아 시간을 보내며 활자가 찍힌 종이와 책을 가지고 놀았던 탓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읽는 것을 좋아했고 책과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책을 가장 많이 읽은 것은 열네 살 때였는데, 그 시절은 새로 진학한 중학교 생활에 전혀 적응을 못 해서 친구 없이 외톨이로 지내던 시기였다. - 호우(백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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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년전 오늘의 포스트로부터 일부 가져온다.

"We Can Do It!" poster from 1943 By J. Howard Miller - U.S.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남자들은 결코 여자가 권력을 갖기를 원하지 않는다. 위험한 자리, 끝이 빤히 보이는 자리가 아니면 여자에게 내어주지 않는다. 그런 자리에서라도 여자가 오래 머무를까 봐 간간이 흔들기를 멈추지 않는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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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초역(2022) By MaedaAkihiko - Own work, CC BY-SA 4.0


'전라의 말들 - 이것을 읽어블믄 우리는 거시기여'(손정승)로부터 옮긴다. 아래 글 속 책거리 김승복 대표는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 이곳은 도쿄의 유일한 한국어 책방'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이 달의 신간이다.





‘솔찬히 힘들다’면서 끝까지 해내는 사람을 나도 한 명 안다. 도쿄 책거리 책방의 김승복 대표님이다. ‘책거리’는 진보초 한복판에서 한국 책을 파는 유일한 한국 서점이다. (중략) 대표님은 내가 태어난 해에 일본으로 건너가 한국 문학의 황무지에 문학의 씨앗을 꾸준히 심었다. 책거리의 문을 열기 훨씬 전부터 일본에서 쿠온출판사를 운영하며 한강, 김연수, 최은영 등 내로라하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 출간했고, 한일 문학 기행을 기획하고 번역 콩쿠르를 여는 등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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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50호 발표작인 백수린의 '호우'(2023)는 소설집 '봄밤의 모든 것'(2025)에 실렸다.





두 사람이 결혼을 약속하게 된 건 자연스러운 순리 같았다. 결혼식은 여름날에 예정되어 있었는데, 결혼식이 다가왔을 때 하필이면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비 오는 날 결혼하면 잘 산대." 우울해진 기분을 떨치려고 결혼식 전날, 그녀는 카페에 앉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창밖을 보면서 말했다. "우린 잘 살 거지만 그런 건 미신인 거 알지? 그냥 위로하려고 지어낸 말일 뿐이야." 남자가 말했다.

그녀가 이 시간에 도서관에 가지 않은 건 폭우 탓이었다. 이상기후가 점점 심해진다더니, 닷새째 비가 계속 퍼부었고 바깥출입이 어려워졌다. 상습 침수 지역은 주의하라는 알림 메시지와 산사태 위기 경보가 수시로 도착했다. 빌린 책이 연체되도록 그녀가 도서관을 방문하지 않은 건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규칙적으로 동네 도서관에 가는 건 그녀의 낙이었다. - 호우(백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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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오늘의 포스트로부터 일부 가져왔다. 고 박완서 작가가 어머니를 이야기하는 대목인데 출처는 '박완서 - 문학의 뿌리를 말하다'로서 강연을 활자화한 책이다.



cf. 위 작품을 그린 미국 화가 메리 커샛에 대한 책이 올해 번역출간되었다.





엄마가 딸한테도 시집가서 잘 사는 것 말고 따로 꿈을 가졌었다는 게 나중에도 생각할수록 신기한데, 그건 아마도 엄마가 옛날이지만 책을 참 많이 읽으신 분이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엄마는 시집올 때 필사한 책을 한 궤짝을 가져왔대요.

할아버지는 그것이 혼수는 아니었지만 아주 대견해하셨다고 해요. (중략) 우리 할아버지는 며느리가 다른 혼수는 어떻게 해 왔는지 상관 안 했지만, 그 책들은 자랑스러워하셨다고 해요. 동네 사람들이나 친구분들한테 "새애기는 자기가 베낀 책을 한 궤짝을 가져왔는데 그 필체가 구슬 같더라."고 자랑하셨다나 봐요. 엄마가 글씨를 유려하게 썼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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