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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알렉시 젠트너 지음, 이나경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인간은 때론 대자연이 주는 위대함을 읽을때가 많다. 과거와 만난다는 것은 좋은 기억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아프고 잊고 싶었던 시간과 만나는 경우가 많다. '터치'는 대자연의 웅장함, 사실과 환상, 몽환적 느낌이 강하게 풍기는 소설이다. 다양한 상들을 휩쓸며 캐나다 문학의 미래라는 평을 받고 있는 저자 알렉시 젠트너의 첫 장편소설 데뷔작이기도 한 '터치'는 책을 읽으면 왜 아마존 캐나다에서 '2011년 최고의 책'이란 평을 받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터치'에서는 신부라고 칭하고 있는 목회자로 다시 돌아온 고향 소가멧을 중심으로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자신에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한 집안의 이야기를 넘어 소가멧이란 마을이 형성되는 과정부터 그 곳을 기점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을의 모든 남자들에게 청혼을 받을 만큼 매력적인 여인이였던 어머니.. 자식인 나(스티븐), 마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가족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마을 사람들 모두는 강이 얼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스케이트를 타던 마리가 그만 강에 빠지고 만다. 딸의 모습에 놀란 아버지는 곧바로 강에 뛰어 드는데 강은 두 사람을 삼켜 버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엄마의 모습과 동생 마리가 자신을 찾는다는 느낌에 잠을 설치던 소년에게 새로운 버팀목이 되어주는 신부님.. 엄마와 아빠의 결혼을 주관했던 신부님은 이제는 스티븐의 양아버지가 되는데....
어느날 바람처럼 돌아온 할아버지 자노... 엄마는 좀 더 일찍 돌아오지 않은 할아버지에 대한 불편함과 원망, 여기에 양아버지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새아내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신경을 곧두세우는데... 할아버지 자노는 스티븐에게 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는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노는 숲속의 마녀의 개를 데리고 소가멧에 정착한다. 개의 도움으로 발견한 금에 대한 소문이 퍼져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거기에 할머니 마르틴도 있다. 집을 짓고 마르틴을 아내로 맞아들인 자노.. 행복했던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추운 겨울이 오면서 이들에게는 커다란 위기가 닥치는데...
할아버지 자노가 했던 행동으로 인해 그는 소가멧을 떠날 수 밖에 없었고 이제 다시 마르틴을 만나기 위해 소가멧으로 돌아왔지만 그의 이야기는 현실 속 세상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몽환적이다. 죽은 자의 저주를 잘못 해석한 자노는 그만 사랑하는 아내를 잃게 되는데...
자노를 통해서 만나게 되는 할머니 마르틴의 모습이나 동생 마리를 향해 있는 아버지의 손과 눈길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스티븐의 가슴 속에 깊이 박혀 있다. 자노를 통해서 듣게 되는 숲의 이야기는 환상적이다. 할아버지 자노가 떠나고 다른 사람에게 길려진 아버지, 그 뒤를 이어 자신까지.. 소가멧을 중심으로 자연이 보여주는 힘 앞에 약한 인간의 모습이나 그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흥미롭다. 한편의 웅장한 영화를 보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으로 진짜 영화로 만들어져도 상당히 흥미롭고 재밌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저절로 상상이 되는 사실적 묘사와 사실인지 환상인지 모를 이야기는 극을 이끌어 가는 재미를 증가시켜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캐나다 문학을 자주 접하지 못했는데 새로운 작가들을 만나면 그들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데 저자 알렉시 젠트너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