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ㅣ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평점 :

도쿄 네리마구의 한 원룸 맨션에서 젊은 여자의 사체가 발견된다. 최초 발견자는 나고야에 사는 여자의 오빠. 며칠 전 평소답지 않게 우울한 목소리로 전화를 건 여동생의 안부가 걱정되어 도쿄로 찾아 왔다는 야스마사는 사인이 자살이라는 경찰의 말을 듣고 고향으로 내려가 여동생의 장례를 준비한다. 한편 사건을 맡은 네리마구 경찰서 소속 형사 가가 교이치로는 사인이 자살일 리 없다고 확신하고 죽은 여자의 주변을 탐문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뜻밖의 인물이 사건의 진상을 가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 제4권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는 용의자 중에 누가 범인인지를 찾는 것이 목적인 전형적인 '후더닛' 계열의 소설이다. 제목에서 미리 예고하고 있듯이 이 소설에서 주요 용의자는 두 명이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는지를 추리하는 것만으로는 400쪽 분량의 소설을 채우기 어렵다고 느꼈는지, 작가는 여기에 또 다른 탐정 하나를 더한다. 바로 가가 형사와는 별개로 사건의 진실을 추리하는 피해자의 오빠 야스마사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는 이런 식으로 피해자(때로는 가해자)의 유족이 경찰에 사건 수사를 일임하지 않고 직접 수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 : <백조와 박쥐>)
사랑하는 사람을 죽게 한 범인을 스스로 찾아내 복수하고 싶은 유족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법치주의 사회에서 사적제재는 용인되기 어렵고, 무엇보다 전문 수사기관이 아닌 일반인이 경찰도 찾기 힘든 범인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야스마사의 심정에는 공감하지만 그가 성공하기를 응원하기는 어려웠는데, 가가 형사가 적절한 타이밍에 나타나 야스마사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지 못하게 막아주고 진범도 찾는 데에도 성공해 안심했다. (가가 형사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만든 다른 형사 또는 탐정 캐릭터에 비해 인정이 많은 캐릭터로 인식된 건 이때부터 일지도 모르겠다.)
가가 형사 시리즈 제4권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와 제5권 <내가 그를 죽였다>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범인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소설을 끝맺은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내가 읽은 2019년에 나온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전면 개정판에는 각 권마다 범인의 실체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가 담긴 '추리 안내서'가 실려 있어서 본문만 읽고는 범인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느낀 독자(=나)에게 힌트를 제공한다. 추리다운 추리를 해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