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바위취
남덕유산을 오르는 지친 몸을 환영이라도 하듯 반짝거리던 모습으로 처음 만났다. 이후 가야산과 덕유산 향적봉 정상 바위틈에서 만나면서 반가움으로 눈이 반짝인다. 올해는 높은 산에 오르지 않고 편하게 만났다.

하늘의 별이 땅으로 내려와 꽃으로 핀 것이 많은데 유독 작으면서도 다섯 갈래로 갈라진 꽃 모양이 꼭 그 별을 닮았다. 하얀 꽃잎 사이에 꽃술도 나란히 펼쳐진다. 험한 환경에 자라면서도 이렇게 이쁜 모습으로 피어나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바위취는 바위에 붙어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바위취는 작은 바위취라는 뜻이라고 한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비슷한 종류로 바위떡풀이 있는데 잎이 심장형인 것이 다르다.

높은산 그것도 바위에 붙어 살면서도 이쁜 꽃을 피우기까지 그 간절함을 귀하게 보았다. '절실한 사랑'이라는 꽃말로 그 수고로움을 대신 위로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참배암차즈기
식물들은 제각각 독특하고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 그들만의 각기 다른 모양, 색, 향기를 가지고서 주목 받기 위한 온갖 노력을 한다. 식물에 따라 모양, 색, 향의 독특함이나 어우러짐을 선택하여 다른 식물과 구분할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참배암차즈기는 독특한 모습으로 주목받는 식물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이름에서 짐작되듯이 꽃잎이 벌어진 모습이 마치 뱀이 입을 벌린 모양과 흡사하다.

점봉산, 설악산, 태백산, 가야산, 지리산 일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한국 특산식물이다. 배암차즈기와 거의 비슷하나 배암차즈기는 꽃이 연한 보라색이고 참배암차즈기의 꽃은 노란색이다.

보기에 쉽지 않은 꽃이다. 더욱 남쪽지역에서는 봤다는 소식이 없다. 솔나리를 보러 나선 먼 길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첫 만남에서도 독특한 생김새로 금방 이름을 떠오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솔나리
남덕유산(1507m)을 오르게 했던 꽃을 매년 가야산(1430m)에서 보다가 이번에는 기회를 얻어 멀리 강원도와 경북의 경계 어디쯤에 가서 만났다.

크지 않은 키에 솔잎을 닮은 잎을 달고 연분홍으로 핀 꽃이 화사하다. 다소곳히 고개숙이고 방긋 웃는 모습이 막 피어나는 아씨를 닮았다지만 내게는 삶의 속내를 다 알면서도 여전히 여인이고 싶은 중년의 수줍음으로 보인다.

꽃은 밑을 향해 달리고 꽃잎은 분홍색이지만 자주색 반점이 있어 돋보이며 뒤로 말린다. 길게 삐져나온 꽃술이 꽃색과 어우러져 화사함을 더해준다. 강원도 북부지역과 남쪽에선 덕유산과 가야산 등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다.

살며시 전해주는 꽃의 말이 깊고 따스하다. 아름다움을 한껏 뽑내면서도 과하지 않음이 좋다. 그 이미지 그대로 가져와 '새아씨'라는 꽃말을 붙였나 보다.

마음이 일어나고 기회가 되면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메꽃
여름 강한 햇볕을 의지하지만 스스로는 해를 닮은 강렬한 모습에서 한발 벗어나 있다. 해바라기나 나팔꽃의 도발적인 색보다는 깊은 속내를 감출줄 아는 순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여름을 상징하는 꽃으로 나팔꽃이 인도가 원산인 외래종이라면 메꽃은 토종이다. 햇빛이 나면 꽃잎을 펴고, 해가 지면 오므리는 모습으로 해 바라기를 한다. 여름 내내 꽃을 볼 수 있어 아주 친근하다.

메꽃은 특이하게 같은 그루의 꽃끼리는 수정하지 않고 다른 그루의 꽃과 수정해야만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메꽃, 좁은잎메꽃, 가는잎메꽃, 가는메꽃이라고도 한다.

순박한 누이의 모습은 닮은 메꽃은 '충성', '속박', '수줍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네 계절 변함없이 푸른 치자梔子

梔子非名品 치자비명품
猶能傲嚴寒 유능오엄한
枝枝森宿翠 지지삼숙취
顆顆粲神丹 과과찬신단

치자는 명품은 아니지만은
엄동설한 오히려 견딜 수 있네.
가지마다 푸른 빛 가득하더니
주렁주렁 신단(神丹)이 찬연하여라.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의 시다. 치자가 꽃도 꽃이지만 겨울까지 잎 지지 않고 늘 푸른 것을 찬미하였다.

“치자는 꽃으로는 그리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향기는 아주 강열하여 여러 꽃 가운데 특별히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꽃은 인도나 중국과 일본에는 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꽃 기르는 사람이 재배하여 관상용으로 내놓을 뿐이다.”

“강희안은 《양화소록》에서 치자에게는 네 가지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했다. 꽃 빛이 흰 것이 그 한가지이고, 향기가 맑은 것이 한가지이며, 겨울철에 잎이 지지 않는 것이 한가지이고, 또 열매를 노란색 물감으로 쓰는 것이 그 한가지이니, 꽃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이라고 했다.”

어딘가에서 좋은 향기가 달려든다. 주변을 살펴 하얀색의 꽃이 제법 크게 피어있는 것을 찾았다. 하얀색의 꽃 색도 좋고 주황색의 열매 색깔도 좋다지만 무엇보다 그 은근한 향기가 매혹적이다. 열매를 통한 치자 물을 식용 물감으로 사용하기도 했고 열매를 이용해 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했다. 결국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내 뜰에도 들였다. 언제쯤이면 꽃을 볼 수 있을까?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