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무엇인가. 사랑의 나무와 숲을 키워가는 것이다.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시절을 보낸 후에는 사랑을 나누어 갖는 긴 세월을 살게 되고, 더 많은 사랑을 베풀 수 있기를 염원하게 된다.
100년은 긴 세월이었다. 그러기에 풍부한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때로는 그 사랑이 무거운 짐이기도 했으나 더 넘치는 사랑이 있었기에 행복했다. 나는 그렇게 사랑을 했다. 여러분도 사랑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 page 8 ~ 9
그는 사랑의 출발을 주저하는 우리에게 인생의 가장 마지막 단계인 죽음, 그 근원인 소크라테스의 독배로부터 사랑의 출발을 규명하였습니다.
죽음을 피해 아테네를 탈출할 수도 있었던 소크라테스.
그러나 자진해서 죽음의 독배를 기울였습니다.
죽음보다 더 귀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위해서...
예수도 사형의 십자가를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죽음을 향해 가는 발걸음은 다른 때보다 더 빨랐다고 합니다.
빨리 가서 삶의 완결을 성취해야 한다는 절박감 같은 것을 안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들에게 죽음 자체가 목표는 아니었습니다.
죽음을 통해 완성해야 하는 인간에 대한 사랑의 의미와 가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죽음은 더 높은 사랑의 목적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김형석 교수님은 우리에게 전하였습니다.
밀알이 몸을 썩혀야만 새 생명을 잉태할 수 있듯,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마지막 현실이라는 것을.
함께 고생하는 것이 사랑의 본질이라는 것을.
그러므로 산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랑의 고생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라는 점을.
강연이 있어 멀리 다녀오느라 늦게 돌아올 것이니 미안하다고 말을 하면 아내분은 항상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내 걱정 하지 말아요."
아내분의 사랑 방식.
남편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신념으로 이어진 아내의 사랑은 그렇게 평생의 사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내분과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과 전쟁의 시간을 모두 거치면서 여섯 아이를 낳게 됩니다.
아이들은 뭐하러 그렇게 여섯씩이나 자식을 낳아가지고 고생을 했느냐고 핀잔을 주곤 하지만 아내분은 그와 아이들과 고생했던 그때가 제일 행복했다고 말할 것이라 하였습니다.
아내는 우리 가족을 위해서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했다. 함께 자식을 키워보며 그 고생을 나는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공감이었다. 우리 인생은 언제 제일 행복한 것인지 사람들은 나에게 자주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함께 사는 동안 함께 고생하는 것을 공감하는 순간입니다." - page 142
고생을 함께 나눈다는 것을 발견하는 그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것이.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이.
뭉클하게 와닿았었습니다.
괴테가 자기 인생을 쭉 살아보고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인격이 최고의 행복이다. 사람은 자기 인격만큼 사랑을 누린다. 인격 이상을 누릴 수는 없다. 누구나 자신의 인격만큼 누린다."
인간관계를 통해 생기는, 인간관계의 사랑을 통해서 생기는 인격.
인간관계를 선하고 아름답게 가지는 사람만이 행복을 함께 나누어 가지고 산다는 것을.
그래서 그가 전한 이 말이 오랫동안 남았었습니다.
사랑은 내 인격을 사랑하지만 내 삶의 대상은 상대방을 향하게 해야 한다. 내 인격은 내가 사랑해주고 귀하게 여기는 것이 맞다. 그러나 내가 하는 일은 나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베풀어주기 위해서이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 page 269
이런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요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