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분필을 든 채 칠판에 마지막으로 휘갈긴 몇 줄의 수식.
"이쯤에서 끝내는 게 좋겠습니다." - page 65
현대 수학의 모든 테크닉들을 총동원해야만 증명될 수 있었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이를 완성한 그의 이 말이 참 찡하게 다가왔습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대신해 줄 만한 문제는 없습니다. 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저의 꿈이었고, 이제 저는 그 문제를 풀었습니다. 앞으로는 다른 문제를 풀어야겠지요. 개중에는 너무나 어려워서 풀고 난 뒤에 커다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문제도 있겠지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비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저는 어린 시절의 꿈을 어른이 되어서도 추구할 수 있는 아주 귀한 특권을 누린 행운아입니다. 그러나 성인이 된 뒤에 어떤 문제에 도전을 시작한다면 그 의미는 더욱 클 것이고 성취감도 그만큼 깊을 것입니다. 무언가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에는 일종의 상실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저는 8년 동안 한 가지 문제만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단 한시도 그 문제를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한 가지 생각만으로 보낸 시간치고는 꽤 긴 시간이었지요. 저의 여행은 이제 끝났습니다. 마음이 아주 편안하군요.." - page 405
그동안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수학자들 사이에 회자된 이유는 그것이 증명되지 않은 '정리'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고전적인 수학적 증명은 몇 개의 공리에서 출발한다. 공리란 '사실이라고 가정할 수 있는', 또는 '그 자체로 사실임이 분명한' 수학적 명제를 말한다. 이 공리에서 시작하여 단계별로 논리를 전개해 나가면서 아무런 무리 없이 결론에 도달해야만 비로소 하나의 수학적 증명이 완성된다. 공리에 아무런 결함이 없고 논리에 모순이 없으며 내려진 결론은 수학적 진리로 받아들여진다. 이렇게 얻어진 결론이 바로 정리이다. - page 48
수학정리의 진위 여부는 그것을 증명하는 데 사용한 논리의 타당성에 전적으로 좌우되기에 일단 증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그만큼 '완벽'해야 하기에 어려울 수밖에 없음을.
'정리'가 가진 의미가 막중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역대 수학의 거장들을 비롯한 수많은 학자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오랜 시간 동안 사투를 벌이면서 숱한 무용담과 오류, 비극 등을 바라보며 그들의 수학을 향한 열정과 노력이 고스란히 저에게도 전해져 '이것이 진정 수학의 매력이란 말인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편의 드라마보다 더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던 이 책.
그들을 통해 '수학의 아름다움'이 가슴 찡하게 남았습니다.
수학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 책은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