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 - 18세기 조선의 문화투쟁
백승종 지음 / 푸른역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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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나는 서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아무리 작은 이야기라도 겹겹을 풀어헤쳐 놓고 보면 그 속에 우주가 담겨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하나의 작은 점에 불과한 것이라 해도,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그 안에 무수한 직선과 곡선이 있다. 역사 속에서 사람들의 호흡을 발견하는 일, 사람들이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펼친 다양한 삶의 전략을 찾아내 꼼꼼히 기술하는 일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서사의 부활이다. 
                                                   -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머리말 중에서 -

 

'마이 프린세스'라는 드라마를 보면 갑작스럽게 자신이 공주라는 걸 알게 된 김태희가 공주의 자질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고분분투하는게 나온다. 

우리나라의 왕들을 보면,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왕이 되기 위해 살아온 자들이란 생각이 든다.
왕이 된 후에도 그들이 하는 일은 왕권강화와, 왕의 세력에 대항하는 이들을 견제하는 게 전부인것처럼 보인다. 

난 국사에 좀 약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가 국사를 가지고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안 통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겉으로 드러나는 역사라는 건 빙산의 일각이고 나머지 부분들을 향하여 상상력을 발휘하려하면, 역사적 ‘사실’들을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일은 위험한 일이라며 여기저기서 브레이크를 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마음껏 상상할 수 있어서 웬만한 장르소설 한권을 읽는 것보다 더 흥미로웠다. 난 저자의 상상력에 제대로 몰입할 수 있었고, 저자의 이런 시도가 기꺼웠다.

   
  ‘강이천’이라는 연구 주제에 매달려 있을 때 나는 역사란 무엇일까를 여러 차례 생각해 보았다. 우리의 전통 속에서 역사는 에피소드로 둔갑될 때가 많았다. 서사가 결핍되었다. 그래서 나는 중층적인 서사를 써 보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람의 얼굴이 보이고 사람의 냄새가 풍겨나는 서사, 역사 속 인물들의 망설임과 혼란과 고독함이 가슴으로 전달되는 역사, 역사적 주인공들이 추구한 삶의 전략이 파헤쳐지는 역사를 쓰자는 것이다.(15쪽)  
   


이 책은 조선 명탐정이란 영화를 보고 난후 정조가 너무 멋져 ‘정조’의 연장선 상에서 읽게 되었다.
그래서 제목을 보고, 우리가 성군으로 알고 있는 정조와 맞짱을 뜨는 인물로 지명도가 좀 약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다 읽고 난 지금도 좀 약하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정조에 대해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고, 18세기 조선의 문화투쟁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었고, 거기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투쟁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사실 강이천은 정치력이 출중하지도 못했고, 조직력과 지도력도 평범했지만, 그의 이런 문화투쟁을 정조는 어떻게든 억누르려 한다.

   
  바로 그 몽상에 파괴적인 힘이 있었다. 당시 몽상의 힘을 바로 인식한 이는 아마 국왕 정조가 유일하지 않았나 싶다. 강이천의 제어되지 않은 상상력이 현실과 단단히 결합될 경우 그것은 국가를 전복시키고 성리학 중심의 조선 문화를 여지없이 파괴시켜버릴 수 있다는 걱정, 왕은 바로 그런 염려를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246쪽)  
   

그렇다고 강이천이 만만하기만 한 인물은 아니다.
강세황의 손자답게, 열두 살때부터 정조의 인정을 받았다.
열일곱 살에 진사 시험에 합격한 뒤로도 왕의 특별 배려를 받은 촉망받는 선비였다.
김려, 이옥 등과의 교류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조선 역사의 틀을 김탁환으로 잡은 나는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 정조는 선비들에게 소품문을 금지해왔는데, 어떤 선비가 소품문에 물들어 있는지를 알아내고자 ‘박접회’라는 경솔하고 농염한 문제를 출제했다고 하는데 의도를 알아챚 못한 이옥은 그만 걸려들고 강이천은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났다(69쪽)는 구절은 흥미로웠다.

강이천의 불리한 신체조건을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겠다.
그는 태독으로 좌시였고, 다리도 불편했다.
강이천과 함께 한 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강이천은 장애가 있었고 나머지는 출신이 서자였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답답한 현실을 타개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느라 예언과 천주교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체반정과 관련한 이 책의 해석은 흥미롭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위배자의 대부분이 아직은 정권의 실세라고 도저히 볼 수 없는, 젊은층이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문체반정은 특정한 정파를 억누르려는 정책이라기보다는 미래의 집권층인 젊은 세대를 상대로 한 정조의 문화투쟁이라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할 것이다(148쪽)  
   

문체반정이 이 책의 해석 같아야, 나의 그간의 궁금증이 풀리는 부분도 있었는데...
교과서에서 영정조를 ‘문예부흥기’라고 배운 것과 관련해서이다. 

   
  정조가 문체의 자유까지 억누를 정도였다면, 그가 과연 "문예부흥"을 일으킬 수는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정조 대에 부흥된 문예가 과연 무엇인지 그 성격도 불분명하다. 문예부흥의 범주와 내용을 규정하는 학문적 작업은 앞으로 더욱 조밀할 필요가 있다.(149쪽)  
   

솔직히 정조를 참 멋진 왕이라고 생각했었기에, 이 책에 묘사된 정조가 참 아팠다. 그 중 정조가 변화를 두려워하는 완고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그러했다. 하지만 역사상 뛰어난 인물들은 진보 성향을 띠기 마련이라는 일종의 선입관이야말로 환상이라고 얘기한다. 지배층의 지나친 보수성은 때로 국가의 근본을 밑바닥부터 흔들어버린다는 저자의 말이 와 닿는다.

어쩜 정조는 그렇게 멋지기만 하지는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어쩜 소심했고, 어떤 강박관념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자연과학의 토대 위에 선 ‘합리주의자’도 아니었다.

   
  그에게 성리학은 다분히 종교적인 기능을 가진 것이다. 성리학은 정조에게 하나의 완고한 신앙이었다.(136쪽)  
   

결국 정조가 성리학을 고수한 그 이유 때문에, 강이천은 성리학을 버릴 수 밖에 없었다.

강이천은 사회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고작 서른 세살에 죽었다.
이 책에서 박지원 식의 ‘참세상’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박지원이 죽을때까지 그러한 정신적 지향을 고수했는지 확언하기 어렵다고 얘기함으로서, 연륜이 있는 박지원과 혈기 왕성한 강이천의 대비를 드러낸다. 

바다 건너온 해적 조문모 신부가 정감록에 나오는 해도진인이라는 유언비어를 날조 및 유포하고 이 유언비어로 타인의 재산을 갈취하려고 한 사건으로 제주도 유배형을 받았으나 순조때 신유박해때 강이천은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로 고문을 받던 중 죽는다고 전해지는데... 
어쩜 그는 타인의 재산을 갈취하려 했던게 아니라, 공평하게 나눠 쓸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꿨던 건 아닐까? 

이쯤 되면 이 책에서 우리에게 얘기하려는 바도 명확해진다. 
우리는 또 한번 문화적 암흑기 속을 걷고 있는건 아닐까?
봄이다, 마침 꿈을 꾸고 앞으로 나아가기에 좋은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한곳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중국이 어떻게 서쪽인지에 관해서이다.

정조는 가뭄이 “사악한 기운”의 결과라며, 그 기운이 “서쪽”에서 몰려온다고 단정했다. 서쪽은 중국이다. 그러나 청나라에 조공을 바치는 조선의 왕인 그가 중국을 노골적으로 원망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서쪽”은 중국을 상징하는 동시에 그곳을 통해 유입된 천주교(“서학”)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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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1-02-20 23:12   좋아요 0 | URL
언노운 영화 어때요? 볼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중이거든요 ㅎㅎㅎ

트롬은 네이버 전문가 평 보니까 평자가 반응이 극과 극 으로 갈리던데

아마도 저랑은 꿍짝이 안 맞을듯한 예감이 모락모락 남

sslmo 2011-02-21 02:32   좋아요 0 | URL
전 트롬은 넘 재미없었어요.
3D여서 안경까지 끼고 봤는데...눈만 혹사시킨 기분이었어요.
그것에 비하면 '언노운'은 책으로 치면 제가 딱 좋아하는 류였어요.
영화로 치면 좀 뻔한 반전이었지만, 나름 재미있었구요.
전 자동차 씬이 손에 땀을 쥐게 했어요~^^

cyrus 2011-02-21 00:52   좋아요 0 | URL
이 책 저도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강이천이라는 인물도 처음 들어본 것도 있었고
기존의 정조 시대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 이견을 제시하는 주장도 흥미로웠구요.
이 책 읽으면서 저도 <조선 명탐정>이 떠올렸는데 정조 시대에 관한 책뿐만
아니라 문화적 컨텐츠도 다양한거 같아요.

sslmo 2011-02-21 02:42   좋아요 0 | URL
전 기존 정조 시대에 대한 이견은 여기저기서 귀동냥을 했었어요,
그중 이분이 가장 파격적이었던 것은 맞지만요~
저 이 분의 글쓰기가 참 맘에 들어, 다른 작품들도 찾아 보려구요.
님은 이 책 어떻게 읽으셨을지 궁금한걸요~^^
(실은 님의 리뷰가 더 궁금,ㅋ~.)

2011-02-21 0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1-02-21 02:48   좋아요 0 | URL
음~내가 또 건너뛰었나?'갸우뚱~'
이 책의 부제 '18세기 조선의 문화 투쟁'이랑 연관지어서,
우리는 지금 또 다른 문화적 암흑기를 살고 있고,
그렇지만 좌절하지 말고
'젊은이여, 꿈과 희망을 갖자~'
뭐, 그런 얘기였습니다~(,.)

읽어보세요, 아주 흥미롭게 접근하실 수 있을거예요~^^

다이조부 2011-02-21 07:56   좋아요 0 | URL

주인장 이야기 들으니까 언노운 봐야겠네요 ㅎㅎㅎㅎ

sslmo 2011-02-22 01:2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보셔요~^^

차좋아 2011-02-21 12:49   좋아요 0 | URL
정조 시대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이야기 꺼리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게요. 영,정조 시대가 조선 문예의 부흥기이면서 문체반정이 있었던 정조의 시대이기도 하는군요. 음 생각해 볼 문제네요



sslmo 2011-02-22 01:29   좋아요 0 | URL
김탁환의 작품들 속에서 간접적을 한번씩 다뤘던 소재들이어서 전 충격이 덜했는지도 몰라요~

이렇게 되면 제가 님께 생각거리 하나를 더 제공한 게 되나요?^^

아이리시스 2011-02-21 14:19   좋아요 0 | URL
준론 탕평책이나 문체반정으로 정조비난하는 이견도 꽤 있죠. 저도 조선시대 왕치고 정조를 엄청 대단한 왕이라 생각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아무리 좋은 허울을 뒤집어써도 한계가 아닐까 생각해요. 의견을 고수하려면 반대의견을 세력으로 누를 수밖에 없었던 역사시대 특성상.

저 주말에 <마이 프린세스> 10개 정도를 쭉 보는데(한 번 볼까 했다가 빠져들어서,ㅋㅋ) 왕의 과정은 참 힘들겠구나, 했어요. 위치가 그렇다기 보다는 끌어내리려는 세력들이 상상초월할만큼 많아서 그거 방어하느라. 백성들이든 국민이든 잘살게 할 생각만 해도 일년 열두달이 모자랄 사람들이 말이죠.

이 책 오늘 두 개의 리뷰를 봤으니까 까먹을 때쯤 저도 정조시대에 관한 책 모아놓고 잡식성 읽기를 한 번 시도해볼랍니다.^^

sslmo 2011-02-22 01:36   좋아요 0 | URL
정조는 요즘으로 치면 인기관리를 잘한 왕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할아버지에 의해 왕이 되기까지 어린 나이부터 볼 것 못볼 것 다 보구 말이죠.

정조가 모델이 됐던 드라마나 영화 뿐만 아니라, 김탁환의 책들을 보면 정조는 뒤로 유화책을 참 잘 쓴 것 같아요~

전 정조도 정조지만,백승종님도 흥미로워서 말이죠~^^

반딧불이 2011-02-21 14:44   좋아요 0 | URL
정조와 그 시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군요. 새로운 인물이 나타날 때마다 정조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나오는 것 같네요. 그래서 정조가 매력있는걸까요?

sslmo 2011-02-22 01:41   좋아요 0 | URL
님의 얘길 듣고 보니...그도 그렇네요.
엄밀히 따지면 정조가 아니라 정조를 향한 새로운 시각이 매력적인 게 되는 건가요?^^

노이에자이트 2011-02-21 18:38   좋아요 0 | URL
당시만 해도 우리는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고 큰 나라라고 생각했지요. 우리나라가 중국 동쪽에 있으니 동방의 나라였고 그러니 중국은 우리나라에서 보자면 서쪽이죠. 일본은 근대에 들어서 왜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냐? 하면서 차이나의 한자음인 지나로 바꿔 불렀던 때도 있었습니다.요즘엔 다시 중국이라 부르고 있죠.

sslmo 2011-02-22 01:5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노이에자이트님.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제가 궁금했던 건 지리적인 서쪽이 아니고,
서쪽을 서방정토라고 표현하는 우리의 정서랑 관련하여...
서쪽에서 사악한 기운이 몰려온다는 표현이 의외라는 얘기였는데, 중간 생략을 넘 해버렸네요.
혹시 이 부분 관련 더 아시는 게 있으신지요?^^

반딧불이 2011-02-22 13:19   좋아요 0 | URL
서방정토는 멀리 서쪽에 있다는 이상향. 그러니까 극락세계를 말하는 것이고, 정조가 말하는 서쪽은 지리적으로 서쪽, 그러니까 천주교가 들어오는 곳 즉 중국, 서양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노이에자이트 2011-02-22 17:30   좋아요 0 | URL
고교 국어참고서 보면 정조가 소설을 싫어하는데 청나라에서 소설류를 많이 들여와서 엄금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문체반정에도 그런 성향이 반영됐죠.당시 청나라에서 여러가지 기묘한 물건이라든가 유행 같은 것이 많이 들어와서 엄격한 경건주의를 표방한 정조가 경각심을 가졌겠지요.

sslmo 2011-02-23 02:59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노이에자이트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두분 얘길 듣고 보니...제가 원하는대로 상상력을 발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정조가 성리학을 고수했다면, 서쪽을 사악하다고 표현하는 따윈 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서쪽을 사악하다고 얘기하는 순간, 성리학에는 반하게 되는거고...
어쩜 겉으로 보여지는 거 말고 정조의 마음 속에서는 김탁환의 소설들에서처럼 조용히 수긍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참으로 엉뚱한 생각을 해봤어요.

그렇지 않고서는 박지원 등의 북학파 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구요~


2011-02-21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2 0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2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3 0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좋아 2011-02-22 09:15   좋아요 0 | URL
중원이라 하여 세상의 중심이라하는 중화사상. 그리고 중화사상의 충실한 종복인 아우 동이족. 조선이 동이인건 중심에서 봤을 때 동쪽이라는 뜻인데 조선 스스로도 이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진족의 청나라가 들어서고 나서 조선 사대부들이 소중화주의라 하여 세상의 중심을 조선 반도로 옮긴 듯 합니다. 명나라는 멸망하였고 옛 중화의 땅인 대륙엔 오랑캐가 황제라고 자칭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그래서 맨날 북벌한다고 폼잡고 ㅋㅋ 청나라는 더 이상 세상의 중심이 아닌거죠. 그야말로 오랑캐.
아닐까요? 중화사상의 진정한 계승자는 조선 사대부들인거죠.(누구맘대인지는 몰라도~)


sslmo 2011-02-23 03:06   좋아요 0 | URL
이럴때 동쪽이나, 서쪽 내지는 '중앙'따위는 참 애매모호한 거더라구요.
기준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거니까요.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했을 때 중국이 서쪽인 게 맞지만,
우리나라가 소중화가 되어 중국과 뭉뚱그려졌을때는 서쪽이 티벳고원 정도가 되어 버리니까요?^^

모름지기 2011-02-23 01:48   좋아요 0 | URL
정조 주위엔 가만 보면 참 멋진 사내들이 많았어요.하하
비록 뜻을 다 이루진 못한 왕이었지만 행복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그럼에도 언급하신 부분이 아프게 다가오는것에 공감합니다. 사실은 불운으로 불리고, 평가되는 왕이잖아요. 과연 어떻길래 장르소설보다 재밌다시는지 읽어보고..맞구나~ 하면 좋겠어요.
전에 '민주주의는 죽었는가'라는 책에 대한 님의 언급으로 겁없이 그 책을 집었다 고생 좀 했거든요.하하

sslmo 2011-02-23 03:14   좋아요 0 | URL
네, 정조와 그 주변을 보면...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나요.
너무 밟아서 더 고개를 세운건지,고개를 세울 수 있도록 부추겨줬는지는 모르겠지만...암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남정네들이잖아요~^^

"민주주의는 죽었는가?"를 제가 언제 언급했죠?
조르조 아감벤 때였나요?('기억이 안나요~ㅠ.ㅠ)

모름지기 2011-02-26 00:0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조로조 아감벤 때..^^

sslmo 2011-02-28 01:1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쉽싸리 2011-02-23 10:58   좋아요 0 | URL
백승종 이란 분의 이력을 보니 흥미롭네요.
이분과 이덕일씨를 비교한 기사가 있습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0201023010
저는 소위 미시사 연구의 방향에 대해서 생각좀 하자 라고 읽었습니다만,,,
현대에서 한정된 사료를 기반으로 (과거)역사를 논하는 것이 한계와 어려움이 있을수 있겠죠. 역사가에게 필요한 능력은 어쩌면 뛰어난 창조성이 제일 인듯합니다. 거기에다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특별한 무엇이 가미되면 금상첨화겠죠^^

저는 정조시대를 배경으로한 김탁환의 소설을 읽다가 말았는데요(방각본 살인사건 만 읽었으니 그 후 나온 본격적인 백답파에 대한 얘기들은 아직 못 읽었습니다)소설을 통한 역사이해도 참 좋은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소설은 금방?읽히니,,,

sslmo 2011-02-24 01:57   좋아요 0 | URL
흥미로운 기사, 감사합니다.

저 이 기사 좀 그랬어요.
아니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서로가 서로를 흠집내는 기사가 마음 아팠어요.
이런 방법이 아니어도 충분히 두드러지는 입지에 계시는 분들인데 말이죠~ㅠ.ㅠ
 
하트의 전쟁 이스케이프 Escape 3
존 카첸바크 지음, 권도희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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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길을 가다가, 또는 어떤 행동을 하다가 머뭇거릴 때가 있다.
걸음을 늦춰 이것저것 쳐다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아예 멈추고 뒤돌아 내가 지나온 길을 쳐다보기도 한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을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난 과연 내 길을 잘 가고 있을까?
내가 가는 길을 바꾸면 안 될까?
어릴 때는 그저 길 위에 있는 것으로 안도했었다.
온통 뒤얽힌 미로에서 길을 잃었어도 그저 길 위에 있는 것으로 안도했었다. 

이제는 한걸음 떨어져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내 길이지만,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니 실타래처럼 엉킨 부분도,막힌 부분도 감지된다. 
엉킨 실타래를 풀고, 막힌 곳을 뚫을 방법을 궁리한다.

전시에는 거의 다 전쟁터에서 죽을 운명을 갖고 태어난다.
전쟁터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가? 
엉킨 실타래를 만났을때 포기하고 주저 앉지 않은 사람들, 막힌 부분을 뚫은 사람들, 또는 다른 길을 모색한 사람들이 아닐까?
운명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해준 사람이 있는데,
그의 조언을 빌리자면 '적선, 기도와 명상, 좋은 스승, 독서, 자기 사주를 아는 것, 명당'등이 그것이다.

누군가가 내게 제일 좋아하는 작가를 묻는다면, '존 카첸바크'를 얘기한다. 
'하트의 전쟁'이 번역되기 전이라,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이나 '애널리스트'등을 얘기하곤 했지만 말이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가 떠오른다.
떠듬떠듬 원서로 읽던 그 시절, 이 책의 주인공 하트가 엄청 부러웠다. 
('하트의 전쟁'은 우리나라에 영화로 먼저 소개되었었다.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영화와 책은 좀 다르므로 책을 권한다.)

그런 멋진 기수를 상관으로 둔  그가 부러웠고, 전쟁 포로로 끌려가서도 스승이 있어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그가 부러웠다. 

세월이 좀 흐르고, 요번에 번역본을 읽으면서,
그런 사수와 스승을 둔 하트를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이젠 나도 누군가의 사수와 스승이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에 어깨가 무겁다.  

이 책은 다방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전쟁의 상흔이 무섭고 인종차별이 잔혹하다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꽃 피우는 인간애가 있고...그것이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이책에는 사람이 사람에게 어떻게 용기를 주고,북돋워 줄 수 있는지, 어떻게 힘이 될 수 있는지 그게 거짓일지라도 사실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얘기되어지고 있다.

물론 시대 상으로 미루었을 때,
운명을 안 좋은 쪽으로 바꾸는 악연도 등장하지만...
내가 읽은 건 '사람의 운명을 나은 쪽으로 바꾸는 법'에 대해서이다.

“대위님,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을 해봤는데,
처음엔 희망과 믿음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다시말해, 운명이 곧이 곧대로만 흘러간다면, 
그래서 희망이나 절망 따윈 생각지도 못하고 살아간다면, '사람답게'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굴곡이 있어야, 어떤 방향으로든 나아갈 수 있다.
때로는 그 희망이 거짓되고 무모해도 말이다. 

그런데,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건 저런 질문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저런 질문을 생각해 내고, 누군가를 향하여 저런 걸 물어볼 수 있고 대답을 모색해 볼 수 있는 그런 행위를 통해서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엉킨 실타래를 풀고, 막힌 부분을 뚫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건...
자기가 읽은 책들을 통해서 일수도 있지만, 대부분 사수나 스승을 통해서이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내편과 네편의 경계가 있는게 아니라... 
자기 마음 속에 만들어낸 허상의 적,다시말해 자기연민 따위가 가장 큰 적이 아닐까? 
편이나 경계 따위에 대해서는 항상 생각이 복잡하다.
나로부터냐, 나로 말미암음이냐, 기준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서 마냥 틀려질 수 있다. 

“맞는 말이야. 하지만 하트, 젠장, 굶어 죽는 줄 알았어.”
“모두들 항상 배가 고프죠. 그건 중위님도 알 거예요. 질문이 있는데, 얼마나 배고픈가를 물었을 때, 집에서 지내는 중위님이 ‘굶어 죽을 것 같다’고 말하는 건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은 지 여섯 시간 정도 지났고, 이제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을 준비가 되었다는 뜻일 거예요. 아마 포트 로스트가 나오겠죠. 익힌 야채와 감자에 그레이비를 듬뿍 끼얹어서 말이에요. 물론 여기서 ‘굶어 죽을 것 같다’는 건 실감 나라고 한 말일 거예요, 안 그래요? 만일 중위님이 요 전날 이곳을 지나간 불쌍한 러시아인들 중 한 사람이었다면, ‘굶어 죽을 것 같다’는 말은 그보다 훨씬 사실적인 의미였겠죠. 안 그런가요? 단순한 말 몇마디가 아니었을 거예요. 그저 해보는 말이 아니란 말이죠.”
토미는 친구의 장점 중 하나를 깨닫고 내심 미소 지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상태에서, 그 즉시 입을 다물고 세부적인 사항들을 살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과묵함은 배려심에서 나오는 건지도 모른다. 토미는 휴가 폭격기 조종석에서도 특유의 관찰력과 정서에 따라 말이 없고 유능했을지 새삼 궁금했다. 분명히 그랬으리라.(167쪽)

“하트 소위, 자네는 뭘 보려고 왔지?”
........
“특별히 보고 싶은 건 없습니다. 어딘가에 기대를 품고 가면 보통 기대한 만큼만 보게 되니까요. 그래서 그냥 지켜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뭐든 필요한 것을 보게 되겠죠.”(186쪽)

토미는 빠르게 걸으며 주변의 공기를 흩뜨리는 이른 아침의 습기를 느꼈다. 비행하기에 좋은 말씨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바람직하지 못한 생각이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날씨가 안개와 진눈깨비, 폭풍에 시달리는 편이 나았다. 날씨가 청명하게 맑고 따뜻하다면, 그건 사람이 죽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죽는 것보다는 잿빛 하늘의 추운 날씨, 영혼까지 스며들 것 같은 쌀쌀한 날씨가 나았다.(210쪽) 

"내가 알기로 믿음이란 신뢰를 얻은 사람에게 남아 있는 최고의 선물이지 요구해서 가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믿음이란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생겨나는 겁니다. 상공에서 나란히 비행하는 중에 심한 옆바람에 흔들리면서, 메서슈미트와의 싸움에 함께 뛰어들며 생기는 거죠. 믿음은 가지기 힘들지만 한번 가지면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겁니다."(227쪽) 

이 책이 지금이라도, 이렇게라도 번역되어 나와 다행이다.
번역 상의 오류도 많았고, 좋은 구절, 생각해 볼 구절도 많아서...포스트 잇을 잘라 붙여 놓은 게 도깨비 방망이 핫도그를 닮았다.
'견고한 서스펜스'나 '고감도 심리 스릴러' 따위의 헌사로는 부족하다. 부디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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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18 02:50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예전에 댓글로 나무꾼님이 추천하신 책이었군요. 나온지 얼마 안되서
읽을 수는 없지만 예전에 나온 작가의 소설들을 먼저 읽어봐야겠습니다. ^^

sslmo 2011-02-20 02:54   좋아요 0 | URL
네,네~
아쉽게도 '애널리스트'는 절판돼서 구하기가 쉽지 않을거예요~^^

stella.K 2011-02-18 11:07   좋아요 0 | URL
참,'견고한 서스펜스'나 '고감도 심리 스릴러'물에 대한 리뷰를
이렇게 잘 쓰는 분은 양철님 밖엔 없을 것 같군요.
제가 이쪽과는 친하지 않아 그냥 재미나 있으면 모를까, 뭐 여기서
얻을만한 사색이나 철학적 통찰이 있을까 싶은데
당장이라도 읽고 싶게 만들잖아요!
근데 이책 가격도 가격이지만 두께가 만만치 않군요.^^

sslmo 2011-02-20 02:57   좋아요 0 | URL
우와~
이쪽을 잘 모르셔도 충분히 재밌게 읽으실 수 있답니다.

그러게요,저도 두권으로 나뉘어 나올 줄 알았는데 한권이더라구요.
독자 입장에선 땡큐한 일이지만, 출판사로선 무릎썼겠죠~^^

2011-02-18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8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0 0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1-02-18 13:23   좋아요 0 | URL
어떤 책인지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나무꾼님 올리신 리뷰만 보고 엄청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ㅎㅎ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글이 마음에 들어요.^^

sslmo 2011-02-20 03:00   좋아요 0 | URL
네, 진짜 괜찮다니까요~^^
한번 믿어주세요~!!!

아이리시스 2011-02-18 13:24   좋아요 0 | URL
음.. 이건 또..
재밌겠다!!!
번역안된 원서도 읽는 나무꾼님, 장르소설에서 철학을 읽어내는 나무꾼님,
저녁에 자든 밤에 자든 새벽에 자든 일어나는 시간이 같다고 하신 나무꾼님,
도깨비 방망이 핫도그 먹고 싶잖아요,ㅋㅋㅋ

sslmo 2011-02-20 03:04   좋아요 0 | URL
장르소설에서 철학을 읽어내면 안되는데...
뭐, 일상이지...삶의 연장선 상이지...별다를게 없어야 하는데 말이죠~
빨간날은 원없이 늦잠 자요.
아마 내일(오늘)도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일어나게 되지 않을까요?^^

감자 점점이 박힌, 그 핫도그~^^

순오기 2011-02-18 13:42   좋아요 0 | URL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작가에요. 알라디너들 덕분에 공부하는 재미도 쏠쏠해요~ ^^

sslmo 2011-02-20 03:07   좋아요 0 | URL
전 누구를 가르친다는 건, 하늘이 준 소임쯤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순오기님이 마냥 존경스럽구요~^^

이 책을 읽으면서...저도 누군가의 사수,스승이 되어야 할 때란 사실에 어깨가 무거워지더라구요~

잘잘라 2011-02-18 14:42   좋아요 0 | URL
존 카첸바크를 기억할께요.

하트의 전쟁두요. 제가 만약 이 책을 읽는다면 그건 순전히 양철나무꾼님 때문이니까 제가 책을 읽는 동안 아마 귀가 좀 간지러우실거예요. ㅎㅎ

sslmo 2011-02-20 03:09   좋아요 0 | URL
오른쪽 귀가요, 왼쪽 귀가요?
후회 안 하실테니, 걱정 없어요~^^

저절로 2011-02-18 15:31   좋아요 0 | URL
부디 일독을 권한다..알았어요.일독해 드리지요.

sslmo 2011-02-20 03:11   좋아요 0 | URL
일독만 하세요~
존 카첸바크를 끼고산다고 하실까봐 두려워져요,ㅋ~.

느린산책 2011-02-18 22:24   좋아요 0 | URL
아까 만추 보러가서 기다리는 시간동안 읽었어용. 집중력 최고~ㅋ
생전 첨 듣는 작가, 책이지만 정말 일독하고 싶은 맘이 드는 리뷰더군여^^

sslmo 2011-02-20 03:11   좋아요 0 | URL
만추 보셨군요?
저는 언노운 봤어요.^^

후회 안 하실거예요~

글샘 2011-02-19 11:24   좋아요 0 | URL
아주 '관조'적인 리뷰예요. ^^
핫도그 방망이 까지도 말입니다. ㅎㅎ
양철 님의 독서 세계와 제 그것 사이엔 별로 교집합이 없는데도... 님의 리뷰 읽고 나면 책이 읽고 싶어진답니다. 그치만... 읽을 기회는 아직 멀리 있는 듯 ㅎㅎㅎ

sslmo 2011-02-20 03:17   좋아요 0 | URL
님과 저의 독서 세계에 교집합이 얼마나 많은데요.
시집부터 시작해서, 마리 여사, 이옥에, 시코쿠에...
음~~~더 이상 생각이 안 나네요~ㅠ.ㅠ

읽고 싶으시다면야 코 앞에 대령도 할 수 있는데,
실은 관심이 없으신거겠죠~^^

글샘 2011-02-21 17:19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무협지도 별로 안 좋아했거든요.
판타지보다는 로맨스 쪽이 제 취향인 모양입니다. ㅋ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이제 읽어야 할 책을 좀 줄이려구요.
꼭 필요한 책 읽기에도 시간은 풍족하지 않은 거 같기도 해요.

sslmo 2011-02-22 01:16   좋아요 0 | URL
ㅎ,ㅎ...저는 고등학교 때 무협지 족보 그려가며 읽었어요.
멜랑코리한 글은 가뭄에 콩나듯 쓰시는 분이, 로맨스 쪽 취향이시라니 믿을 수 없어요.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저도 늘 하고 살아요.
열심히 줄여도 장르소설이 최후까지 남는다는 게 님과 저의 차이죠~

herenow 2011-02-20 13:03   좋아요 0 | URL
책의 날 기념 10문 10답 하실때도 '존 카첸바크'를 말씀하셨죠.
(전 왠지 스토커? ㅋㅋ; 그게 아니라 워낙 특이한 이름이라 어디서 들어봤나 했더니...)
장르소설쪽엔 문외한인지라, 양철나무꾼님의 글을 읽으면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런 생각들을 할 수 있게 되는걸까 궁금해진답니다.

물론, 어떤 책이건간에 감각적인 나름의 색깔로 느낌과 생각을 풀어내는
양철나무꾼님만의 글솜씨가 있어서겠죠.

존 카첸바크라는 양반을 알려면 이 책으로 시작하면 되는 건가요? (조언 부탁드려요)
한참이나 잊고 지내는 '소설 읽기'의 호사를 누려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sslmo 2011-02-21 02:29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와 있는 건,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애널리스트''하트의 전쟁'이렇게 세권이예요.
순서나 경계가 정해진 게 아니니까 어떤 것을 먼저 읽어도 좋으실거예요.
다 심리스릴러라고 평가받기에 손색이 없어요.
읽어보시면 님도 충분히 관심 가질 수 있는 분야일듯~^^

이박사 2011-02-21 22:57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 리뷰네요. 전 양철님과는 약간 다르게, 이전 소개된 두 작품에서 많은 실망을 했는데 '하트의 전쟁'은 대만족입니다. 리뷰 정말 잘 읽었습니다.

sslmo 2011-02-22 01:25   좋아요 0 | URL
ㅎ,ㅎ...실은 이박사님 서재 열심히 들락거렸었는데 여기서 뵈니 더 반가운 걸요~
그분의 이전 작품들은 좀 늘어지는 느낌이 들기는 하죠.
'어.미.사'는 그 늘어지는 수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고,
'애널리스트'는 중간생략,생략하지 말아야할 것도 생략, 이 매력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존 카첸바크를 '쫌' 애정하나 봐여~^^

Saint Jimmy 2011-02-22 08:3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얼마전에 <하트의 전쟁> 다 읽었습니다.
이스케이프 시리즈 중 <타운> <워치맨>보다도 좋더군요.
앞으로의 라인업이 더욱 더 기대가 되고 기다려집니다.
네 번쨰 라인업은 코디 맥퍼딘이라는 작가의 <섀도우 맨>이라고 합니다.
이스케이프가 더 흥했으면 좋겠어요~^^

sslmo 2011-02-23 02:4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Saint Jimmy님.
전 요즘 '로버트 크레이스'도 좀 멋있어서요, 조 파이크 시리즈 기대하고 있어요.

전 이스케이프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소설 출판사 들도 다 흥했으면 좋겠어요~^^

모름지기 2011-02-23 01:52   좋아요 0 | URL
어쩜..전 이렇게 근사한 리뷰를 언제쯤 쓰게 될까요?
이런 칭찬 하도 들어서 이젠 식상하시죠? 하하하
전..특히나 소설을 감성적으로만 치우쳐 읽어서 늘..수박 겉만 핥는게 아닌가 하거든요.

sslmo 2011-02-23 02:49   좋아요 0 | URL
ㅎ,ㅎ...제가 말씀 안드렸나요?
전 지인들한테 머리를 옵션으로 들고다니냐는 소리를 듣고 산다니까요.
이성이나 감성이나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치지 말고, 책 속에서 삶을 엿보고 실천하고 싶어요~^^

도깨비 방망이 2011-02-23 18:2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그런데 도깨비 방망이 핫도그 말씀인데요. 그 정도로 번역 상의 오류가 많았나요? 아님 양철나무꾼님의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서 그런가요? '이 책이 지금이라도, 이렇게라도 번역되어 나와 다행이다.'는 말씀이 마음에 좀 걸려서요.

sslmo 2011-02-24 01:5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도깨비 방망이 님.
ㅎ,ㅎ,ㅎ...제가 까다로운 걸 간파하셨단 말씀이세요?

좋은 구절, 생각해 볼 구절도 많았지만...
맞춤법이나 어법 틀린 것은 차치하고 번역 상의 오류도 제법 있었어요.
이 책이 군대용어, 법률용어도 많고, 독일어도 섞이고 해서 번역이 쉽지 않았으리라는 건 짐작합니다만~

'그는 신문에서 오려낸 사망 기사를 가늠하며 셔츠 주머니를 톡톡 두드렸다.(15쪽)'
이 부분의 원문을 보면,
He felt the obituary in his pocket, tapping the fabric of his shirt with his hand.
라고 되어 있어요.
->'가늠하다'라는 단어가 어색해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흔하지 않은 철자를 쓰는 성인의 이름을 물려받은 그는 비쩍 마른 조용한 젊은이로 그리 호감 가는 외모는 아니었다.
->성인의 이름이 아니라 성을 물려받은 거죠.

또 하나만 집어 보자면,
29쪽에 토미가 갇힌 곳은 '지하실 벽장'이라고 되어 있는데, 264쪽엔 '옷장'이라고 되어 있죠.
원서는 찾아보지 않았지만, 이럴 경우에는 용어를 하나로 통일시켜 주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암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책이 아주 좋습니다~^^

도깨비방망이 2011-02-24 08:2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역시 까다로운 분이 맞군요. 저기서 felt는 느꼈다라기보다는 가늠하다가 나은 것 같은데요. 가늠하다는 말은 어림짐작으로 인식하다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지하실 벽장을 옷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면 같은 단어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 다음 번엔 옷장으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통일이 반드시 좋은 건 아니죠. 오역이란 말은 폭발성이 강하니까 좀더 신중하게 사용하셔야죠. 양철나무꾼님이 존 카첸바크를 좋아하는 것과 오역 문제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도깨비방망이 2011-02-24 11:0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오역'이란 말을 '오류'로 바꿨군요. 좀 낫습니다. 한 가지만 더 여쭤볼까요? 저 위에서 '이젠 나도 누군가의 사수와 스승이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에 어깨가 무겁다.'고 하셨는데, 본인이 정말 그 정도로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다고 생각하세요? 서평 본 사람들의 칭찬이 이어지니까 황홀한 착각에 빠진 건가요? 현실적으로 그런 경지에 올라 있는 사람은 참으로 보기 드물어서 하는 말입니다.

sslmo 2011-02-24 11:45   좋아요 0 | URL
착각하셨군요.
리뷰에 손대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오류라고 썼었는데 말이죠.

이 책의 역자 분신가요?
그렇다는 가정 하에 얘길 더 해 보기로 하죠.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놓고 봤을 땐 동그라미를 쳐 줄 수 있겠죠.
하지만 전 번역된 한 권의 책을 읽은거죠.
한권의 책 속에서 단어나 문장들이 어울려 빛을 발하느냐를 놓고 봤을 때는 다른 얘기죠.

'가늠하다’는 ‘어림짐작으로 인식하다’가 아니라 ‘사물을 어림잡아 헤아리다’는 뜻이죠.
‘헤아리다’에는 수나 양적인 뉘앙스가 있구요.
‘feel’에 ‘손으로 더듬다’는 적절한 표현이 있는 데 그런 모험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지하실 벽장을 옷장으로 사용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할 것은 그가 지하에 갇혔던 적이 있어서 폐쇄공포증이 있다는 거죠.
그쵸. 동어반복을 피하기 위해 대체어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건 ‘고개를 끄덕이다’와 ‘주억이다’ 같은 바꾸어도 뜻이 명확하게 통하는 경우이지,
여기서처럼 ‘지하실 벽장’에 갇힌 건지 ‘옷장’에 갇힌건지 헷갈리는 경우는 아니라고 봅니다.

왜 단어 하나에 까다롭게 구냐고 한다면, 장르소설에선 하나의 단어가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많이 마음이 상하셨나 봅니다.
개인적인 코멘트까지 끄집어내시는 걸 보면 말이죠.
'이젠 나도 누군가의 사수와 스승이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에 어깨가 무겁다.'는 말은 이제 그럴 나이가 되었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자조였어요.
어디서 제가 상당한 경지에 올라있다고 했다는 건지 알 수 없어서 질문에 대한 답은 못 드리겠습니다.

이 말씀은 드리고 싶네요.
존 카첸바크를 들먹인 것은, 그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별 다섯 개를 꾹꾹 눌러주지 않았으리라는 의미였어요.

도깨비방망이 2011-02-24 12:4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오역과 번역상의 오류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전 같은 뜻으로 기억했던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림짐작으로 인식하다'와‘사물을 어림잡아 헤아리다'도 표현상의 문제 아닌가요? 벽장을 옷장으로 바꿔서 사용했다면 '아, 벽장이 옷장으로 사용되었나 보다.'고 이해하면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은데요. 그게 실마리가 될 만큼 중요한 단어라면 역자가 그렇게 옮기지도 않았겠죠. 아, 그게 자조였군요. 하지만 자조라는 단서가 없더라고요. 암튼 저 정도를 놓고 '번역상 오류가 많다'느니, '이렇게라도 번역되어 나와 다행이다.'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건 좀 심하게 느껴지네요.

권도희 2011-02-24 20:3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이 작품을 번역한 권도희입니다. 저도 카첸바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양철나무꾼님의 애정어린 서평,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니 상황이 조금 난감해서 몇 글자 남깁니다. 먼저 가늠하다는 표현이 마음에 안 드셨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번역할 때마다 어떤 단어로 표현을 해야 할 지가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성인의 이름을 땄다는 부분은 제가 알기로는 성인은 성이 아니라 이름을 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옷장 부분은 도깨비방망이님께서 많은 말씀을 해주셨지만, 사실 오타입니다. 벽장이 맞는데, 교정 과정에서 놓친 것 같습니다. 양철나무꾼님의 서평도 잘 읽었고, 번역 오류라는 지적에 대해 감싸주신 도깨비방망이님께도 감사드립니다만, 두 분이 이제 그만하시는 편이 카첸바크의 작품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sslmo 2011-02-24 18:3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권도희님.
전 님이 번역하신 책 몇 권 더 읽었고, 오스카 와일드 살인사건 같은 건 아주 좋아하죠.

표현이 제 마음에 안들었다고 하여 번역상의 오류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죠.
맞춤법, 어법은 물론이고 이런 부분이 몇군데 더 있지만, 제 딴엔 수위가 가장 약한 걸 고른다고 고른 거였는데...다 부질없는 듯 하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죠.

성인의 이름 부분은 님의 말씀을 듣고보니, 그 또한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성인의 이름을 따서 3대에 걸쳐 성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인가 보죠?
다만 원서에선 family name이란 단어를 사용했던 것 같고, hart가 이름이 아니라 성이어서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는 글을 쓰는 것은...작품을 쓰거나, 번역을 하거나, 이런 리뷰 하나 쓰는 것도 말빚을 지고 사는 것이라는 걸 모르지 않습니다.
제가 내뱉은 모진 말들은...저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 오겠죠.

난감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좋은 작품들로 또 뵙도록 하죠~

도깨비방망이 2011-02-26 09:0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쯤 하죠. 오역이든 오류든 지적할 건 해야겠죠. 하지만 그 이전에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과연 정확한가?' 먼저 자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2011-03-04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5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빔밥 / 이대흠

 비빔밥엔 잡다한 것이 들어가야 한다 신건지나 묵은 김치도 좋고 숙주나물이나 콩노물도 좋다 나물이나 남새 노무새도 좋고 실가리나 씨래기 시락국 건덕지도 좋다 먹다 남은 찌개 찌끄래기나 달걀을 넣어도 좋지만 빼먹지 않아야 할 것은 고추장이다 더러 막걸리를 넣거나 된장국을 홍창하게 넣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취향일 뿐 그렇다고 국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비빔밥엔 가지가지 반찬에 참기름과 고추장이 들어가야 하지만 정작 비빈 밥이 비빔밥이 되기 위해서는 풋것이 필요하다 손으로 버성버성 자른 배추잎이나 무잎 혹은 상추잎이 들어가야 비빔밥답게 된다 다 된 반찬이 아니라 밥과 어우러지며 익어갈 것들이 있어야 한다 묵은 것 새 것 눅은 것 언 것 삭은 것 그렇게 오랜 세월이 함께해야 한다. 
 하지만 재료만 늘어놓는다고 비빔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비빔밥을 만들기 위해서는 요령이 필요하다 비빈다는 말은 으깬다는 것이 아니다 비빌 때에는 누르거나 짓이겨서는 안된다 밥알의 형태가 으스러지지 않도록 살살 들어주듯이 달래야 한다 어느 하나 다치지 않게 슬슬 들어올려 떠받들어야 한다 

 손과 손을 맞대고 비비듯 입술과 입술을 대고 속삭이듯 그렇게 
 몸을 맞대고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게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우려 이미 분리할 수 없게 그렇게
 그렇게 나는 너를 배고
 너는 내게 밴 상태라야 비빔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는 사람아 비빔밥을 먹을래? 
 내가 너에게 들고 싶다 

난 이대흠을 '작침' 이라는 시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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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를 읽노라면 마음이 애잔하다.
요번 시에선 애잔한 걸로 부족해 고향과 어머니를 전방에 배치한다.
내가 고른 시, '비빔밥'이 그 중 '덜'이다.  
 
실은 나는 비빔밥이 별로 이다.
이것저것 잡다한 것이 들어가 주는 것 같아서 영 그렇다.
난 아무리 찬이 없어도 접시나 보시기에 찬을 조금씩 덜어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 
비빔밥의 계란은 한 쪽만 익혀 뜨거운 밥과 익은 찬들과 어우러져야 제맛이다.

하지만, 이런 나도 보리밥에 강된장 넣어 먹는 그런 비빔밥은 좋다. 
그렇게 비빔밥을 비벼먹고 사랑하는 사람이랑 한 이불 덮고 누워 방귀를 뽕뽕 끼며 잠들었으면 좋겠다. 

'작침'을 대할 때만 해도 시어를 아끼는 게 못내 아쉬웠는데,
요번 시집에서의 느낌은 조곤조곤 늘어놓다 못해 좀 질퍽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요리책 한권도 같이 읽었다. 
요리책이라고 하기엔 좀 가볍지만, 취지는 좀 무거운 책이었다. 

   
  하지만 그건 음식이 아니라 내 아이의 몸을 파괴하는 독이었다는 것을 아이의 건강이 나빠지고서야 할게 되었습니다...제가 직접 체험해 효과를 보니 아토피, 과잉행동증후군 등으로 고생하는 아이와 부모에게도 저희 집의 식탁 혁명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이자 유명 셀러브리티 등의 오가닉 식단을 담당했던 친한 동생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했다. 그 동생의 대답은 간단했다. "오빠, 아이 식단은 아이 시선에서 바라봐 줘, 비빔밥을 준다고 했을 때 큰 그릇에 나물을 흩뿌리고 벌건 고추장 소스를 뿌려 준다면 애들은 그걸 무섭게 생각할 거라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면 간단해."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혁준이를 위해 재료와 조리법은 배웠지만 스타일링은 전혀 바뀐 게 없었다. 외려 어른이 좋아하는 걸 아이에게 맞추라고만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미안해질 정도였다.(50쪽)  

 

난 이런 책을 좀 시니컬하게 읽는 경향이 있다. 
요리 책으로 읽으면, 취지도 좋고 내용도 그럴듯 하고 한데 말이다.
'엄마와 아빠가 조금만 더 수고스럽게 움직여 아이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면 지체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라고 본문에선 얘기하고 있지만,
발상을 조금만 비틀면 겨울방학이면 밥을 굶는 친구들이 있다. 
내 아이를 친환경 유기농에 밀가루도 안 먹여가며 고이 감싸 키웠다 한들,
이 아이가 친환경 유기농 급식을 하는 학교에 다니게 될까? 
 
따뜻한 밥 한 그릇 같이 나눠 먹으며, 소통을 꿈꿀 수 있으면 족한 게 아닐까? 
커다란 양푼에 이것저것 섞어넣고 비비면 꽂는 숟가락 갯수 만큼 둘러앉아 먹을 수 있으니 숟가락 갯수만큼 충만하다. 
 

이젠, '밥 한번 먹자' 대신 '비빔밥 먹을래'로 레파토리를 바꿔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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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2-11 01:46   좋아요 0 | URL
우왕~~~ 왜 이렇게 오랜만이신거예요?
서재브리핑에서 양철나무꾼님 닉네임 보자마자 달려왔네요. 헉헉-

저요 저요, 비빔밥이요! 쌈밥 다음으로 좋아하는 비빔 비빔 비빔밥!!! (아주 아주 미미한 차이로 쌈밥이 제일 좋구 그 다음 비빔밥, 그 다음 김밥, 초밥 순으루 좋아해요. 히히 생각만 해도 좋아라~)

sslmo 2011-02-14 09:57   좋아요 0 | URL
한살 더 먹는다고 나이 치레 하나봐요.
계속 골골 하네요~ㅠ.ㅠ

저도 쌈밥 좋아해요, 일단 푸짐하잖아요~^^

비로그인 2011-02-11 03:27   좋아요 0 | URL
동의합니다! 내 아이에게 좋은 것 골라 먹이고 싶은 부모 마음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보다는 함께 나눠먹는 법을 가르치는 게 더 의미있겠죠. 모두 제몫의 수저를 들고 둘러앉은 비빕밥 앞에서 그 안에 든 게 먹어도 되는 건지 하나하나 살피고 있는 아이로 키워서는 곤란하잖아요^^

sslmo 2011-02-14 10:04   좋아요 0 | URL
내 아이에게 좋은 것 골라 먹이는 차원이 아니라,
아토피로 고생해서 골라 먹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 아이를 둔 부모들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구요.
제가 이 책이 좀 슬펐던 건...재료와 조리법이 아니라, '스타일링' 운운했기 때문이에요~
제 몫의 밥그릇과 제 몫의 수저는 같은 '제 몫'이지만 쓰임은 다른 거잖아요~^^

책가방 2011-02-11 09:13   좋아요 0 | URL
아이들 학교에서 급식실 증축공사로 1학기동안 도시락을 싸야된답니다.
물론 저야... 할 줄 아는 범위내에서 성의껏해서 보내겠지만.. 유달리 맞벌이 비율이 높은 우리동네 사정을 감안할 때 아이들 도시락 사정이 저마다 다를 듯 하여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아이가 있을까 혼자 걱정중이랍니다.
농사일에 삼남매 도시락(5~6개)까지 준비하시느라 매번 변변치 못했던 엄마의 도시락이 쬐끔 부끄러웠던 기억 때문인지 남일같지 않네요.
각 반에 큰 양푼을 하나씩 기증할까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봅니다.ㅋ
서른개가 넘는 도시락을 모두 넣어서 비비려면... 엄청 커야겠죠...??

sslmo 2011-02-14 10:10   좋아요 0 | URL
저희 아들도 중1때 급식실 증축 공사 하느라고 도시락 열심히 쌌었어요.
급식실 공사하면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저희 아들 학교는 산 꼭대기에 있어서 선생님들이나 그 밖의 직원들도 엄청 고생하더라구요.

급기야 더 비싼 돈 주고 그야말로 인스턴트 투성이인 도시락 배달하는 것도 봤어요~^^

한동안 몸도 마음도...분주하시겠어요~!!!

마녀고양이 2011-02-11 13:32   좋아요 0 | URL
배고파라......... 아침부터 비빔밥이라니 잔인하잖아요.
아, 머, 비빔밥 사진 안 올린 것만으로도 감사해야겠지만,
인용글 너무 먹음직스러운걸. 회덮밥 먹고 시퍼요. ㅠ

sslmo 2011-02-14 10:13   좋아요 0 | URL
난 회덮밥은 정중하게 사양하구요~
골동반이요~ㅎ,ㅎ.

골동반이고 뭐고...아웅, 배고프당~ㅠ.ㅠ

저절로 2011-02-11 09:40   좋아요 0 | URL
차롓상을 물리고 숟가락을 드니, 어느새 새침하게 내 손을 때리며 손아랫 동서가 이런다.
"비빔밥은 젓가락으로 살살 달래가며 먹어야 제 맛이 난데요 행님!" 한다.
그때 저는 서울내기들은 젓가락으로 멋을 부려 밥을 먹나부다..쳇쳇. 했었거든요.
...맞는 말이네요^^

(양철님~그리고 저..이불 속에서는 제가 방귀대장이에욧.으흐흐흐)

sslmo 2011-02-14 10:16   좋아요 0 | URL
비빔밥은 젓가락으로 비비는 게 정석이래요, 제가 서울내기여서 드리는 말씀은 결코 아니랍니다~^^


하늘바람 2011-02-11 09:53   좋아요 0 | URL
어머나 작침 이란 시 참 예쁘네요

sslmo 2011-02-14 10:17   좋아요 0 | URL
그쵸?
저도 이 시 처음 봤을 때...설레였었어요~^^

느린산책 2011-02-11 10:12   좋아요 0 | URL
우왕 글잖아도 배고픈데..@.@
빨리 밥먹어야겠당~ 후다닥 =3=3=3
배좀 채우고 다시 읽을게용

sslmo 2011-02-14 10:17   좋아요 0 | URL
오늘도 김창환 들으면서...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계신가요?^^

herenow 2011-02-11 10:33   좋아요 0 | URL
너무 오랜만에 뵙는 양철나무꾼님! 그동안 바쁘셨어요?
역시 뭐 하나라도 느끼고 얻어가게 되는군요. ^ ^*

강된장 비빔밥은 세종문화회관 뒷편 로얄빌딩 지하 "깡장집" 추천요~
이미 아실것 같지만 ^^;

sslmo 2011-02-14 10:20   좋아요 0 | URL
네,오랫만이네요~^^

"깡장집" 몰랐어요.
로얄빌딩이라 하면, 스카우트 수품 보급소 있는 그 어디멘가요?
저 당장 검색 들어갑니다~!!!

아이리시스 2011-02-11 12:02   좋아요 0 | URL
이거 보니까 대학 때 시발표시간 기억나요.
어떤 애가 비빔밥을 칼라풀하게 시로 표현했었는데, 그 순간 저는 살아생전 시인은 절대 못되겠다 생각했었어요. 그 애도 아직 시인이 안됐겠지만,ㅋㅋㅋ

연휴 지나고 왜 안계시나 염려했었어요. 아프셨어요?
얼른 으쌰으쌰 하셔서 또 재밌는 글 많이 보여주셔야죠, 그죠?^^
아, 저 아직도 아침형인간으로 변신중이랍니다. 오전에 일어나려니 수면부족으로 죽겠어요! 흑흑.

sslmo 2011-02-14 10:23   좋아요 0 | URL
저도 이참에 아침형인간으로...변신...해볼까 고민 중...입니다~^^
전 아침에 일어나는 게 잘 안돼요.
아침엔 눈꼽 떼고 나오기 바빠요~ㅠ.ㅠ
아무리 일찍 자든 늦게 자든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똑 같아요.

따라쟁이 2011-02-11 12:13   좋아요 0 | URL
어어어.. 저 작침이라는 시.. 가슴이 멍해지는데요. 와.. 좋아요 완전 좋아요

sslmo 2011-02-14 10:24   좋아요 0 | URL
'작침' 따라쟁이님 스탈일 줄 알았어요~^^
님이 완전 좋다고 하셔서, 저도 이 아침 완전 좋아요~^^

cyrus 2011-02-11 17:18   좋아요 0 | URL
이대흠 시인의 시를 보는 순간 비빔밥 먹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저녁에 그냥 남은 찬으로 제 맘대로식(?) 비빔밥 해먹어야겠어요 ^^;;

sslmo 2011-02-14 10:26   좋아요 0 | URL
계란 노른자 넘 익히지 않고 터뜨리지 않고 잘 해 드셨어요?
님 맘대로식 비빔밥의 비법은 뭘까요?^^

cyrus 2011-02-14 10:40   좋아요 0 | URL
그냥 있는 반찬 다 비벼서 먹는거에요^^;;
어떻게 보면 맛이 없어보일지 모르지만 막상 배고플 때
먹으면 이상하게도 맛있게 느껴지더라구요 ㅎㅎ

sslmo 2011-02-18 01:44   좋아요 0 | URL
시장이 최고의 반찬이라잖아요~
알바 끝났어요?
혹시 이 시간에 말똥망똥하고 앉아, 양푼에 밥 비비는 건 아니겠죠?^^

꿈꾸는섬 2011-02-11 20:58   좋아요 0 | URL
아, 전 비빔밥 무척 좋아해요. 가지각색의 나물들이 들어가는 것도 좋고, 이것저것 잡다한 것 마구 섞여 쓱쓱 비벼낼때의 기분도 좋구요. 각각의 것들이 한데 어울려져 묘하게 맛있는 것도 좋구요. 시 읽다가 비빔밥 너무 먹고 싶다...내가 만들기엔 손이 많이가니 언제 먹으러 나가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요.ㅎㅎ

양철나무꾼님, 설 잘 쇠셨죠? 안 보이셔서 서운해하던 참이었는데 너무 반가워요.^^

sslmo 2011-02-14 10:28   좋아요 0 | URL
댓글 쓰는 이 아침,이렇게 곤욕일수가~~~ㅠ.ㅠ
배 고파요, 배 고파~

감은빛 2011-02-12 02:48   좋아요 0 | URL
저도 비빕밥을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예전에 학원강사 하던 시절,
학원 앞 분식집에서 가장 싸고, 가장 빨리 나오는 메뉴였기 때문에
매일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늘 돈과 시간에 쫓겨 살던 때라서)
그 이후로는 안 먹게 되더라구요.

시가 참 좋네요! 이 시집 찜해두어야겠습니다.

sslmo 2011-02-14 10:30   좋아요 0 | URL
전 컵라면과 김밥이요.
제 젊은 날들을 돌아보면 컵라면과 김밥 빼곤 얘기가 안 돼요.
전 하도 질려...지금도 컵라면은 싫어요~!!!

세실 2011-02-12 10:52   좋아요 0 | URL
알밥은 좋아하는데 비빔밥은 별로예요.....
근데 예전에 식당에서 양푼에 한꺼번에 비벼먹는 비빕밥 친구들이랑 먹으면서 행복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소통, 나눔의 의미지요~~~

sslmo 2011-02-14 10:32   좋아요 0 | URL
김이 몽글몽글 올라오는 돌솥에 나오는 알밥도 맛있겠다.
저 점심은 그냥 랜덤으로 시켜주는 대로 먹는데, 오늘은 알밥 먹으러 나갔다 와야 겠어요~^^

순오기 2011-02-12 14:45   좋아요 0 | URL
아~ 이런 생각은 시 한 편, 글 한 줄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글이네요.
양철나무님~ 우리도 같이 비빔밥 먹어요, 사랑합니다~~~고백하고 싶어지는 페이퍼!!

sslmo 2011-02-14 10:33   좋아요 0 | URL
저도 왕 사랑합니다.
언제, 우리도 같이 비빔밥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이조부 2011-02-16 11:03   좋아요 0 | URL


이대흠 시집 읽었던 기억이 덕분에 ㅎㅎㅎㅎ

sslmo 2011-02-18 01:48   좋아요 0 | URL
이대흠, 좋죠?^^
전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시절이랑 너무 다르게 변해, 낯설었어요.
(짧은 하이쿠를 보는 것 같았는데, 산문시 스타일로 바뀌어서~^^)

hina 2011-02-16 13:14   좋아요 0 | URL
커다란 양푼...하니 영화나 드라마에서, 예쁘고 날씬도도한 여자들이 집에 들어가면 목늘어난 티셔츠에 안경끼고 머리까지 틀어올리고선,하나 가득 비빈밥을 마구 퍼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지금이 점심먹고 온 다음이라 그렇지, 이보다 쪼금 이른 시간, 혹은 저녁식사 할 즈음에 이 페이퍼를 봤으면 엄청 괴로웠겠어요~ 흐...양철나무꾼님은 점심식사하셨나요~?

sslmo 2011-02-18 01:50   좋아요 0 | URL
ㅎ,ㅎ...그런 TV광고 있었죠~
아웅~저 김장김치랑 오이 송송 썰어넣고 김 가루 부숴 넣어 국수 비벼 먹고 싶어요.^^
 

한때 내가 김탁환의 '열녀문의 비밀'에 넋이 나갔었던 건 이 구절 때문이었다.  

취허(吹噓, 샘이 마를 때 물고기들이 서로 습기를 뿜어주는 일)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니까요. 나리처럼 소설을 탐독하신 분을 일찍이 뵙지 못했답니다.
 
옛사람들은 어쩜 이렇게 멋진 말로 수작을 부릴 수 있단 말인가?
 
손가락에 침 묻혀 책장 넘기지 말라. 손톱으로 긁지 말라. 책장 접어 표시 말라. 땀 난 손우로 서책 들지 말라. 베고 눕지도 말고 팔꿈치로 괴지도 말고 술항아리 덮지도 말고 던지지도 말고 다리 사이 끼우지도 말라. 서책 휘둘러 창이나 벽에 묻은 먼지 털지도 말라.   

책에는 내가 좋아하는 이덕무의 사소절도 나와주신다. 

 

 

 

 

 

 

그래서 였을까?
영화화 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원작의 수사를 어떻게 버무려 낼까 참 궁금했었다.
(김탁환표 서사야 튼튼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것이고...)
 
주인공이 김명민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책 속에서는 백탑파라고 하여 연암 박지원을 위시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서이수, 그리고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이명방이 등장하는데...
영화에선 개 도둑 '오달수'가 탐정의 조수 쯤으로 등장한다. 
내가 무리수를 뒀다 싶었던 건, '한지민'이었는데...
원작의 기생 계목향 역을 할지 열녀 김아영 역을 할지 궁금했었다. 
영화에선 전혀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한다.

나는 책을 꼼꼼히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영화가 산만하고 겉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랑 같이 영화를 본 남편과 아들은 전혀 내용 파악 못하고 깔깔대고만 계시더라~
조선 명탐정이라고 하는 데 '추리소설적'요소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영화 곳곳에 웃음 코드를 버무려 넣어 뻥뻥 터져주시는게...이 감독, 웃음 폭탄 제조기쯤의 별명을 얻게 되진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아무리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려고 해도, 김명민이 연기해낸 탐정 캐릭터는 겉돌기만 했다.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여 김명민이 등장하는 것부터가 예사롭지는 않았지만,
그건 탐정의 자질을 십분 발휘하여서가 아니라 실학과 천주교를 익힌 그가 널리 백성을 이롭게 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오달수가 연기한 개도둑의 캐릭터가 탐정의 그것에도, 실사구시에도 가깝다. 

풍부혈에 침을 꽂아 즉사시키는 건 시대물에 자주 등장하는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었는데, 이 영화의 부제 '각시 투구꽃'이랑 관련 꼬투리를 잡자면 얘기가 좀 복잡해 진다. 

이렇게 예쁜 이름으로 불리우는 '각시투구꽃'의 뿌리는 우리가 한방에서 흔히 쓰는 이름으로 바꾸면 '부자''초오'쯤 된다. 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다루기가 까다로운 것은 맞지만 법제만 잘 하면 그리 염려할 맹독은 아니다.
근데 이것보다 이 '각시투구꽃'을 재배하는 곳으로 등장하는 '적성'에서 이 각시투구꽃이 대량 재배가 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적성이라는 곳에 감악산이 있기는 하나, 주산지는 중국 동북부와 러시아 등지로 알려져 있다.  

책에서 적성은 농사만을 지어선 살기 힘들다며 소금 무역을 언급한다.

보이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는 건 사실이니까. 이 세상에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소중한 것들이 참으로 많다네.(상,17쪽)   

 "...서책을 읽고 외우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라네. 더 중요한 배움은 서책을 덮은 후부터 시작되지."(상,43쪽) 

"허생 같은 방식으로 나라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해..."
"과연 그렇습니다. 문제는 그런 짓을 한다는 이유로 장사꾼들을 핍박할 게 아니라 상도를 가르쳐야 한다는 겁니다. 허생이 변산 도적떼를 이끌고 섬으로 건너가 올바른 삶을 가르친 것이 그 예이겠지요. 지금 조정에서는 이재에 밝은 신하가 드뭅이다. 장사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자신이 직접 뛰어들지는 않겠다는 것이지요. 시문만 소중히 여기고 삶은 가벼이 치는 습성에서 비롯된 겁니다. 허생이 글 아는 자를 배에 싣고 섬을 빠져나온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상,46쪽)

긴 손가락은 쉬위를 당기는 데 유리했고 두꺼운 허벅지는 비바람도 능히 이겨낼 만큼 단단했다. 기가 위로 뻗어 흔들리지 않고 차분히 가라앉는 것은 제법 무예를 연마했음을 뜻한다. (상,185쪽)  

영화는 산만하기 그지 없어서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진정한 해결사는 누구인지, 주인공은 누구인지 마냥 헷갈리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건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정조가 킹왕짱 멋지다는 것이다.  
정조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 우리가 상상하고 만들어낸 정조는 아닐까? 
 

 

 

 

 

 

 

정조에 관한 책을 찾아봐야겠다.

책과 영화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고 해야 겠지만,
김명민이 쫌 멋지지만, 난 책의 손을 들어 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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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2-20 03:19   좋아요 0 | URL
그쵸, 이 표현 참 그럴 듯 하네요~
힘 빼고 넣는 티가 많이 난다...

전 최근엔 '생텀'이랑 '언노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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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바닥에 나뒹구는 ‘마이클 코넬리’의 자리를 찾아주려다 말고,
‘책을 이렇게 시리즈로 쓰는 건 참 힘들겠지~’하며 책장을 술술 넘기다가...
언젠가 ‘블랙 아이스’와 ‘콘크리크 블론드’를 읽다가 이상해서 표시해 놓았던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블랙아이스에서 실비아를 만나고 콘크리트 블론드에서 진행 중인걸로 나오는데, 블랙아이스에서 인형사 사건을 과거의 일로 치부한다. 아웅~ ㅠ.ㅠ
인형사 사건 같은 끔찍한 일이 그의 인생에 또 있었을리 만무이고 있어서도 안되는데 말이다.  



이리저리 뒤적이다  ‘해리 보슈’를 거쳐간 숱한 여자들 중 진짜 사랑한 여자는 ‘실비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블랙아이스’의 이 부분에 표시를 해 놓았었다.

“당신도 과거에 매여 있나요, 해리?”
그에게서 아무 대답이 없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과거에 매여 있을 거예요. 왜 그런 말도 있잖아요. 과거를 연구함으로써 미래를 배우게 된다. 당신은 아직도 연구하고 있는 사람 같아 보여요.”
실비아의 눈이 보슈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아주 예리한 눈이었다. 그는 요전 날 그녀를 안아주고 그녀의 고통을 치유해주고 싶다고 간절히 바랐었지만, 정작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안기거나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치유 받을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그녀가 치유자였다. (263쪽)


누군가를 치유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치유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누군가가 자체 치유가 가능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 없겠구나 싶었을 때,
‘내가 필요하지 않겠구나’가 아니라, 그 자체 치유가 가능한 누군가가 나를 치유해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싶었다.
결국 해리 보슈는 저 부분에서 실비아에게 마음을 빼앗긴 거였다.

엉뚱한 생각이 들었는데...
치유 받길 원하던 사람에게 치유를 받지 못 했을 때,
다시말해 치유하는 사람이 더 이상 치유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이것은 품어가질 수 없는 그릇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릇은 담을 수 있는 이상을 담으면 넘치게 되어있다.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그릇의 크기가 바뀔 수 있는게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레 겁을 먹고 아무것도 안 담아내는 것도 그릇이 아니다.
대신 담았던 것을 비워내고 다른 것을 담기 위해선 깨끗이 닦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읽을 수 있는 이상의 책을 욕심내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일을 벌인다.
게다가 그릇 바닥에 내 본성인지 버릇인지 모를 것들이 더께로 앉았는데도 닦아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한그릇 간신히 담아낼 투박한 질그릇이면서, 담고 익혀 곰 삵이는 항아리나 단지를 넘본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덜어내고 비워내도 책 두어권은 남는다.
덜어내고 비워내도 사람 두엇은 품어낼 수 있었음 좋겠다.
현실을 받아들이니까 좀 비참하지만, 더 이상 잃거나 실망할 게 없다.
내 곁에 머무르지 않고 스쳐가더라도 말이다.
그냥 그의 길을 가더라도 위로가 되는 넉넉한 햇살이나 어디든 넘나드는 바람결처럼 말이다.



이 노래는 꼭 '으으음 으으음 우~우 우우'까지 챙겨 불러줘야 제맛이다.
목청껏 고레고레 따라불러도 좋고, 가만가만 읊조려도 다독거림을 얻는 것이 내겐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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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22 21:48   좋아요 0 | URL
<붓다와 다윈이 만난다면>,,, 이제 막 조금씩 읽기 시작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어렵네요. 기본적인 불교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읽기 힘들더라구요..^^;;

sslmo 2011-01-23 01:53   좋아요 0 | URL
저도 쫌 어려울 것 같아...망설이고 있어요.
기본적인 불교 용어, 저도 한참 약한 데...그럼 어려울까요?^^

암튼, cyrus님 진짜 폭 넓으신 듯~^^

2011-01-23 0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3 0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4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5 0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1-23 16:18   좋아요 0 | URL
마이클 코넬리를 이렇게 좋아하시다닛!
저에겐 알려진 전인미답의 작가들이 너무 많아요.
그걸 언제 다 읽어준담...?ㅠㅠ
저 좀 치료해 주세용. 흐흑~

sslmo 2011-01-25 02:02   좋아요 0 | URL
마이클 코넬리를 좋아한걸 수도,해리보슈를 좋아한걸 수도, 역자 중의 한분을 좋아한걸 수도 있다니까요~

저도 좀 심히 치료가 필요해서 말이죠~^^
제가 되면 귀뜸해 드릴게요.

같은하늘 2011-01-23 16:43   좋아요 0 | URL
오우~~~ 전 글도 좋지만, 저 깔끔한 책장이 먼저 눈에 들어와요.^^

sslmo 2011-01-25 02:03   좋아요 0 | URL
저 책장은 방바닥에 굴러다니던 책들을 꽂아주려고 자리를 일부러 만들었다니까요.
첫날인데 저 정도는 되야죠~^^

아이리시스 2011-01-23 16:49   좋아요 0 | URL
오오~ 책장이 저렇게 정리되어 있단 말이죠? 멋져, 아하하.
추리는 언제나 제가 잘 배우는 목록이고, <붓다와 다윈이 만난다면>은 저도 관심이 동했었는데 어렵구나, 흡; 요즘 어려운 책 너무 싫어요.ㅠㅠ
(지 수준이 낮은거면서)

sslmo 2011-01-25 02:06   좋아요 0 | URL
책장이 저렇게 정리되어 있는 건 맞는데...
책장 옆이나 바닥,인증샷은 결코 올릴 수 없습니다여.
덩치로 늘어선 책들이 장난이 아녜요~^^

장르소설 얘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무궁무진하죠~^^
언제 함 날 잡아보죠~!!!

꿈꾸는섬 2011-01-24 07:22   좋아요 0 | URL
위로가 되는 글과 노래군요.^^
근데 정말 책장, 너무 깔끔해요.

sslmo 2011-01-25 02:08   좋아요 0 | URL
하림, 좋죠~?^^
책장을 보면 안되고 바닥을 봐야 하는데,
결코 바닥 인증샷은 올릴 수 없다니까요~ㅠ.ㅠ

무해한모리군 2011-01-24 10:50   좋아요 0 | URL
아 노래 참 좋아요.
제 책장과는 비교할 수 없이 깔끔한 ㅠ.ㅠ

sslmo 2011-01-25 02:10   좋아요 0 | URL
책장은 자리를 일부러 만들고 책을 꽂아준 첫날이라서 깨끗한 편이구요.
그래도 순서랑, 옆에 책 들 침법하고 뒤죽박죽이예요.
올 겨울에 대대적으로 책장 정리 했어요, 그래서 좀 깔끔해졌어요~^^

마녀고양이 2011-01-24 11:56   좋아요 0 | URL
자체 치유 잘 하고 있구만,
딱 자기 그릇으로 좋은데요... 아마 좋은 그릇일거야.
찰랑거리는 물을 받아줄 다른 그릇 필요해 보이지 않아요. 충분히 잘 하잖아요.

바람은 가끔 잡아버리고 싶어. ㅎㅎ. 하지만 안 잡히니 바람이겠지~

sslmo 2011-01-25 02:14   좋아요 0 | URL
아웅~가끔 찰랑거리기도 해야지요.
단지를 머리에 이고 살랑거리며 걸어볼까?^^
가만히 있어도 바람이 한번씩 지나며 일렁임을 만들지는 않을까?^^

일렁이길 기다릴려면...넘 깊어지면 안될텐데...ㅠ.ㅠ

느린산책 2011-01-24 23:19   좋아요 0 | URL
오우 여기서 하림 노랠 듣다니, 오우 양꾼님~ 으으음 으으음 우~우 우우..

sslmo 2011-01-25 02:15   좋아요 0 | URL
가슴뭉클님도 이 노래 좋아하셨세요~
으으음 으으음 우~우 우우

언제 님의 목소리로 함 들어봐얄텐데...^^

전호인 2011-01-25 08:58   좋아요 0 | URL
늘 강한 척하지만 때론 약한척 위로받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치유받고 치유해주고 상호관계가 균형을 찾는 삶이고 싶어요. ㅋㅋ

sslmo 2011-01-28 01:56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남자들은 약한 구석 내보이면 지고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때론 약해도 괜찮고, 잘 못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고...
그런 거 훈련시켜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못하는 것도 있고 잘하는 것도 있고,치유받고 치유해주고...참 중요한 걸텐데 말예요.
그걸 깨달으신 님, 쫌 강하신 듯~^^

다이조부 2011-01-25 20:37   좋아요 0 | URL


블랙아이스 언급한게 혹시 영화화 되지 않았나요?

어제 두여자 라는 정말 재미 없는 영화를 봤는데 원작이 블랙아이스 던데 말이죠 ^^

하림 노래 좋은데, 상상력이 빈곤해서 닭이 연동으로 생각나요 ㅋ

sslmo 2011-01-28 01:58   좋아요 0 | URL
블랙아이스 뿐만 아니고, 여러가지 영화화 된다는 얘기는 있는데...전 아직 정식으로 만나보진 못했어요.

저는 소몰이가 생각났는데...닭이 생각나셨단 말이죠?^^


모름지기 2011-01-26 16:20   좋아요 0 | URL
시인 시리즈만 읽었는데 그래서, 헤리 보슈를 아직 제대로 만났다고 할수가 없네요.
블랙아이스로 재도전.
마이클 코넬리칸 밑에 밀리언셀러 시리즈인가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책 두께가 어느정도 일정하고 얇은감이 있어서 아닌듯도하고
암튼, 부러움이 울컥!! 올라오는 책장이네요.^^

sslmo 2011-01-28 02:03   좋아요 0 | URL
해리 보슈를 제대로 만나시면...좀 징하다는 생각이 드실지도~^^
중간 중간에 추임새가 필요하실지도 몰라요.

마이클 코넬리 밑은 '밀.클'이 맞습니다.
책장 하나를 다 장르소설로 도배를 해서, 챙피해서 부분 설정 샷을 찍었는데...그래도 알아보시는 분들은 알아보시나 봅니다~

왜 부러우셨을까요?^^

모름지기 2011-02-01 02:51   좋아요 0 | URL
잘 아시면서..^^
마구잡이로 쑤셔넣은 제 책장과 너무 비교된다는.

sslmo 2011-02-11 00:46   좋아요 0 | URL
ㅎ,ㅎ,ㅎ...그 얘기 였군요~
제가 분명히 책장 정리하면서 찍은 인증샷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저 책장 밑의 안보이는 바닥을 보셔야 하는데~~~^^

전 쪼로록 꽂힌 해리보슈 시리즈나 밀클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부류라서,
그쪽으로 부러우셨다는 줄 알았어요.

세실 2011-01-26 19:20   좋아요 0 | URL
스피커가 잘못 되었는지 노래가 안나와요. 듣고 싶은데....
전 사무실 책상위에 읽고 싶은 책 열권 쌓아 놓고는 조급해 하고 있습니다.
책 읽을 시간은 없고, 읽고 싶은 책은 너무 많고....아 슬프다.ㅠ

sslmo 2011-01-28 02:05   좋아요 0 | URL
제 책들은 거의가 장르소설이어서...
제 수준이 고만큼이어서 부끄럽거나 하진 않지만, 제목이 범상치않은지라...
책상밑 발걸이에 숨겨두고 있어요~^^

공부 새로 시작하셔서 더 바쁘시겠어요~

2011-01-27 0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8 0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따라쟁이 2011-01-27 09:57   좋아요 0 | URL
정말 간절히누군가를 치유해 주고 싶었었는데, 내가 그에게 어떤 도움도, 치유도 아닌 그저 상처를 하나 더 내는 사람에 불과 했다는걸 알때도 있죠. 그런의미에서 한번 읽어 보고 싶어지네요.
은근히 양철나무꾼님의 리뷰는 지름신을 불러요.

sslmo 2011-01-28 02:15   좋아요 0 | URL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니까, 상처도 힘이 되더란 말이죠.
상처 입은 자리에 딱지가 앉고 더 단단하게 옹이가 박히니까 말이죠.

근데, 새댁 따라님은 교양서적을 읽으면서...기체후일양망강 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2011-01-28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31 0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햇빛눈물 2011-01-28 23:37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듣는 하림 노래입니다. 예전에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를 괜시리 반복해 듣던때가 있었는데, 목소리가 참 좋은 사람 같습니다. 그리고 "읽을 수 있는 이상의 책을 욕심내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일을 벌인다."는 님의 말이 가슴에 찔리네요...그릇은 한정되어 있는데, 어찌보면 담을 것 보단 덜어낼 것이 많은 나의 그릇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sslmo 2011-01-31 01:50   좋아요 0 | URL
하림은 '출국'도 좋은 것 같아요~^^

저도 그래서 요즘은 덜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비로그인 2011-01-29 16:59   좋아요 0 | URL
저 부르셨어요 ? 양철님 ㅎㅎ

끝에 어디선가 많이 본, *** 있어서 우스갯소리 한 번 해봤습니다. 크크
왠지 오랜만에 휴일을 맞이하는 것 같은데. 양철님, 잘 쉬고 있으신지 궁금하네요 ^^

책은 하나도 몰라서.. 좀 내용과는 관계없는 안부만 드리고 가지만..그래도 안부라도 좀 드려얄듯한 마음이 들어서 말이죵 :D

sslmo 2011-01-31 01:53   좋아요 0 | URL
불렀었어요, 넘 뜸 하신것 같아서...

오랫만의 휴일인데...설 준비하느라고 엄청 바빴어요.
설에 고향 가시나요?
날은 춥겠지만...포근하고 따뜩하고 넉넉한 명절 보내세요~^^

글샘 2011-01-30 00:03   좋아요 0 | URL
욕심쟁이시군요. ^^
비워내도 사람 두엇을 품고 싶으시다니... 욕심 많이 내시면 몸이 못 버틸 텐데요...

저는 하림... 위로... 이러길래, 치킨...위로 뭔가 날아가는 상상을 했답니다. ㅎㅎ

sslmo 2011-01-31 01:58   좋아요 0 | URL
하림 하면 치킨이 떠오르신다구요~
하림이 닭고기 메이커라는 걸 알아차릴 정도로 가정적이셔서 왕부럽~이래야 하지만,
가수 하림이 치킨 하림보다 뒤란 말이죠~ㅠ.ㅠ


비로그인 2011-02-04 08:05   좋아요 0 | URL
이 페이퍼는 다시 읽어보니 더 좋군요. 포근한 날씨지요? 설 잘 보내고 계신가요?

입춘이네요. 저도 담았던 것을 비워내고 제 마음을 깨끗이 닦아내고 싶군요.

sslmo 2011-02-11 00:47   좋아요 0 | URL
입춘이 지난지 일주일이네요.
이제는 지가 추워봤자 라면서...호기를 부리다가, 감기에 걸려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