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줄 몰랐어
모르강 스포르테스 지음, 임호경 옮김 / 시드페이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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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일까? 이런 일이 실제로 프랑스에서 일어났다는 건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돈을 목적으로 사람을 유괴하는 범죄가 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일어나지 않는 범죄라고 말할 수는 없다. 범죄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소재이기도 하고, 요즘 들어서는 자신의 신념을 보여주는 방법의 일환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렇게 색다르지 않은 사건을 그린 소설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이유는 무엇일까? 제목에서부터 우리의 눈길을 끄는 요소가 있다. <죽을 줄 몰랐어>라는 표현에 담긴 뉘앙스.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라고 무심하게 말하는 듯한 뉘앙스가 우리를 더욱 섬뜩하게 한다. 누군가의 죽음을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까?

 

강도, 폭행, 절도 등으로 2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나온 야세프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돈을 벌 수 있는 큰 건을 계획한다. 그 계획이란 다름 아닌 납치. 돈 많은 사람을 납치하여 크게 돈을 벌어보겠다는 야세프는 공범들을 끌어들인다. 구체적인 준비나 계획 없이 진행하다보니 몇 번의 실패를 거치게 되지만, 마침내 23세의 유대인 엘리를 납치한다. 이 납치 과정에는 돈을 벌겠다고 적지 않은 수의 남·녀 공범자들이 꼬여든다.

 

이 소설의 특징 중 하나는 이렇게 꼬여든 인물들의 심리나 사건 행동들이 아주 세밀하게 그려진다는 점이다. 소설 속에 묘사된 공범들 중 일부는 납치라는 범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전혀 생각도 해보지 않는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한 단순한 행동으로만 생각한다. 그러기에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면서도, 엘리에게 나름 잘 해주려고 하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돌이킬 수 있는 시간은 그저 덧없이 흘려보내고 만다. 한편 시간이 흐르면서 엘리의 부모에게서 돈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야세프는 증거가 많이 남았다는 이유로 엘리를 죽이고자 한다.

 

책을 보며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은 범죄를 저지른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프랑스 경찰의 대응도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많은 나라에서 납치범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지만 돈을 주면 안 된다고 하면서 야세프 일당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린 경찰의 대응이 과연 올바른 것이었는지...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더욱 끔찍했다. 머나먼 프랑스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기에 더욱 몸서리쳐졌다. 이런 일이 우리 사회에는, 아니 사람들이 사는 모든 공간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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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플러스 원 - 가족이라는 기적
조조 모예스 지음, 오정아 옮김 / 살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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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전남편과 남편의 여자 친구에서 태어난 니키. 수학적 재능이 탁월한 탠지. 싱글맘으로 아이들을 돌보며 낮에는 청소일을 저녁에는 바텐더로 일하는 제스. 탠지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이들은 수학 올림피아드에 참석하려고 한다. 그때 그들 앞에 나타난 에드. 잠깐의 실수로 내부자거래로 고발당한 에드는 무심결에 그들을 수학 올림피아드가 열리는 스코틀랜드로 데려다 주기로 한다. 서로에게 까칠하게만 대했던 에드와 제스는 여행을 하면서 서로를 향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늘 괴짜로 놀림을 받으며 피셔 형제에게 맞기만 하던 니키도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시험장에 도착하지만, 이들 앞에 높인 역경은 더 높아져 가기만 하는데...

 

세상에 나와서 가장 먼저 맺게 되는 관계, 가족. 우리에게 늘 힘이 되고 따뜻함이 되는 가족. 하지만 우리는 가족의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사는 경우가 많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시간이 없다는 말을 하며 가까이 있지만 가장 멀리 있는 것처럼 생각하며 지내기도 한다. 에드가 그랬다. 집을 떠나온 후 정말 아버지, 어머니가 있는 곳에 진심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에드. 하지만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겪으면서, 또한 제스네 가족과 함께 스코틀랜드로 가면서 아버지를, 가족을 진심으로 그리워한다.

 

부제인 가족이라는 기적처럼 제스네 가족에게는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 중에서도 서로가 하나가 되어가는 기적, 서로가 가족임을 깨다는 기적, 아마 그보다 더 큰 기적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끝없이 기다려주고 함께 해주는 가족이기에 일어날 수 있는 기적이다.

 

가족 이야기에 더해 에드와 제스의 하나 더하기 하나 관계가 이루어지는 사랑 이야기도 너무나 매력적이다. 전남편, 전부인과 진정한 관계를 세우지 못했던 이 둘이 하나씩 하나씩 아름다운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한 번의 실수 때문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뻔했지만~~

 

함께 하며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힘을 주는 제스네 가족의 이야기가 지쳐버린 마음에 따뜻함과 용기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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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격 -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 일상인문학 3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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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존중 받을 권리가 있다. 타인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분명 모두가 그렇게 배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무척 다르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상대보다 높은 자리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성희롱이니, 성추행이니 하는 범죄를 저지른다. 군대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자신의 계급을 이용해 상대를 인격적으로 모독하고 무시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누구도 깨뜨릴 수 없는 철옹성이어야 하는데 어떤 이에게는 너무도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모래성이 되어버렸다.

 

페터 비에리의 <삶의 격>은 이렇게 무너져 내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문학 작품, 일상의 모습 속에 담긴 존엄성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가 말하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나 절절히 가슴 깊이 다가와 한 구절 한 구절을 그냥 읽고 넘어가기가 아쉽다.

 

존엄성에 상처 입는 상황은 우리의 일상에서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누군가에게 조종을 당했다는 느낌이 들 때, 무시당했다고 느낄 때, 수치심을 느낄 때, 굴욕감에 빠져들 때 등 존엄성은 여러 상황들과 관련이 있다. 그 중에서도 존엄성이 침해당했다고 느끼기 쉬울 때는 돈과 관련이 있을 때이다.

 

사업을 하다보면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가 많다. 이럴 때 신용이 좋은 사람이야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도권에서 대출을 받는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기존에 대출 받은 돈 때문일 수도 있고,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신용 등급이 떨어져 그럴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가까운 지인들에게 손을 벌리거나, 아쉬운 소리를 할 때가 많다. 돈을 빌려주지 못하겠다고 하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돈을 빌려주지도 않으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헤치는 경우가 무척 많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어린 나이에 사업을 하다 더 이상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 몰렸을 때 그저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도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에게 이러저러한 하소연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잠시 내 얘기를 듣는 척 하더니, 대뜸 넌 왜 만날 때마다 돈 이야기만 하냐? 돼도 안 되는 것 그만둬라. 이런 얘기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 술은 내가 살게라고 하였다. 순간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그 친구랑 한 번도 돈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지. 저자의 이야기처럼 굴욕감과 무력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그때 나는 인격적으로 모독을 받았다는 느낌, 내 존엄성이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처럼 우리는 살면서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존엄성을 짓밟는 경우가 많다(저자의 말에 따르면 의도성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는 내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나의 존엄성을, 또한 상대방의 존엄성을 세워주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자아 성찰을 통한 열린 마음과 상대방을 대하는 진정성,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독립성이 필요하다. 타인을 진심으로 존중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나, 당신, 우리가 서로의 존엄성을 높여주는 관계, 우리의 삶의 격이 높아지는 사회, 모두가 바라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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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 - 삶에 질식당하지 않았던 10명의 사상가들
프레데리크 시프테 지음, 이세진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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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딱히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가 쉽지 않다. 사전을 찾아보니, 자신, 또는 남의 불행이나 실패의 경험, 예측 또는 회고(回顧)를 수반한 억울한 정서라고 쓰여 있다. 그래도 뭔가 흐릿하다는 느낌을 벗어버리지 못하겠다.

 

프레데리코 시프테, 이름도 낯선 어느 프랑스 고등학교 교사이자 철학가의 이야기가 슬픔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프리드리히 니체, 페르난두 페소아, 마르셀 프루스트,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미셸 드 몽테뉴 등 철학자 10인의 문장으로 슬픔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저자가 뽑은 10명의 철학자들을 보고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염세주의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저자 역시 스스로를 이들과 비슷한 염세주의자라고 말한다. 어떤 면에선 나와도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어울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한자리에 있어야 한다면 소설책이나 에세이집을 가지고 가서 책에 몰두한다는 저자의 말에 무척 공감이 간다.

 

우리나라처럼 예의를 중시하고 상대방의 말을 존중해서 들어야 하는 사회에서 저자의 행동은 불쾌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지만 때로는 그런 탈출구가 필요하다. 나뿐만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그렇다. 그렇기에 요즘 사람들은 거북스러운 상황이나 사람 앞에서 때로는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스마트폰 게임이나 톡에 중독된 경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형이상학적 자리 비우기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쩐지 그런 모습이 슬프다는 느낌이 떨쳐지지가 않는다.

하루의 3분의 2를 자기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은 노예이다, 니체의 이 말이 또한 나를 슬프게 한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슬퍼지지 않을까? 이 말에 자신 있게 아니라고 반박할 수 없기에 더욱 슬퍼진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나를 위한 시간은 거의 없다. 무언가에 얽매인 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다. 그러기에 때로는 옛사람들이 부럽다. 한량이라 불리던 그들이 무척 부럽다. 자신을 찾을 수 있었던 이들이었기에 더욱 부럽다.

 

타인과 다르지 않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하는 현대인들, 자신을 들여다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슬픔이 담긴 이야기였지만, 한편으로는 슬픈 자화상을 보고 정화된 듯한 느낌도 적지 않다. 마치 나 자신의 고독을 찾아 떠날 채비를 갖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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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장자를 만났다 - 내 인생의 전환점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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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들어서면서 나도 옳고, 당신도 옳고, 우리 모두가 옳다라는 사상이 널리 퍼졌다. 다원주의라고도 하는 이런 시대적 사조가 과연 옳은지는 사실 모르겠다. 사실 나는 내 기준과 판단으로 분명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라는 이런 사조를 주장한 사람은 현대뿐 아니라 오랜 전에 이미 존재했다. 바로 장자이다. 장자라고 하면 도가 사상이 먼저 떠올라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사상을 설파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장자는 내편과 외편, 잡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내편은 장자가 직접 쓴 것이지만 외편과 잡편은 제자들이 쓴 위작으로 간주된다. 장자는 65천 자로 이루어진 방대한 분량의 저작이다. 그렇기에 이를 다 읽는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장자의 한 대목을 뽑아 출전 편명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해설을 덧붙였다. 인용한 장자의 내용을 해설 할 때 단순히 원전 해석에 치중하지 않고 서양역사 속의 철학이나 이야기들과 비교하여 좀 더 명확하게 장자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을 읽은 후 머릿속에 그려진 장자의 이미지는 자유이다.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기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자유. 무위라는 의미가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 그것이 자유의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에 얽매인 채 자신을 잃어가는 경우가 많다. 눈앞의 일에 집중해 안달복달하며 산다.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저 마음만 아플 뿐이다. 장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모든 것에는 다 그것이 이루어지는 때가 있음을 알게 된다. 지금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그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억지로 무언가 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장자가 사회를 벗어나 산속에 들어가 도를 닦는 도사가 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상 속으로 들어가라고. 자신의 본성을 찾고, 타인의 본성을 존중하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라고 말한다. 무위와 다름. 이 두 가지를 갖추라고 장자는 나에게 말한다.

 

하지만 장자를 읽고 나서도 여전히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말에는 선뜻 공감이 되질 않는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본 절대 진리를 배제하더라도 과연 옳다, 그르다라고 판단할 삶이 없을까? 분명하게 드러나는 악한 삶은 없을까? 여전히 갸우뚱하다.

 

장자, 멀리 떨어져 있던 그가 다가와 던져준 화두는 단순히 책 속 이야기 아니었다.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어떻게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귀중한 살아있는 삶의 기술이자, 모두가 다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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