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대표 한시 312수 - 한시가 인생으로 들어오다
이은영 편역 / 왼쪽주머니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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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대표 한시 312수』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각각 당대를 대표하는 학자이자 문인이며 시인이었던 이들 194명의 한시 312수를 전한다.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받는 이백에서부터 두보, 도연명, 조선시대 대표적인 실학자 박지원과 정약용, 일본 무로마치 시대의 선승 잇큐 소준까지 시대와 나라, 인물을 망라한다. 더욱이 김청한당, 허난설헌, 황진이 등 여성 시인들의 시가 수록되어 있어 한시의 다양함과 깊이를 더했다. 한·중·일 당대를 대표하는 학자이자 문인들의 시에서 동양 문학의 멋과 진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 속 인물들은 한시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조선시대 유학자 이황은 ‘꽃 내음 옷에 가득 달그림자 몸에 흠뻑’ 적시며 매화나무 주위에서 사색에 잠겼으며, 명랑대첩 한 달 전 충무공 이순신은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에 빠진다. 스물일곱 꽃다운 나이에 요절한 허난설헌은 ‘규방 어디를 봐도 봄기운이 없다’며 공부하러 간 남편을 외로이 기다린다.

또, 다산 정약용은 ‘꽃이 활짝 피었으니 그 열매 또한 풍성할 것’이라며 유배지에서 딸의 결혼에 가지 못하고 시 한 수를 보낸다. 한 시 한 수엔, 그 시대의 시름이, 인간으로서 외로움이, 기쁨과 절망, 희망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은 명쾌한 해석이다. 당시의 상황을 친절하게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한시를 재미있게 읽는 방법도 소개한다.

한시 속에 담긴 이야기를 따라 중국 당나라로, 조선시대 이황의 앞뜰로, 정약용의 유배지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시 한 수는 마치 드라마를 보듯 우리를 선명한 옛 시대로 인도할 것이다.





오래 전 역사가 된 선인들은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물론 과거와 현재는 많이 다르다. 첨단기술이 발달했고, 더 이상 왕과 신하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성도 적극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고, 남녀노소 자신의 생각을 쉽게 글로 남길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적어도 글을 쓰는 사람들은 특권층이었고, 그들의 삶은 하층민의 삶과 달랐으며, 지금처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아서 서신 하나를 보내도 몇 날 며칠 혹은 몇 달이 걸렸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는 것.

312편의 한시는 아무리 세상이 변하더라도 바뀌지 않는 인생의 본질을 말한다. 그리움, 사랑, 번뇌, 우정, 욕망과 같은 인간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부분 한시를 쓴 작가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들이다. 나라를 세운 왕건, 이성계, 나라를 위해 싸운 이순신, 안중근, 새로운 학문을 개척한 실학자 박지원, 정약용 등, 모두 인생의 풍파를 거칠게 겪은 이들이다. 역사가 된 이들은 한시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저자 이은영의 안내로 한걸음씩 천천히 따라 들어간다.





역사의 거인이 된 인물들도 홀로 남겨진 달밤에는 어린아이처럼 님(가족, 애인)을 그리워하고, 외롭다고 말한다.

가족에게 받은 편지를 읽고 기뻐하고, 보낸 편지가 언제쯤 도착할지 가슴 졸인다. 자연 속에서 마음을 치유 받기도 하고, 거사를 치르기 직전 웅숭깊은 마음가짐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우리네 인생살이는 때론 순풍이 불기도 하고, 역풍이 불기도 한다.

언제나 즐거울 수만은 없다. 바람 잘날 없는 인생,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우리가 사랑한 대표 한시 312수』엔 <한시가 인생으로 들어오다>란 부제가 붙어있다.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유한한 시간 속에서 삶의 본질은 무엇인지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시인만큼 한글세대인 요즘 사람들은 한자로 된 시를 읽으면 머리부터 아플지 모르지만 편역자의 해설과 주석 등을 통해 시의 의미는 물론 시어에 깃든 시인의 마음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으니 한자에 놀라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독자도 오랜 만에 한시를 접한다. 한시는 5언(5자) 아니면 7언(7자)의 구절로 되어 있기 때문에 2자 3자 혹은 4자 3자로 구을 떼어 여러번 반복해서 읽다보면 자연 머리 속에 암기가 된다. 굳이 우리말로 풀어서 외우면 문장이 길어 지는데, 뜻 글자인 한문으로 외우면 기억하기도 쉽고 머리 속에 오래 남는다. 그리고 한시를 공부하면서 한자를 공부하다 보면 자연 어휘력도 풍성해진다. 우리말의 70%는 한자어에 기원을 두고 있다.


綠의新?酒(녹의신배주) 새로 담은 술에 거품이 괴고

紅泥小火爐(홍니소화로) 작은 화로에는 숯불이 벌겋소

晩來天欲雪(만래천욕설) 저녁 되면 눈이 올 것 같은데

能飮一杯無(능음일배무) 어떻소, 술 한잔하려요?


백거이의 <문유십구>란 제목의 시다. 한자로는 20자지만, 우리말로 풀이하면 글자가 더 늘어난다. 시 내용을 살펴보면, 대충 이런 내용이다.

한 겨울에는 점심 먹고 나면 금방 해가 떨어진다. 옆 동네 친구 유아무개에게 급히 시 한 수를 써서 기별을 넣는다.

갓 담은 술이 있는데, 어서 와서 같이 한 잔 하자고!! (p. 210)

술은 역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좋아하는 사람과 더불어 함께 마실 때 기분도 좋고, 즐거움도 배가 된다.





口耳聾啞久(구이롱아구) 벙어리와 귀머거리가 된 지 오래지만

猶餘兩眼存(유여양안존) 그래도 아직 두 눈은 멀쩡하다

紛紛世上事(분분세상사) 어지럽고 헝클어진 이 놈의 세상사

能見不能言(능견불능언) 할 말은 못 해도 다 보고 있다. (p. 203)


박수량의 <낭음>이란 시다. 기묘사화 때 파직 당했던 박수량이 간신들에게 경고한 시라고 한다. 경고 치고는 서슬이 퍼렇다. 입을 틀어막고, 귀를 막으려고 하지만, 눈 마저 억지로 감기게 할 수는 없다. 말은 못해도 두 눈 부릅뜨고 지켜 볼 것이다. 그러니 허튼 짓 할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라. 나쁜 짓은 은폐하고 숨기려하고 감추려 하지만 언젠가는 다 드러나게 되어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지금 정치판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 없다. 선거때에는 그렇게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척 하더니, 지금은 정당 싸움에 여념이 없다. 서로 자기가 잘났고, 자기 정당만 옳단다.

박수량이 지금 정치하는 이들을 보면 뭐라고 할까 그게 궁금하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들어 온 것은 바로 정약용의 한시다. 사적으로 정약용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정약용의 한시가 여덟 편이나 실려 있다.

시선 이백의 한시가 여섯 편 시성 두보의 한시가 네 편인 것에 비하면 상당한 비중으로 실려 있다. 정약용의 한시는 다른 사람들의 한시와 달리 인간적인 측면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강진 귀양살이 시절에 온갖 근심에 싸여 지내며 지은 우래(憂來)라는 12장의 시의 첫 장부터 젊은 시절엔 성인이 되고 싶었는데, 중년에야 현자라도 바랐네. 노년이 돼서는 바보라도 달게 여기니, 그런 걱정에 잠도 못 이루네고 하며 꿈도 크고 하고픈 일도 많았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탄식을 한다. 삶과 세월, 꿈과 나이 등 인간으로서 심정을 보탬도, 꾸밈도 없이 읊는다.


이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쓰여진 驚雁(경안)이라는 시에서는 정약용이 나이 40세 때인 천주교와 관련되어 경상도 오지로 귀양 가는 길에 과천까지 동행한 부인과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내며, 거대한 권력 앞에서 한갓 미물에 불과한 기러기 신세가 되어 날이 밝으면 앞날을 기약할 수 없이 헤어져야 하는 부부의 신세를 한 쌍의 기러기로 비유하여 심금을 울리고 있다.





문학은 흔히 시와 문으로 구분되는데, 그 중에서도 시는 문학의 꽃으로 불린다.

이 책에는 역대 중국과 우리나라의 시인 중에 내용이 좋은 작품들을 일정한 주제에 맞게 테마별로 나누어 실어놓았다. 추사 김정희, 익제 이제현, 다산 정약용, 우암 송시열, 연암 박지원, 중국의 유명한 시인인 두보와 소식, 이백, 백거이 등 무려 194명의 한시 312수를 만날 수 있다.

사실 시는 어렵다. 산문과 달리 내용이 함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재밌고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이 꽁꽁 감추려 한 뜻을 자간을 따라 곱씹어 읽고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속에 숨겨진 뜻이 번뜩 하고 머리 속을 친다. 이 책은 원문의 뜻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책이 돋보이는 이유다.





학교 다닐 때 한시 등을 읽고 마음에 들면 여러 번 암송해보기도 했지만 요즘은 찾아 읽지 않으면 보기도 어렵고 읽을 기회도 없다.

이 책 속의 한시들과 유명 작가들을 보니 다시 한시를 차분히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나마 독자의 문학에의 열정이 아직 남아 있다는 안도감은 든다. 이 책은 오랫동안 곁에 두고 틈나는 대로 공부하듯 들여다볼 생각이다.

책이 잘 만들어져 한자나 한시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설명을 곁들여 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 마지막에 실린 한시 작가 소개는 생각날 때마다 쉽게 찾게 잘 정리돼 우리 역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기에 좋은 책이다.


저자 : 이은영(편역)


오랫동안 동양고전을 공부했다. 특히 묵자의 《묵가》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왔다. 현재 한국묵자연구회 이사이자 서울묵자학당 회장으로 매주 고전강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주간신문이나 월간잡지에 한시 감상 및 《논어》 강독에 관한 글을 연재 중이다. 저서로는 《이은영의 한시 산책》, 《한시로 읽는 사람과 생각》 등이 있다.

전주고와 성균관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직장 생활을 했다. 이어 약 20년 동안 중소기업의 최고기술경영자(CTO)와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하다 은퇴해 지금은 한시 읽는 즐거움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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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암시 - 자기암시는 어떻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까
에밀 쿠에 지음, 김동기.김분 옮김 / 하늘아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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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펜싱 에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박상영 선수를 기억한다.

14-10으로 패색이 짙은 상황 속에서 5연속 투슈(touche)를 성공시키며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그가 경기중잠시 쉬는 시간에 주문을 외는 듯한 모습을 카메라가 잡았다. 이어진 경기에서 질 가능성이 높았지만 남자 에페 개인전 역사상 최초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 후 무슨 주문을 외웠냐는 기자 질문에 "주문이 아니라, '이길 수 있다'는 말로 스스로에게 능력이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고 밝혔다. 이것이 자기암시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현대인들은 정신적으로는 현실에 대한 좌절감, 의욕상실,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육체적으로는 온갖 질병 등으로 마음과 몸이 상처와 고통, 자존감을 상실한 채 살고 있다. 그것은 급변하고 있는 현실과 자신의 인생이 행복해지는 것, 건강해지는 것, 원하는 목표를 성취 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자기암시』는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한 자기암시법을 소개하며, 구체적인 치료와 수행의 방법을 제시한다.

자기암시는 일상생활 속에서 절실한 자기변화와 절망의 순간에 자신감을 회복시키고, 마음의 힘, 믿음의 힘, 긍정의 힘의 위력을 체험과 동시에 자기 자신 속에 숨겨져 있는 힘을 믿고 그 힘을 끌어내는 하나의 기술을 제시한다.





이 책의 저자 에밀 쿠에는 '자기암시'를 위한 여러가지 방법이나 효과 등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하는데 '자기최면'과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우리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 과정, 결과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독자는 자기암시와 자기최면의 사전적 설명을 분명히 구별하고 독서를 시작한다. 단지 의미의 구별을 할 뿐이며 이를 위해 『간호대백과』를 참조함을 밝힌다.

자기암시 : 본인의 이성에 호소하는 일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는 심리과정을 암시라고 하는데, 자기자신이 암시를 관념으로서 가지는 것을 자기암시라 한다.

Coue’(에밀 쿠에)는 치료적 암시를 사용한 자기 암시법을 행했으나, 자율훈련법에서도 이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자기최면 : 최면의 원리와 기법을 배운 사람이면 누구든 가능한 것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으며 자신의 수준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스스로 실시함으로써 생기는 일정한 한계와 전문적인 활용이나 치료적 처치가 어려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과정은 최면유도 단계, 심화 단계, 후최면암시 단계, 깨어나기 단계로 진행한다.

최면유도 단계는 최면상태를 유도하는 단계로, 천장 응시 → 눈 깜빡임 → 눈 감음 등의 이완기법과 자기진술을 이용한다. 구체적인 예로는 ‘내 몸 전체가 납처럼 무겁다.’와 같은 자기 암시를 반복할 수 있다.





자기암시라는 말은 친근함과 낯설음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언뜻 듣기에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그 의미를 전혀 알 수 없거나 전혀 생소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생소하지 않은 친근함은 자기암시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랫동안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낯선 느낌을 받게 되는 까닭은 자기암시의 개념이 제대로 연구되지도 않은데다가 그마저도 왜곡되어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실 자기암시는 그것을 인식하든 못 하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도구이며, 그 도구는 신비하고도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힘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최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최고의 결과와 최악의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이 힘 자체가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의 기술에 달려 있다. 따라서 자기암시라는 도구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이 가진 힘을 이용하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것으로 인해 우리 자신의 인생이 전혀 다른 방향과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안에는 무한한 힘의 원천이 있다. 그 힘은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사용하면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하지만, 제대로 인식하게 되면 자기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게 되고 마음과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을 행복하고 아름답게 가꿔나갈 수 있다.

자신이든 타인이든 갈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마음을 올바르게 인도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의식적 자기암시뿐이다 는 것을 에밀 쿠에는 강조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의지로써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과 다르게 이 책의 저자 에밀 쿠에는 의지와 상상의 싸움에선 항상 상상이 이긴다고 말한다.

의지를 더하면 더할수록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며, 오히려 원하는 바와는 정확히 반대의 결과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잠을 자려고 노력하면(의지를 다하면)할수록 더 잠을 들 수가 없다. 하지만 자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편안히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또 어떤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 내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입안에서 맴 돌뿐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생각나겠지 하고 마음먹으면 어느새 기억이 난다. 이것은 우리의 무의식이 우리 몸 각 부분의 기능을 지배함은 물론 우리의 모든 행동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 무의식의 작용이 상상이며, 의식적인 노력이나 의지를 통해서 생각을 바꾸지 말고, 무의식을 길들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라는 것이다. 무의식이 의식을 상상이 의지를 이기기 때문이다.





자기암시의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이 말을 하루에 스무 번씩 반복하는 것이다.

이 말은 자기암시로 무의식에 각인되어 뇌에 명령을 내리고 뇌는 그 명령에 따라 삶의 모든 것을 움직인다. 반복적인 암시 행위를 통해 인간의 잠재의식에 특정한 의도를 전사하면서 그 거대한 잠재의식의 힘이 현실화의 메카니즘을 실행한다. 그러면서 이 책은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한 자기암시법과 일상생활 속에서의 구체적인 수행 방법을 정리하고 있다.

절망의 순간에 자신감을 회복시키고, 실패를 성공의 기회로 전환하고 단점을 장점으로 변화시키는 자기암시는 우리 인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 속에 숨겨진 힘을 믿는 것이다. 그 힘을 통해 의심하지 않고 행복한 상상을 하면 그 모든 것들이 이루어 질 것이라고 에밀 쿠에는 말한다.





심리치료사 에밀 쿠에는 상상과 의지가 맞서면 반드시 상상이 의지를 이긴다고 말한다. 자기암시는 마술이 아니다. 무의식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노력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무의식에 주입하면서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를 반복함으로 모든 일을 무의식에 맡기면 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자기암시는 잠자리에 들기 전과 아침에 바로 눈을 뜬 직후가 가장 효과적이다. 두 눈을 감고 차분한 목소리로 천천히 반복적으로 말한다.

우리는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온갖 부정적인 자기암시로 육체적인 건강,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의지가 강하면 정반대의 결과를 얻는다. 예를 들면 잠을 자려는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지 않으면 잠이 들 수 있다.

온갖 노력을 다 할수록 잠들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어떤 사람의 이름을 잊어버려 기억해내려고 애를 썼던 적이 있을 것이다. 억지로 기억하려면 혼동만 될 뿐 내버려두면 어느 순간 문득 그 이름이 떠오르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저자는 또 치료를 위한 자기암시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한다.

한 가지 생각이 마음을 꽉 채우게 되면 그 생각은 진실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되었든 어떤 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내 병은 점점 나아간다’는 확신을 갖게 만든다면 그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

책에는 자기암시를 위한 준비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우울하고 짜증이 나고 분노를 폭발하더라도 나쁜 생각, 걱정, 공포, 혐오, 유혹, 원한 등을 상상의 힘으로 멀리 사라지듯 이런 것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자기암시의 힘은 지혈을 하고, 변비를 없애고, 종양을 사라지게 하고 결핵, 마비, 궤양 등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이들에게는 자신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되기 전까지는 처음의 결정을 관찰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나는 성공할 것이다’라는 확신의 중요성을 일깨워야 한다. 이런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자기암시와 함께 실행하면 좋을 생활 속의 수행법은 우열은 없으나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이 자신의 성격이나 상황에 적합한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해 믿음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면 훌륭한 프로그램이라고 하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 속에 숨겨진 힘을 믿는 것이다. 에밀 쿠에의 이론은 단지 자신에게 숨어 있는 능력을 드러내라고 말해주는 목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변화시킬 수 없는 것에 매달리지 마라. 그것은 쓰디쓴 좌절만 맛보게 할 뿐 아니라 변화시킬 수 있는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과, 즐겁게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실제적 성과와 정신적 만족감까지 빼앗아가는 것이다. 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는 대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시간과 열정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라. 자기가 갖고 있지 않은 재능 때문에 근심하지 말고 자기가 가진 재능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p.177)





저자 : 에밀 쿠에


1857년 2월 26일 프랑스 트로와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과학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에밀 쿠에는 순수 화학자가 되고 싶었으나, 가정형편 때문에 약사가 된다. 28세에 리에보를 만나 최면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다가 ‘플라세보 효과’를 확인하게 되고, 이를 더욱 발전시켜 ‘자기암시법’이라는 자신만의 요법을 창시했다. 그 후 진료소에서 자기암시법으로 정신과 몸에 병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치료하였고, 명성이 널리 알려진 후에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환자를 치료하고 자기암시법을 전파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일반 환자들은 물론 의사들과 정치가에게까지 영향을 끼친 그의 치료법은 질병과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었다.


역자 : 김동기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같은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부전공했으며, 불어 고급 과정을 수료했다. 졸업 후 주로 한국과 독일 기업에서 독일어, 영어 통역과 번역 업무를 담당했으며, 을 영역했다. 지금까지 기술, 심리, 교육, 인권에 관련된 다수의 서적을 한국어로 번역하거나 영역했으며, 현재도 통역과 번역 일을 병행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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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기다리는 여행
이동진 지음 / 트래블코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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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여행을 갈 땐 미리 계획을 세우고, 스케줄도 짠다. 특히 처음 가는 곳일 경우 제한된 기간에 원하는 것을 얻고 보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

이는 여행의 효율성에 무게를 두기 때문이다. 여행의 효율성이 좋다고 해서 여행의 성과나 재미를 만끽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것은 우리가 업무를 통해서도 이미 경험한 바다. 그렇다면 여행의 묘미를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계획한 일정을 숙제하듯 소화할 때가 아니라, 뜻밖의 상황을 느닷없이 마주칠 때라고 이 책의 저자 트래블러 이동진은 주장한다.

예정에 없었던 대화, 있는 지도 몰랐던 공간,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 경험하기 어려웠던 현상, 기대하지 않았던 디테일 등이 여행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강조한다. .

그래서 여행을 할 때 계획을 세우는 건 중요하지만, 우연이 끼어들 여지를 남겨둘 필요도 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여행에서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선물해 준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에 대한 기록이자, 계획할 수 없었기에 더 소중한 여행의 발견이다.





여행 에세이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여행에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찾는 여행 문화를 선도했던 베스트셀러 『퇴사준비생의 도쿄』, 『퇴사준비생의 런던』,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등의 대표 저자 이동진이 도쿄, 타이베이, 발리, 런던,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를 취재하면서 우연히 마주친, 혹은 생각들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해외 도시에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저자가 여행을 하는 관점을 따라가다 보면 내일이 기다리는 일상을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저녁노을에 물드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여행도 이 장면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지 알려 주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면 여행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겠지만, 누가 여행지에 푯말을 꽂아두는 건 아니니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그렇다고 저녁노을이 있는 계단처럼 푯말이 세워져 있기를 기대하는 것도 욕심입니다. 누구에게도 푯말을 세워둘 의무는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여행에서 중요한 풍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스스로가 푯말을 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여행을 여행답게 만드는 건 우연이 끼어든 순간이다." 트래블러 이동진의 여행 철학이다.

여행은 계획으로 시작해서 우연으로 완성된다. 여행을 떠날 때 계획을 완벽하게 세울 필요가 없는 이유다.

빈틈 없는 계획대로 다녀온 여행은 실행이지, 여행의 묘미가 담겨 있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우연이 끼어들 여지를 남겨두어야 여행이 여행다워진다. 동선을 짤 때 찾을 수 없던 공간, 평소에는 만날 수 없는 사람과의 조우, 눈으로 보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장면 등 계획할 수 없던 여행의 발견이 여행의 가치를 결정한다.

이처럼 여행을 여행답게 만드는 건 우연이 끼어든 순간이다. 하지만 우연은 느닷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그 순간을 발견해 여행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건 쉽지 않다. 여행지 곳곳에 아름답고 의미 있는 순간들이 아무리 많이 숨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발견할 수 없다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될 뿐이다. 그렇다면 우연이 끼어드는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도쿄 여행 중에 어느 동네의 계단에서 힌트를 얻었다. 계단 앞에 '저녁노을이 있는 계단'이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었는데, 계단을 오르기 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가 계단을 오른 후에 비로소 그 푯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계단을 오른 사람들이 갈 길을 멈추고 노을을 바라보거나,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풍경이겠지만, 저녁노을이 있다는 푯말 덕분에 사람들이 노을이 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저자 스스로는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이라는 푯말을 마음 속에 세우고 여행을 떠난다. 서울에서는 본 적 없었던 혹은 떠올릴 수 없었던 생각이 여행지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기대로 여행을 떠나면, 어김없이 숨어 있던 새로운 생각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기대를 가지고 보려는 의지를 갖는 것이 우연이 끼어들어 선물해 주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저자가 여행에서 발견한 건 무엇일까? 도쿄에서는 과거를 감각 있게 재해석하는 방법을, 타이베이에서는 의도된 비효율의 미덕을, 발리에서는 흔한 것에서 흥할 것을 찾은 역발상을, 런던에서는 작품을 베끼고도 떳떳할 수 있는 이유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혁신쟁이들의 관찰하는 습관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기술을 마주쳤다. 이를 포함해 33가지의 여행의 발견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을 읽다 보면 해외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해외로 떠나기가 여의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을 다시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 역시 비행기를 타야만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생각이 기다릴 거라는 기대로 일상을 들여다보면, 반복되는 것만 같은 일상에서도 새로운 생각을 마주칠 수 있습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이라는 푯말 덕분에

도쿄, 타이베이, 발리, 런던,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무심코 지나쳤을 수도 있었던 생각을 만났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어떻게 보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 <에필로그> 중에서

저자의 말처럼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여행의 가치를 높이는 데 필요한 푯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상의 가치를 높이는 주문이기도 하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를 읽으며 해외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어느새 일상을 여행하는 눈을 갖게 된 혹은 갖고 싶은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저자는 해외 도시를 갈 때면 어김없이 서점을 찾는다고 한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책은 기획이 한눈에 보이는 제품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 부제, 표지만 둘러봐도 새로운 기획의 산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기획이 선명한 책들은 표지 디자인이 책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어 쑥 둘러만 봐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감이 잡힌다고.

둘째, 지식 콘텐츠의 글로벌 동향을 어렴풋이나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영역을 살펴보긴 어렵지만, 적어도 비즈니스 섹션을 둘러보면 공통점과 차이점이 보인다고 한다.

셋째,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운 정보를 찾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들로 찾은 대만의 서점에서, 작가는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만나기도 한다.

네번째 이유, 마음을 달래주는 뜻밖의 영감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이유야 어쨌든 오랜 여행의 경험에서 터득한 지혜일 것이다.

우리는 많은 여행을 떠나고 있습니다. 휴식을 위해, 출장으로,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우리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신선한 자극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인간은 여행을 좋아하는 본성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미지의 곳을 탐험하고 알기를 원하는 본성.

2020년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슬픈 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국가 간의 이동이 쉽지 않고, 안전상의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느냐보다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불문율이다.

올초부터 가끔 생각날 때 우리나라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이라는 카테고리에 접속하여 세계지도를 들여다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올해 여행 계획이 세웠던 사람들이 코로나19 상황이 언제쯤 풀리나 하는 기대와 여행할 곳의 출입 상황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쉽게 알 수 있는 곳은 문화관광부 관광공사 홈페이지에도 마련돼 있다.

이들 사이트엔 거의 빨간색+빗금으로 채워진 지도가 있다. 이 표시는 바로 '특별여행주의보'를 의미한다. 그나마 특별여행주의보가 아닌 일부 지역은 검정색으로 표시되었는데, 이 곳은 분쟁이 심한 여행금지국이라고.

여행을 못가는 것에 아쉬운 마음과 허전한 마음도 분명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한편으로는 이번을 기회로 삼아서 평소 활동하는 익숙하고 뻔한 지역부터 새로운 관점으로 새로움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해보는 것도 일상에 원동력을 넣어주는 힘이 될 수도 있겠다싶다.





저자 : 이동진


사회 생활을 시작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철 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래도 분위기 파악은 할 줄 알아 남들을 귀찮게 하지는 않고,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기를 즐깁니다.

질문의 중심엔 왜?가 있습니다. 물론 눈 앞에 펼쳐진 현상에 대한 이유를 안다고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데 없어 보이는 '왜?'를 묻는 이유가 있습니다. 현상의 뒷모습을 알아야 고민의 과정을 디코딩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수집한 생각의 재료를 바탕으로 세상에 새로운 기획을 선보이는 일을 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여행의 이유를 만드는 트래블코드에서 여행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퇴사준비생의 도쿄, 퇴사준비생의 런던,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등이 대표적인 콘텐츠입니다.

여행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여행에 대해 고민하고 여행을 갈 일이 많습니다. 큰 마음 먹고 떠나는 일이 여행이 아니라, 일상이 여행인 셈입니다. 그래서 지금하는 일을 좋아하고, 계속하고 싶습니다. 당연히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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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 - 연약한 마음을 단단하게 지켜내는 셀프 심리학 자기탐구 인문학 2
김혜령 지음 / 가나출판사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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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자신의 마음을 잘 살피지 못하거나 감정에 휩싸이면 일상에서도 문제가 생기기 일쑤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대인관계까지 피해버리면서 혼자 상처만 받는 사람들 많다. 이 경우 자신감도 떨어지고 자존감마저 잃게 될 우려가 커진다. 스스로만 계속 생각하고 판단하고 집착하게 되면 고립되어 자칫 우울증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어도 우울증을 쉽게 이겨내고 하루하루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마음챙김'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의 김혜령 저자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할까봐 두려워하면서 정작 자신을 비난하고 있다면 오늘부터 힘든 공굴리기를 멈출 것을 권유한다.

내 모습, 내가 하는 행위, 내 감정을 그대로 존중해주라고 주문한다. 그렇게 되면 공은 스스로 굴러가고, 내 마음은 차분한 자리로 돌아간다.

우리가 무엇을 보든 그건 진짜가 아니라 내 마음의 반영일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언제든 타인을 통해 스스로를 비춰볼 수 있다. 그리고 함부로 타인에게 내 욕구를 강요하지 않게 된다. 나의 잘못된 기대 때문에 타인에게 쉽게 실망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내 인생에서만큼은 내가 주인공이다. 많은 이들이 주인처럼 살지 못하고 있다지만 이건 명백한 사실이다.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안녕하지 못한 현대인에게 필요한 ‘마음 돌봄의 기술’을 전하는 책이다. 많은 사람이 마음의 문제로 고민한다. 타인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말고 무시하라고 하지만 SNS로 인해 우리는 눈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기 직전까지 수많은 사람의 삶을 매일매일 접하며 지낸다. 비교가 일상이 되었고,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만큼 사람들은 마음의 여유를 잃은 채 쫓기듯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타인을 할퀴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해대는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기도 하고, 나보다 잘 나가는 듯 보이는 타인의 모습에 주눅 들어 자신을 비난하기도 한다. 힘을 내보자 다짐해도 내 의지와 달리 자꾸만 흔들리고 쪼그라드는 마음 때문에 괴로워진다. 그리곤 이런 말을 한다. “내 마음대로 제일 안 되는 게 내 마음인 거 같다”라고.





걸핏하면 주저앉는 마음 때문에 고민하며 ‘왜 내 것인데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걸까?’ 하는 의문을 풀기 위해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는 김혜령 저자는 이런 문제가 모두 마음의 통제권을 빼앗긴 데서 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 마음 사용설명서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진화론과 뇌과학을 통해 현대인의 마음이 산만하고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먼저 설명하고, 뇌를 조련하는 방식으로써 마음챙김의 태도를 삶에 적용하여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고, 자아를 단단하게 지켜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을 읽고 저자가 알려주는 대로 한 걸음 물러서서 감정과 생각의 흐름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그 무엇보다 소중한 내 마음을 단단하게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겪으며 모두가 불안하고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서로 접촉하는 대신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괜찮냐고, 잘 지내냐고, 아픈 데는 없느냐고.

많은 사람이 타인의 안부를 묻는 데는 익숙하지만, 자기 마음의 안부를 묻는 데는 서투르고 낯설어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과 넘쳐나는 생각이 내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도 그런 마음을 돌보는 데에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그러다 한순간, 너무 많은 생각에 짓눌리거나 격한 감정에 휩싸이면서 일상이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나아가 직장, 가정, 가까운 대인관계에서도 문제가 커진다. 그렇게 되는 걸 알아채지도 못한 채로.

우리는 내 것이기에 자기 마음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마음의 운전대를 타인에게, 생각에게, 감정에게 내어주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타인의 말과 행동에 욱하고 상처받기도 하고, 꼬리를 무는 생각에 올라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고, 감정에 사로잡히기도 하는 것이다. 마음의 운전대를 잘 잡고 있다면, 마음의 주인으로 살고 있다면,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든 지금 여기에 머물며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다.

자기 마음의 안부를 묻는 건 소중한 타인의 안부를 묻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이 책은 자신의 안부를 묻는 데 서툴고,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법을 배우지 못한 우리에게 어떻게 하면 어렵지 않게 ‘마음을 데리고 살 수 있을지’ 알려준다.





원시인의 삶과 현대인의 삶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해온 결과로 인간은 지금의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생존을 위해 발달시킨 원시인의 뇌의 기능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를 괴롭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저자는 현대인을 힘들게 하는 우리 뇌의 세 가지 특성으로 ‘주의산만함, 불안감, 부정적인 경향성’을 뽑으며 이 세 가지 특성만 없었어도 살기가 훨씬 수월했을 거라고 말한다. 쓸데없는 걱정거리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다가올 미래를 불안해하지도 않고,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기분 좋은 정보를 민감하게 알아차린다면 괴로울 틈도 없을 거라고 말이다. 따라서 이 세 가지 특성과 반대되는 기능을 강화시킨다면 마음의 평온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즉, 내게 좋은 것에 주의를 집중하고, 나를 위한 긍정적인 감정을 ‘선택’하고, 괴로운 것을 흘려보내고 좋은 생각을 강화할 수만 있다면 마음이란 녀석이 우울과 불안에서 헤엄치거나 분노와 한 몸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저자는 마음이 제멋대로 작동하도록 내버려둘 게 아니라 운전대를 꽉 사수해야 한다고 말하며, 마음의 자율주행모드를 끄는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마음챙김’을 소개한다.

마음챙김은 과거나 미래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대신에 그 생각을 하는 ‘현재의 나’를 바라보게 한다.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오롯이 경험하지 못하고 상념에 빠져 있기만 하다면, 또 그게 지속된다면 마음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마음의 운전대를 놓는 순간, 우리는 위태로워진다.

저자가 알려주는 방법에 따라 생각과 감정에 끌려가지 않는 연습을 한다면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우리의 마음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1장에서는 사는 게 왜 이렇게 괴로울 수밖에 없는지, 마음의 작동 원리를 통해 그 이유를 알아본다. 진화심리학의 입장에서 마음의 특성을 살펴보고 나만 특별히 이상한 게 아니라 마음의 작동 방식이 원래 이런 경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2장과 3장에서는 마음챙김의 태도를 일상에 활용해 괴로움을 덜고 마음의 평온함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4장과 5장에서는 우리의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여러 요인을 현대사회의 특징과 외부환경 속에서 찾아보고 마음을 단단하게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다루었다. 핸드폰과 미디어, 소비를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 대인관계의 문제로부터 쉽게 위협받는 우리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담았다.

삶은 완벽하지 않지만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면 충분히 살만해진다. 이 책을 통해 마음과 삶이 나아지게 할 힘을 자신이 가지고 있음을 믿게 될 것이며, 그 시작은 자기 마음을 살피고 안부를 묻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명상과 호흡법이 감정을 다독여 주고 내 안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다고 한다.

과감히 버릴 것은 버리라고 충고하고 있다. 연연해 하지 말라는 것. 어찌 보면 책이 옆에 꼭 앉아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구어체로 쓰여져 있어서 그런가 싶다. 마음의 위로를 받고 싶다면, 마음의 운전대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다면, 나를 힘들게 하는 마음의 반응 패턴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통해 마음의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찬찬히 읽으며 곱씹는 동안만큼은 내 마음에 안부를 물으며 대화하는 시간이었다.

책에 나온 개념들 중 '자기 자비(self-compassion)'라는 개념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자기 자비'는 내가 나에게 너그럽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으로 '자기 비난'과 대조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나에게조차 비난받는 내 마음은 힘을 내기 어렵다. 또 내가 나와의 관계에서 습관적으로 하는 지적과 비난은 타인을 대할 때에도 확장된다. 나에게 들이댔던 깐깐한 기준과 날카로움이 타인을 향할 때 너그러워질 리 만무하다. 또 내 안에서 충분히 공감 받고 수용되지 못한 감정과 욕망의 응어리들은, 자신에게 혹은 타인에게 불건강한 모양으로 튀어나오는 것 같다. 그 반대로 자기 자신을 너그럽게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은 타인과 세상에 대해서도 더 폭넓은 이해가 가능하다.

주의할 점은 '자기 자비'는 '자기중심성'이나 '미성숙함'과는 구분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기 비난을 멈추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때 타인에 대한 포용력도 넓어지기에 '내 기준만 옳다'는 프로크루테스 침대(Procrutean bed) 식의 편협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우리가 왜 불안과 우울을 겪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다. 책에 따르면 우리 인류는 생존을 위해 불안과 경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남았다고 한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타인의 저의를 무시하고 상황에 대해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미리 대비하는 습관을 가졌던 과거의 독자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쉽게 버리긴 어렵다. 인류가 비로소 안전을 되찾은 시간은 역사에서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처지의 우리가 어떻게 마음을 돌봐야하는지에 대해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마음은 가변성이 있기에 연습하고 노력하면 된다라며 그 해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저자 : 김혜령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에서 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자신과 주위 사람이 가진 마음의 어려움을 이해해보려고 심리학 공부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심리상담 일을 하게 되었고, 어느덧 세 번째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우울, 불안과 같은 감정의 문제와 관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글을 쓰는 일도, 상담을 하는 일도 결국엔 나를 더 성장시키는 일이라 믿는다. 2016년부터 카카오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 중이며, 제3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은상을, 제7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는 대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제7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인 〈HOW ARE YOU? 내 마음〉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한국일보에서 〈2030 세상보기〉라는 칼럼을 연재 중이며, 다양한 월간지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출간된 저서로는 『불안이라는 위안』, 『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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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배신 스토리콜렉터 84
로렌 노스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소설의 제목은 소설의 내용을 대체적으로 압축적으로 표현한 키워드로 이루어진다. 작가 입장에서는 제목 정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터다.

이 소설 『완벽한 배신』도 제목을 보며 독자들이 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

'완벽한 배신'? '배신'이란 단어는 '복수'로 바로 연결된다. 아, 누군가에 배신 당하고 보복을 하는 범죄 추적 스릴러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이 같은 등식의 소설이 아니다. 심리 스릴러'라는 말이 딱 어울리게 '사건'보다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에 중점을 두는 작품이다.

그렇지만 추리 요소를 무한하게 넣어 독자에게 끊임없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소설로 이끌었다는 사실은 작품이 '웰 메이드' 여성 심리 스릴러라고 평가되는 이유다. 이런 능력은 심리학을 공부한 작가 로렌 노스였기에 가능하다는 점을 수긍케 한다. 그리고 제목에 대한 필요 이상 상상함으로써 한 수 접힌 상태로 작가와의 수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물론 이 점이 독자의 몰입도를 높이고 작품의 질을 높이는 데 톡톡히 한몫을 할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사고로 잃은 한 여성의 슬픔과 상실감을 전면에 내세워 독특한 스토리의 미궁으로 완성해낸 『완벽한 배신』은 영국 심리 서스펜스 문단에 혜성같이 등장한 여성 작가 로렌 노스(LAUREN NORTH)의 첫 장편 스릴러이다. 2019년 출간되자마자 영국 아마존 여성 심리 스릴러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소설에 대해 독자들은 ‘올해 내가 읽은 최고의 책’,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한번 손에 들면 결코 내려놓을 수 없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후 한동안 충격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라고 감상을 전했다.

탁월한 심리 묘사, 치밀하게 짜인 스토리 구성, 숨을 멎게 하는 마지막 반전, 슬픔과 애도에 대해 진지한 생각거리를 안겨주는 『완벽한 배신』은 유수한 언론과 작가들에게서도 호평과 찬사가 쏟아져 명실상부한 웰메이드 여성 심리 스릴러로 주목받았다.

“완벽한 여름 스릴러. 증폭되는 불안을 창조하는 작가의 놀라운 능력이야말로 가장 주목할 성취다. 마지막 반전은 대박.” - [콜럼버스 디스패치]

“모든 감정에 파동을 일으키는 데뷔작. 슬픔, 피해망상, 가스라이팅, 모성의 보호본능, 깊은 동정의 내밀하고도 불안정한 조합.” - [퍼블리셔스 위클리]





존재를 뒤흔들고 일상을 산산조각 내버린 깊은 슬픔으로 가족도 친구도 멀리한 채 낡은 저택에서 어린 아들과 살아남기 위해 고투하는 삼십 대 여성 테스. 그녀가 죽은 남편을 상대로 이어가는 ‘상상적 대화-독백’으로 이뤄진 『완벽한 배신』은 사별 상담사로 다가온 한 여성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가운데 삶을 재구축하려는 몸부림의 과정을 그려낸다. 잔혹한 사건들이 다층적으로 이어지는 스릴러와 달리, 모든 사건이 한 인물의 심리 안에 반영되어 기술됨으로써, 슬픔과 상실의 끝에 선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게 하는 본격 여성 심리물을 이 소설로 만나볼 수 있다. 『완벽한 배신』은 공포와 혼란, 불안과 분노 등 인간 심리의 어두운 측면들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의혹을 스스로 해결해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여성-모성 캐릭터를 새로이 부각시키는, 탄탄하고도 매혹적인 여성 소설이며, 생산적 독해가 가능한 스릴러 텍스트이다.





남편 마크가 독일 출장을 위해 탑승했던 비행기가 추락하여 전원 사망한 소식이 전국을 휩쓴 지 한 달, 테스는 여전히 슬픔에 젖어 있다.

커다란 옛 저택 안에서 그녀에게 남은 식구는 일곱 살짜리 아들 제이미뿐. 테스는 제이미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그러나 남편을 잃은 슬픔은 너무도 크고 스스로 감당하기가 벅찰 정도이다. 마크의 형 이안은 테스를 찾아와 마크가 생전에 자신에게 빌린 돈이 있다며 유산 집행을 서두르라고 재촉한다. 테스는 마크의 서재에 산더미를 이룬 서류와 박스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할뿐더러 손댈 엄두도 나지 않는다.

제이미가 학교에 가져가야 할 소지품과 옷가지들을 어디에 두었는지 그녀는 자꾸 잊어버리고 그런 빈틈이 보일 때마다 누구를 향한 것인지 분명치 않은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 제이미는 점점 말이 줄고 테스는 마크를 상대로 한 끊임없는 머릿속 대화로 일상을 간신히 이어간다.

아, 마크. 당신은 작고 사소한 것들로 우리 삶을 특별하게, 웃음과 사랑으로 가득하게 만들었어. 이제 내가 혼자 처리해야 하는 그 모든 일들에 더해 당신 몫까지 떠맡을 만큼 강해질 수 있을까? 그럼, 테스, 사랑해. 당신은 해낼 수 있어.





테스의 서른여덟 번째 생일, 마크 없이 보낸 다섯 번째 월요일, 사별 전문 상담사 셸리가 저택의 문을 두드리고,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한다.

셸리는 아름답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으로, 4년 전에 네 살 된 아들을 희귀 백혈병으로 먼저 저세상으로 보낸 경험이 있다.

그녀는 테스가 바깥세상과 마주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대신 나서서 모든 일을 해결해주고, 곧 테스의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리고 공감할 줄 아는 유일한 친구가 된다. 이윽고 테스의 주변에 이상한 일들이 하나둘씩 일어난다. 한밤중에 집으로 걸려와 말없이 끊어지는 전화, 마크가 남긴 예기치 못한 어마어마한 재산, 집 주위에서 혹은 거리에서 자신을 미행하는 의문의 사내…….

“내가 지어낸 거라고 생각해요?”

셸리가 고개를 젓자 금발이 양옆으로 찰랑거렸어.

“일부러 지어내진 않았겠죠. 하지만 우리 머리는 우리를 속이곤 하거든요. 테스는 너무 많은 일을 겪었잖아요. 혼자 있을 때 겁을 먹고 걱정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불안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테스는 제이미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이상한 일들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스스로 진실과 맞닥뜨리겠다고 결심하고, 예전에 셸리에게서 선물받은 공책에 떨리는 손으로 모든 일을 하나하나 적기 시작한다.

그것들의 연관성을 그려보면서. 아 마크, 도대체 나한테 알리지 않고 무슨 일들을 벌였던 거야? 걱정하지 마, 테스.

마침내 공책에 쌓여가는 사실들은 의혹의 정체를 테스의 눈앞에 서서히 밝혀 보이는데……. 설마, 이 공책을 건넨 친구가? 그럴 리가!

만일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의도로……?

뭔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 예감이 아니라 끝이, 답이. 내 공책의 페이지들이 채워지고 있어. 내 손으로 적은 암호 같은 실마리들.

그것들이 어디로 이어질까? 마치 혀끝에 맴도는 어떤 단어처럼, 난 그 답을 알지는 못해도 느낄 수 있어. [……]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날 슬픔의 낭떠러지에서 끌어올려준, 제이미와 내 곁에 아무도 없을 때 우릴 구해주러 온 내 친구였어.

셸리의 우정 없이 내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은인이자 친구를 의심하는 데 대한 가책, 그러나 다음 순간 의외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진실, 믿기 어려운 연관성…….

그 옛날 웃기 좋아하던 나는 어디로 사라져버렸지? 만일 내가 더 이상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라면, 난 도대체 누구지?

“잠자리에 들 시간이야.”

난 간신히 지어낸 노래하는 투로 그렇게 말하고 텔레비전을 껐어. 제이미는 고개를 끄덕이고 위층으로 사라졌어.

“사랑해.”

난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그 애를 향해 외쳤어.

“저도 사랑해요.”

그 애가 대답했어.





이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스토리를 여기에 다 적는 것은 어느 독자도, 예비 독자도 원치 않을 것이다. 이해와 작품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한 마디만 덧붙인다.

작품의 챕터 중간 중간 인터뷰 형식의 대화가 실려 있다.

이야기는 제이미의 생일을 기점으로 55일 전부터 전개되고 첫번째 챕터와 인터뷰 내용을 통해 제이미는 실종되었다.

셀리가 범인이라고 테시는 생각하지만 과연 누가 진짜 범인일지는 알 수 없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이 범인일 수도 있고 아니 어쩌면 제이미는 실종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의식이 몽롱한 현재 시점에서 테시의 진술과 울부짖음은 독자조차 100% 동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테시의 머리속에 흘러 다니는 생각과 행동을 통해서만 이야기를 알 수 있다. 따라서 테시의 생각이 정상은 아니겠다는 느낌을 갖고 책장을 넘겨가기에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는 반전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우리가 추리하는 이야기 전개 방향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자 : 로렌 노스(LAUREN NORTH)


영국 심리 서스펜스 문단에 혜성같이 등장한 작가인 로렌 노스는,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어두운 상황을 상상하며 스릴러 작가로서의 자질을 키웠다. 문장을 통해, 서사를 통해 불안을 창조해내고 이를 증폭시키며, 인간관계의 어두운 면들을 파헤치는 탁월한 능력은 그녀가 런던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심리학을 공부한 것에 힘입은 바 크다. 한 여성의 슬픔과 상실감을 전면에 내세워 독특한 스토리의 미궁으로 완성해낸 『완벽한 배신』은 로렌 노스의 이름으로 낸 첫 장편 스릴러이고, 출간되자마자 영국 아마존 여성 심리 스릴러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탄탄하고도 매혹적인 여성 소설, 생산적 독해가 가능한 촘촘한 텍스트를 써내는 여성 작가로서의 역량은 다음 장편 『ONE STEP BEHIND』로 다시 입증되고 있다. 현재 가족과 함께 영국 남동부 서퍽의 시골에 살고 있다.


역자 : 김지선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 편집자로 근무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널 지켜보고 있어』, 『내 것이었던 소녀』, 『라이프 오어 데스』, 『괴물이라 불린 남자』, 『반대자의 초상』, 『사랑의 탄생』, 『페미니스트 유토피아』,『오만과 편견』, 『엠마』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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