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감각 - 21세기 지성인들을 위한 영어 글쓰기의 정석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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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전문 작가이든 일반인이든 사회 생활을 한다면 누구에게나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이다. 글쓰기는 능력의 유무를 막론하고 소통의 기본이다. 잘 쓰고, 못 쓰고는 다음의 문제다. 가까운 사람과는 직접 대화로 말하고, 또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는 전화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시간의 제약을 피할 수 없다. 시공간의 거리로 말미암아 말로써 제대로 의사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문자가 생겨났다. 문자는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전할 수도 있고, 뒷 세대 혹은 미래의 사람들에게도 의사를 전할 수 있다. 이 문자가 인쇄술과 더불어 세상을 바꾸어놓았다. 학교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글이다. '가, 갸, 거, 겨', 'a, b, c, d' 등이다. 낱자들이 모여 음절을 이루고 단어를 만든다. 단어는 일정한 뜻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소리를 문자로 표현하는 것은 소리글자(한글, 영어)라 하고, 뜻을 문자로 표현하면 뜻글자(한자)다. 

학교에 다니면서 말과 글을 통해 지식을 배운다. 또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등에 대해서도 교육 받는다. 거기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문자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문자 사용이 많아진다. 글쓰기는 학교에서 배울 때 제대로 배우면 사회에 나가서도 아무 지장 없이 글쓰기, 말하기를 잘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 또한 글쓰기고 말하기다. 일정 학년이 되면 말로 자신이 배운 바를 발표하는 것보다 글로써 답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진다. 이는 사회에 나가서도 마찬가지다. 말로 하는 것은 기록으로 남길 수 없지만 글로 쓰는 것은 기록의 의미가 덧대여져서 그렇다. 즉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문자라는 것이 당연한 알게 된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문자는 일부 계층에게만 허용되었다. 지배층의 전유물이었다. 지배층은 피지배 계층이 지식을 얻고, 생각을 분별하게 해주는 글자를 익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생산직에 종사하는 피지배 계층이 책만 읽고 있다면 세상이 멈추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들이 지배하는 시스템 자체가 뒤집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을 많이 읽어 세상의 이치나 정보의 취득이 자유로워지면 누구든 지금의 자신이 속해 있는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피지배 계층이 현재 세상에 불만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지 지배층은 너무나 잘 알기에 그들이 문자를 알기를 원치 않았다.



이 책 『글쓰기의 감각』은 「21세기 지성인들을 위한 영어 글쓰기의 정석」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독자처럼 책을 좋아하지만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지 않는 사람도 '글쓰기의 정석', '글쓰기 수업'이란 제목만 발견해도 눈을 번쩍 뜬다. 책 읽는 사람은 글쓰기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일반 사람들이 그럴진대 전업 작가나 전문 학자들은 오죽하겠는가? 특히 그들은 글을 더 잘 쓰기 위해 남이 보지 않은 곳에서 피나는 노력을 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늘 자신의 글쓰기에는 후회를 남긴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들은 겸손한 말에는 다음에는 이번 글보다 더 잘 쓸 것이라는 다짐과 각오도 담겨 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바람은 누구나 간절하다. 일단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관한 좋은 규칙과 습관을 길들인다면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글쓰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란 후회로부터 비롯된 일이지만 대체로 이 말은 참이다. 보통 사람들은 모국어를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데 크게 뒤떨어질 우려는 없다. 그 시간에 다른 지식 획득에 더 관심이 많을 뿐이다. 이를 테면 대학 시험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스티븐 핑커는 "세상에는 왜 이렇게 못 쓴 글이 많을까?"라는 폭로적인 질문으로 말머리를 꺼낸다. 우리가 좀 더 나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어는 문자 메시지와 소셜 미디어 때문에 타락하고 있을까? 요즘 아이들이 글쓰기를 신경이나 쓸까? 아이가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왜 글쓰기에 신경을 써야 할까? 이런 질문들을 거침없이, 끊임없이 쏟아내고 그것들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그것을 순리대로 이어붙인 것이 이 한 권의 책에 쓰여 있다. 인지 과학자이자 언어학자인 저자 스티븐 핑거는 언어에 대해, 자국어인 영어에 대한 많은 물음을 이 책에 담았다. 영어의 미래에 대한 예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다방면에서 오늘날 영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더 좋은 영어로 가꾸고 다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해서인지 저자의 문체는 쉽고 명료하다. 때로는 임계선을 넘을 듯 말 듯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그의 글쓰기 솜씨는 흥미진진하면서도 교훈적이서 이 책에서 유감없이 흡인력을 발휘한다. 핑거는 21세기에 맞는 어법 지침서란 어떻게 진화해 나가야 할지를 다시 생각해보는 의미로 이 책을 집필했다.



글쓰기 지침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이 출판돼 나온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우리는 대학 입시를 위한 논술고사 실시로 글쓰기가 다시 비판대에 올랐고, 글을 잘 쓰기 위한 지침서 등이 때맞춰 쏟아져 나왔다. 입시 제도 자체가 우리와 다른 서양은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글쓰기 지침서가 꾸준히 출판된다고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이 전 세계로 확대돼 전자 메일과 SNS 사용이 전 세계적 추세고, 이에 따른 신조어와 논리적으로 앞뒤가 연결되지 않은 나열식 문장 등이 난무하면서 젊은 세대의 글쓰기 실력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런 책들은 대체로 갑자기 빠른 시간 내 급조된 듯한 글쓰기 지침서라서 내용도 비슷하다. 그러나 이 책 『글쓰기의 감각』은 저자가 오랜 시간을 두고 꾸준히 조사·연구해 온 문제들이라 다른 지침서와 차별적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영어의 퇴락을 한탄하거나, 사사로운 불평을 늘어놓거나, 100년 전 지침서들에 실린 진위가 의심스러운 규칙을 재활용하는 대신, 언어와 인간 정신을 연구하는 과학 분야들로부터 얻은 통찰을 끌어들여 어떻게 하면 더 명료하고, 일관되고, 근사한 문장을 쓸 수 있을지 알아본다. 특히 인터넷 탓이나 요즘 아이들 탓을 하지는 말라고 핑커는 말한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시대를 불문하고 늘 어려운 문제였다고 잘라 말한다. 

저자는 좋은 글을 쓰려면 먼저 남들의 좋은 글을 음미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상력도 있어야 한다. 우리가 독자의 시선을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구체적인 대상으로 이끈다는 환상을 머릿속으로 그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면서 맞닥뜨리는 '지식의 저주', 즉 우리가 아는 지식을 모르는 사람의 입장을 좀처럼 헤아릴 줄 모르는 문제도 극복해야 한다. 능숙한 작가가 되려면, 구문이라는 것이 어떻게 복잡하게 뒤엉킨 생각들의 그물망을 단정하게 한 줄로 이어진 단어들의 열로 바꿔 주는가 하는 원리도 세심하게 알아야 한다. 또한 한 문장이 매끄럽게 다음 문장으로 이어지도록 잘 엮음으로써, 글 전체가 일관성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올바른 어법을 규정한 수많은 규칙 중에서도 명료함과 우아함을 드높여 주는 진짜 규칙들과 그저 전설이나 미신에 지나지 않는 가짜 규칙들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영어와 우리는 구문 체계가 다르고, 생활 습관이나 언어 습관이 다르지만 언어 생활을 하는 인간이란 점에서 본다면 영어의 문제가 우리 한글의 문제와 완전 다르다고 말할 수 없다. 핑커의 지적처럼 상당 부분 우리말과 글의 사용이 언어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게 사용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이 책에는 훌륭한 예문과 끔찍한 예문이 가득 실려 있고, 옛 지침서들의 훈계조 말투나 검박한 문체만을 최고로 치는(고전적이라는 명분으로) 단순한 취향은 없는 이 책에서, 핑커는 글쓰기가 그 자체로 즐겁게 익히는 기술이자 재미난 지적 주제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고전적 글쓰기 지침서에서 불만을 느끼게 된 나머지, 저자는 21세기에 맞는 글쓰기 지침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저자가 야심만만하게도 윌리엄 스트렁크 주니어와 앨윈 브룩스 화이트의 『영어 글쓰기의 기본』을 대체할 책을 쓰고 싶다는 말은 아니고, 그럴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말은 더욱더 아니다. 어차피 독자들이 글쓰기 지침서를 딱 한 권만이 아니라 더 많이 읽는다면 더 좋을 테고, 스트렁크와 화이트(보통 두 사람을 공저자로 여겨서 이렇게 함께 부른다)의 조언은 여전히 매력적인 만큼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유효한 것도 많다. 때문에 그 책의 지침에 따르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될 것이고, 저자처럼 다소 불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도 좋을 것이란 뉘앙스로 〈서문〉을 통해 집필 취지를 밝힌다.

이를 테면 고전이나 계몽적 글에는 유효하지 않은 것도 많다. 『영어 글쓰기의 기본』 공저자 스트렁크는 1869년에 태어났다. 오늘날의 작가들이 전화가 발명되기 전(인터넷은 말할 것도 없다), 현대 언어학과 인지 과학이 탄생하기 전, 20세기 후반 세계를 휩쓴 탈격식화(informalization)의 물결을 경험하기 전에 글쓰기 감각을 발달시켰던 사람의 조언에만 의지하여 기술을 닦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핑커는 전제한다. 또한 21세기의 글쓰기 지침서는 옛 지침서들처럼 무턱대고 강권하는 태도를 취할 수가 없다. 요즘 작가들은 과학적 회의주의 정신과 권위를 의심하는 정서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작가들은 “죽 그렇게 해 왔으니까.”, “내가 그렇다고 말하면 그런 거야.” 하는 말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고, 나이가 아무리 어린들 조언자에게 얕잡아 보일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이들은 남들이 자신에게 떠안기는 모든 조언에 마땅히 합당한 이유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핑커는 설명한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그 이유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제 우리는 라틴어와의 엉성한 비유에 의존했던 전통 분류학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문법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사람이 독서를 할 때 그 머릿속이 어떻게 활동하는가에 관한 연구 결과를 많이 갖고 있다는 까닭이다.

이 책은 저자의 말마따나 어법에 관한 교조적 원칙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규칙의 근거를 알려줌으로써 그것을 적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명시하고 있다. 명료함과 일관성을 최우선으로 중시하는 논픽션 장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픽션을 쓰는 작가들에게도 유용한 원칙들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파커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열성적인 독자가 되어 탁월한 저자들의 공통된 습관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뛰어난 저술들을 풍부하게 인용해 하나하나 본받을 점을 소개한다. 우선 고전적 글쓰기 스타일에 정통해야 하며 필자들이 자주 범할 수 있는 ‘지식의 저주’를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라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내가 쓴 글을 보여 주거나 나중에 자신이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 보고 독자들이 이해 못 할 부분을 찾아내 잘 설명해 주기를 권고한다. 정확한 영문법 사용에 관한 다양한 용례를 소개하며 연속성, 일관성 있는 글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에 관해서도 많은 예문을 들어 설명한다.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를 맞아 글쓰기 실력이 형편없이 떨어졌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요즘엔 챗GPT가 대신 글을 써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시대에도 여전히 명쾌하고 아름다운 글들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글쓰기에 진심인 독자들이라면 스티븐 핑커가 들려주는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책에서 보석 같은 글쓰기 팁들을 여러 개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의 번역자 김명남도 뒷 부분 말을 보탠다. "번역가들이 가끔 푸념처럼 서로 하는 말이 있다. 어떤 글이 정말 잘 쓰였는지 아닌지는 그냥 읽어서는 잘 모르고, 번역해 보아야 비로소 알게 된다는 것이다. 책을 술술 읽어 내려갈 때는 참 잘 쓴 글인 것 같았는데 막상 번역하려고 하면 여기저기 불명확하거나 부정확한 문장에 턱턱 걸리는 경험을 나도 종종 한다. 왜 그럴까? 아마도 번역이 엄청나게 깊은 수준의 읽기라서 그럴 것이다. 글의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문장도 구성도, 그 글을 한 줄도 빼놓지 않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다른 언어로 옮겨야 하는 번역가만큼 면밀하게 파고들어 감상하는 독자는 또 없다."(p.629)



"『글쓰기의 감각』에서 스티븐 핑커가 알려주는 것은 논픽션 글쓰기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스타일이다. 핑커는 글의 거시적 구성부터 미시적 문법 문제까지 두루 다룬다. 이 책의 2~3장(章)은 언어를 불문하고 세상의 모든 작가에게 강제로라도 읽히고 싶은 내용이다." 번역자 김명남은 핑커를 '수동태를 쓰지 마라'는 조언 같은 것을 절대적 진리로 주장하는 교조주의자가 아니고(이 대목에서 한국어 번역가인 나 또한 얼마나 속이 후련했는지!), 오히려 규칙과 관습에 얽매이는 원칙주의자가 좋은 글을 망친다고 보는 실용주의자라고 한마디로 규정하고 있다.


저자 :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


1954년 캐나다 몬트리올의 유태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맥길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가 1979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실험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MIT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은 후에는 하버드 대학교와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조교수를 지냈으며, 1982년부터 2003년까지 MIT 교수를 역임했고, 2003년부터 지금까지 하버드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과 언어, 본성과 관련한 심도 깊은 연구와 대중 저술 활동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이자 인지 과학자로 꼽히고 있다. 주요 연구 주제인 시각 인지와 언어 심리학 연구로 미국 심리학 협회(1984, 1986년), 미국 국립 과학 학술원(1993년)과 영국 왕립 연구소(2004년), 인지 뇌 과학 협회(2010년), 국제 신경 정신병 학회(2013년) 등이 주는 상을 받았으며, ‘올해의 인문주의자’, [프로스펙트 매거진] ‘세계 100대 사상가’, [타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포린폴리시] ‘세계 100대 지식인’에 선정되었다.

일반 대중을 위해 펴낸 책들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핑커는 자신의 대중적 저술 기획을 크게 언어 3부작과 마음 3부작이라고 소개한 바 있는데, ‘언어는 생물학적 적응’이라는 아이디어에 기반해 언어의 모든 측면을 개괄한 『언어 본능』(1994년)이 언어 3부작의 첫 번째 책이라면, 상상과 추론에서 감성과 유머와 재능까지 마음의 (언어 이외의) 다른 영역에서 나타나는 논리 구조를 분석한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1997년)가 마음 3부작의 첫 책이다. 그리고 특수한 현상 하나를 선택,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각도에서 조사함으로써 언어와 마음의 본질을 조명한 『단어와 규칙』(1999년), 인간 본성에 관한 아이디어와 그것의 도덕적, 감정적, 정치적 색채를 탐구한 『빈 서판』(2002년)에 이어, 단어로 생각과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들여다본 『생각거리』(2006년)로 언어 3부작과 마음 3부작을 동시에 마무리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2012년)는 그가 평생 탐구해 온 인간 본성의 과학을 집대성해 인류사에서 폭력의 감소를 분석한 책이다. 『지금 다시 계몽』은 전작의 문제 의식을 발전시켜, 현대 과학의 성과에 근거해 계몽주의를 재구성한다. 이 책은 2018년 아마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역자 : 김명남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환경 정책을 공부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편집팀장을 지냈고,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제2회 롯데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상 수상,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로 제55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경험 수집가의 여행』 『비커밍』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면역에 관하여』 『틀리지 않는 법』 『지상 최대의 쇼』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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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물리학 필독서 30 - 뉴턴부터 오펜하이머까지, 세계를 뒤흔든 물리학자들의 명저 3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22
이종필 지음 / 센시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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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운 학문 중의 하나로 알려진 물리학은 어떤 과정을 거쳐 현대 물리학에 이르렀을까? 물리학을 처음 배웠을 때를 돌이켜보면, 그리스 시대의 자연과학에서 연유한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물리학은 처음 배웠을 때의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을 벗어나지 못한 채 고등학교 때 배운 기초 물리학의 기억으로만 독자와의 인연을 끝냈다. 독자가 학교 다닐 때는 문과와 이과로 나뉘어 대입을 준비했는데 문과 대학의 일부에서는 수학과 물리학을 본 고사에서 치르지 않는 대학도 있었다. 대신 문과 계통의 공부는 더 해야 했다. 물리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독자로서는 결국 문과로 진학했고, 대신 물리학과 수학으로부터는 아주 멀어지게 됐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별도로 물리학이나 수학을 배우지 않았고, 취업 시험에서도 수학과 물리학은 별 필요없었다. 당시 고등학교 교과목(커리큘럼)도 대학 입학이라는 목표 아래 구성되었다. 그러나 정작 직장 생활하면서 왜 고등학교 교과목에 물리나 수학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여러 번 필요성을 느꼈다. 실제 기업체에서는 물리학과 수학이 훨씬 사용도가 높았다. 경제학 책을 읽어야 할 때도 수학과 물리학 이론이 밑받침된 것들이 많았다. 직장 생활 중 동료들과의 잡담에서도 물리학과 수학에 관한 이야기가 훨씬 많았다. 실물 경제에 대한 이해 때문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말하는 물리는 우주나 천문학에만 소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수학 역시 복잡한 공식이나 고등 수학이 아닌 한, 기초 기초는 수시로 쓸모가 있었다. 그러나 문과에서 열심히 배웠던 철학적 사고나 글쓰기 등은 별로 화제가 된 적도 없고, 누구 하나 문제를 제기한 적도 없었다. 굳이 비유해 표현하자면 우리의 일상에서는 '이과적 머리'가 '문과적 머리'보다 훨씬 효용성이 높았다.

이 책 『세계 물리학 필독서 30』은 세상의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부터 광대한 우주와 시간의 비밀까지, 생명과 우주의 이치를 담은 물리학 책 가운데 독자들이 꼭 알아야 할 텍스트 30권을 저자 이종필이 선정, 소개한다. 저자는 「우리 시대에 반드시 읽어야 할 물리학 고전들을 추천하며」이란 제목의 〈서문〉을 통해 "물리학은 상당히 매력적인 학문이지만 누구나 선뜻 다가가기는 힘들다. 설령 관심이 생겨 책을 읽어보려 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만큼 깊고 넓은 학문"이라고 전제한다. 저자는 이 책 『세계 물리학 필독서 30』이 물리학에 대한 이런 막연한 갈증과 낯섦을 해결하기 위한 책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물리학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여러 권의 대중 과학서를 집필하고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발히 활동해온 물리학자 이종필 교수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다. ‘교양으로서 과학을 어떻게 알려줄 것인가’라는 저자의 오랜 고민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다고 설명을 덧붙인다.



저자는 〈서문〉에서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바뀌어도 ‘과학 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은 언제나 ‘고전 명작’일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그 ‘고전 명작’을 선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과학의 원초성(originality)을 담은 책’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기준에 따라 물리학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거나 그런 역할을 했던 과학자가 쓴 책을 위주로 서른 권의 책을 선별했다고 한다. 과학적 사고의 기원이 된 플라톤의 『티마이오스』와 서구의 2,000여 년 정신세계를 지배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 인류가 어떻게 수학의 언어로 자연을 이해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책의 서두에 배치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처럼 초기 과학적 사고와 이론의 본질을 보여주는 학문적 여정을 지나면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 파인만, 스티븐 호킹처럼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역사적으로 위대한 과학자들의 저서를 친절한 설명과 함께 '쉽게' 풀어낸다. '쉽게'란 표현은 독자가 붙인 수식어지만, 특별한 물리학 지식이 없어도 이 책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대중적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물론 대중적 문장이란 일반 독자들이 읽어도 이해할 정도의 수준이란 뜻이다. 소개된 원전이 쉽게 쓰여진 것일 수도 있지만, 대다수는 저자의 손을 거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기술되었다는 독자의 판단 때문이다. 또 기존 고전적 과학자뿐만 아니라 킵 손이나 안톤 차일링거처럼 최근에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 현 시대 가장 촉망받는 과학자와 이미 세계적인 일가를 이룬 인물들의 책까지 균형 있게 다루고 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나 『코스모스』 『시간의 역사』처럼 구매한 사람은 많지만 끝까지 읽은 사람은 별로 없는 명작들에 대한 소개와 해설도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이다. 왜 끝까지 읽지 못했을까?란 이유를 생각해보면 흥미 있고, 이유 있는 책의 내용을 발견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독자처럼 고등학교 기초 물리학 수준에서 이론과 개념을 넘어 교양으로서의 물리학, 거대한 지식의 맥락 가운데 하나로서의 물리학을 알고 싶다면 이 책 『세계 물리학 필독서 30』을 추천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란 게 독자의 기대이다.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짜릿하고 놀라운 지적 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뉴턴의 『프린키피아』에 대한 책 선정 이유는 당연하다. 뉴턴이 과학사 특히 물리학의 역사에 끼친 영향은 가히 혁명적이다. 그의 저서가 소개되지 않는다면 어쩌면 '필독서'로서 가치를 잃을지도 모른다. 뉴턴의 '만유인력 발견'은 과학사를 뒤집을 대단한 사건이다. 물리학을 몰라도 뉴턴은 아는 사람도 많을 정도로 그의 물리학에 끼친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그러나 그가 『프린키피아』란 책을 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독자도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었다. 이유는 복잡한 기하학으로 쓴 책이라 물리학 전공자들도 일일이 모든 것을 따라가면서 읽기 쉽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이 책을 선정한 이유는, 수학을 모르는 인문계열 출신이 책을 따라가면서 그 모든 증명을 다 이해하고 어떤 지식을 얻기를 바라서가 아니라고 한다.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저자에 따르면 뉴턴 이래도 인류는 수많은 훌륭한 물리학 교과서를 엄청나게 많이 출간해 왔다. 지식을 얻기 위해서라면 현대의 잘 정리된 교과서가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프린키피아』는 말 그대로 물리학의 '고전 명작'이다. 그래서 문장 하나하나를 일일이 다 따라가면서 탐독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17세기의 과학혁명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수학의 언어로 어떻게 자연을 이해하게 되었는지 일단 '구경'이라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대학에 가지 않았거나 이미 졸업한 독자들이라도 대학 신입생의 마음으로 이 책의 목록을 들여다본다면 새로운 독서의 욕구가 생기지 않을까, 저자는 기대한다고 밝힌다. 또한 『세계 물리학 필독서 30』에 적힌 책의 목록만으로도 대략적으로 물리학 발전의 역사를 엿볼 수도 있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다만 저자는 자신의 기준 때문에 최근 급증하고 있는 국내 저자들의 저서를 아직은 포함하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세월이 좀 더 흐르면 국내 저작들도 원초성을 갖는 고전의 반열에 충분히 오를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힌다. 저자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추가로 읽을 만한 추천도서에 국내 저작들을 많이 반영했다고 덧붙인다. 비전문적 독자로서 훨씬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별도의 구분 없이 30권의 책에 각 한 장(章) 할애해 모두 30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 장의 맨 마지막엔 앞서 언급한 국내 저작물을 포함한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참고도서〉를 소개한다. 이 책은 대체적으로 연대기 순으로 정리돼 있다. 1장에는 「신은 언제나 기하학을 하고 있다.」는 제목으로 플라톤의 『티마이오스』를 소개한다. 같은 순서로 30장에는 「SF와 과학의 경계 사이, 다중우주를 향한 담대하고도 놀라운 가설」이란 제목의 맥스 테그마크의 『맥스 테그마크의 유니버스』가 올라 있다. 책 앞 부분에 〈목차〉는 독자들이 필요한 책을 찾아 읽을 수 있도록 잘 정리돼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 찾아 읽을 때도 〈목차〉에 정리된 '과학자', '책 이름' 그리고 '제목'을 한 번 쭈욱 훑어볼 것을 먼저 읽은 독자로서 권유한다. 과학의 흐름도 짐작할 수 있고, 현대 과학에 이르기까지 누구의 어떤 이론이 성과를 이뤘는가에 대해 추정케 하기 때문이다. 

독자는 우리가 사는 현대로 구분되는 시점, 즉 제2차 세계대전 종전에 기여한 가장 큰 무기인 '원자폭탄'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알고 싶었다. '맨해튼 프로젝트'로 당시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 때 시작해 갑작스런 그의 죽음으로 부통령이었던 트루만 대통령 때 완성했던 원자폭탄 이야기다. 저자는 「우주의 근본적인 에너지로 인류의 역사를 바꾼 드라마」란 제목으로 리처드 로즈의 『원자폭탄 만들기』를 15장에 배치했다. 리처드 로즈는 이 책으로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1988)을 수상했으며 세계적 저술가 반열에 올랐다. 리처드 로즈는 1986년 과학자, 정치가, 군인, 심지어 피폭자까지 600건의 문헌과 수백 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원자폭탄의 개발의 역사를 재구성했다. 

20세기를 특정짓는 단 하나의 장면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피어오른 버섯구름을 선택한다고 저자 이종필은 말한다. 그 이전과 이후 세상을 뚜렷하게 구분하는 수많은 요소들이 거기에 함축돼 있기 때문이란다. 무엇보다 우리 인류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에너지를 손에 넣게 되었다. 원자핵 속에 감춰졌던 그 에너지는 이전에 인류가 사용하던 에너지보다 최소 수백만 배나 더 큰 에너지를 쏟아낼 수 있다. 그렇게 큰 에너지가 일시에 분출하도록 만든 핵무기는 도시 하나를 완전히 절멸시킬 위력을 가졌으며, 그 때문에 오랜 세월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던 전쟁의 개념조차도 바뀌어버렸다는 게 원자폭탄의 의의를 규정한다.



또한 핵무기의 등장과 일본의 패망으로 형성된 전후 질서는 21세기인 지금까지도 큰 틀에서 유지되고 있다.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물리학자들이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원자폭탄 역사를 재구성한 이후 저자 이종필은 책의 내용에 집중한다. 이에 따르면 '원자폭탄(atomic bomb)'은 말 그대로 원자 속의 에너지를 이용한 폭탄이다. 따라서 그 원리를 이해하려면 우선 원자가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 책(『원자폭탄 만들기』)은 바로 그 지점, 즉 우리가 원자를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한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 여정의 끝으로 1945년 핵무기 실전 투하와 종전, 그리고 그 이후 후기까지 다루고 있다. 사실 이 정도 방대한 양을 다루려면 이 정도 분량(번역서 2권)으로는 도저히 불충분할 것 같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로즈는 그리 많지 않은 분량 속에 정말로 방대한 이야기를 깔끔하면서도 균형감 있게 녹여냈다고 평가한다. 또 『원자폭탄 만들기』의 놀라운 점은 단지 과학이나 과학자들 이야기만 다루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중요한 정치사회적인 사건들, 심지어 군사적인 상황과 전선의 전황까지도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여기에는 연합국뿐 아니라 독일과 일본도 포함된다. 그래서 책 한 권이 여러 권의 책을 대신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 이종필은 강조한다.

이후 온전히 과학적인 진전에 따라 원자폭탄의 원리와 제조 과정, 관여한 인물들의 과학적 공적들을 일일이 열거한다. 원자폭탄이라는 어마어마한 에너지 방출은 어느 날 갑자기 한 사람의 천재성에 의해 제시됐지만 그 과학적 입증 과정은 수많은 과학자와 사람들의 엄청난 노력이 뒷받침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여기서 마지막에 이름을 올린 과학자는 놀랍게도 독일인이다. 독일의 화학자 오토 한과 프리츠 슈트라스만은 1938년 우라늄에 중성자를 때리는 실험 와중에 이상한 결과를 발견했다. 반응 후에 생긴 물질이 우라늄보다 더 무거운 초우라늄이 아니라 널리 알려진 바륨과 비슷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아주 큰 에너지가 방출되었다고 한다. 오토 한의 동료였던 리제 마이트너와 그의 조카 오토 프리슈는 중성자가 우라늄을 보다 가벼운 바륨으로 쪼갰으며, 그 과정에서 반응 전후의 질량 차이만큼 아인슈타인의 E=mC2 공식에 따라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한다고 올바르게 해석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들은 나치를 피해 독일을 떠나 스웨덴으로 피신해 있었다. 프리슈는 생물학의 세포 분열에서 이름을 따 이 현상을 '핵분열'이라 불렀다는 점을 책에서 인용해 확인해 준다.



이로부터 얼마 뒤 일본이 항복하면서 전쟁은 끝났다. 핵무기는 지금까지도 국제정세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 또한 북한 핵무기가 현안이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도 전술핵 사용 여부가 큰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21세기 현재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핵무기가 어떤 국제정세 속에서 개발되었는지, 그와 관련된 과학기술적인 원리가 무엇인지, 이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 이종필은 리처드 로즈의 『원자폭탄 만들기』의 이야기를 인용해 역설하고 있다. 물론 책에 과학자들의 천재성과 엄청난 노력 등이 녹아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따라서 이젠 핵무기를 문명 발전에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에 대해 인류에게 새로운 숙제를 남긴 셈이다. 이로써 과학, 특히 물리학 발전의 새로운 방향과 과제로 부상한다.


오펜하이머의 기구한 일생은 과학과 사회의 관계, 과학자의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 등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에 관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특히 맨해튼 프로젝트는 20세기 과학의 대표적인 특성인 이른바 빅사이언스의 본격적인 시작이어서, 과학과 사회가 만나는 방식이 극적으로 전환되고 있었고, 그 속에서 과학자들의 역할과 책임 또한 예전처럼 간단하지 않게 되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는 프로메테우스적인 삶을 살았던 한 영웅의 복잡 다면한 모습을 층층이 파헤쳐 과학이란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묻고 있다.(p.175)


저자 : 이종필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물리학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입자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설 고등과학원KIAS, 연세대학교,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고려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건국대학교 상허교양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샐러리맨, 아인슈타인 되기 프로젝트』 『우리의 태도가 과학적일 때』 『신의 입자를 찾아서』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 『물리학 클래식』 등이 있고, 번역서로 『물리의 정석』 시리즈, 『그림으로 보는 모든 순간의 과학』 『블랙홀 전쟁』 『최종 이론의 꿈』 등이 있다.

최근 출간한 『물리학, 쿼크에서 우주까지』 책에는 가장 작은 입자에서 가장 큰 우주까지, 세상이 작동하는 근본 원리를 추구하는 물리학의 결정적 장면들이 담겨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힘과 운동의 법칙부터 인간의 직관을 뛰어넘어 미시세계를 지배하는 양자역학까지, 만물의 근원이 되는 입자의 발견에서 우주의 탄생과 미래에 대한 비밀까지. 비밀이 풀리는 물리학 여행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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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 아일랜드
김유진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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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향기 산업단지 센트 아일랜드에서 꿈을 좇아 분투하는 젊은이들의 도전기를 담은 이 책은 "꿈이 있는 한 내 몸에 밴 꿈 냄새는 절대 지워지지 않아."란 명문을 남기기 위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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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 아일랜드
김유진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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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이 책 『센트 아일랜드』는 청소년 소설이다. 독자가 이 책을 선택할 땐 우리 청소년을 위한 소설의 발전을 직접 체험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이 책은 자연스럽게 독자의 청소년 시절을 되새기게 한다. 독자의 청소년기는 우리 사회가 산업화해 가는 과정이었다. 책은 모두 대학입시에 맞춰져 있었다. 선생님들도 입시 대비해 가르쳤다. 즉, 시험에 나올 것과 나오지 않는 부분을 잘 가름했다. 그래서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교사로서도 능력이 인정된다. 그때 국어 교과서 외의 책은 별도로 읽기를 권장하지 않았다. 서양 고전이나 동양의 고전에 해당되는 몇몇 권만 독서를 권장할 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 문학이 발전할 토양이 제대로 갖추어질 수 없었다. 작가도 학교도 소설은 시간 보내기였을 뿐 오히려 소설 읽을 시간에 입시 공부해라고 다그칠 정도였다. 

청소년기는 정서적으로 방황할 때다. 뿐만 아니라 이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질 때다. 연애 소설이나 멜로 소설을 읽고 싶은 호기심은 충만하다. 그러나 선생이나 가정에서도 연애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대학을 포기한 사람이나 하는 일이었다. 대학 입시를 위한 귀중한 시간의 낭비였다. 그래도 문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대부분 외국 고전으로 소개된 비교적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읽어야 했다. 장래 희망이 무엇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그런 것은 대학에 가서 정해도 될 일이었다. 소설가들도 청소년을 위한 책은 별로 쓰지 않았던 것 같다. 독자의 청소년 시절에는 시대 상황이 그랬다. 그리고 독자는 연애 소설 한 권 못 읽고, 장래 희망을 결정할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지금껏 훨씬 어려운 책을 읽고 있다. 심리학, 정신의학 등 꼭 읽어야 할 많은 책들은 나중에 관심이 생겨야 읽게 됐다. 이것은 결국 자신의 직엄과 관련되지 않은 책은 거의 읽지 못한다는 의미와도 동일하다. 

이 책을 보면서 독자의 느낌은 무척 행복했다.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펼칠 많은 것을 소설에서 녹여내고 있다. 그리고 이 꿈과 희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도 내포하고 있다. 청소년기에 무엇을 읽느냐에 따라 꿈도 바뀌고, 세상살이에도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을 텐데···. 독자 세대는 그것이 생략돼 있다.



이 책은 열아홉 살 다린이 열 살 때부터 꿈꾸었던 '센트 아일랜드'에 입사해 향기 전문가가 되려는 과정과 노력이 잘 표현돼 있다. '센트 아일랜드'는 전 세계 향기 산업의 핵심 집합체이자 복합 연구 단지이다. 이곳은 매년 한 차례, 후각이 뛰어난 19세의 ‘인턴 연구원’을 선발한다. 뛰어난 후각은 필수다. 다린은 센트 아일랜드 인턴이 되기 위해 하루하루 향기 공부에 매진했다. 드디어 시험을 볼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치른 1차 필기시험에서 합격하면서 2차 시험을 치르기 위해 산업단지로 들어간다. 네 차례에 걸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그토록 기대하던 센트 아일랜드에선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곳에서 응시자로서 함께 숙식을 하며 테스트를 받는 친구이자 경쟁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예상치 못한 사건과 사고가 묘사된다. 저자 김유진은 소설의 묘미를 돋우기 위해 이 연구단지와 엄마의 과거를 엮어 이야기를 끌어간다. 다린은 이 시간을 무사히 견뎌 내고 기다리던 ‘합격’하고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최근 우리에게 닥친 코로나 감염병처럼 이 소설 속에서도 감염병 바이러스 시대가 묘사된다. '향기'는 이 바이러스 시대를 이겨내는 치료제를 개발한 센트 아일랜드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이때 감염병으로 후각을 잃은 사람들이 많아지며 센트 그룹은 향보리 추출물을 통한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사람들의 후각은 전보다 더 예민해졌다. 초기에 치료제만 만들던 센트 그룹은 향과 관련된 다양한 것을 연구·제조하는 대단위 산업단지화 할 정도로 커졌다. '센트 월드'를 만들어 단순히 향을 맡는 게 아니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향을 체험하게 하자, 사람들은 센트 그룹을 더 열광하게 된다. 이 가운데 최고의 인기인 센트 아일랜드는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섬이다, 섬 가운데 보라색 퍼플산이 자리하고 있다. 센트 아일랜드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센트 그룹이 만든 첨단 시설이 어우러져 더욱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연보랏빛 모래사장, 절경에 조성된 용암 온천, 분화구 옆에 설치된 거대한 케이블카, 센트 아일랜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출입은 불가하지만 멀리서 보이는 대규모 향 연구 단지까지···. 그야말로 향기 치료제를 위한 대단위 산업단지다. 사람들은 센트 아일랜드는 죽기 전 꼭 한번 방문해야 할 관광지로 손꼽기도 한다. 다린은 가장 먼저 엄마에게 1차 합격 소식을 전하지만, 뜻밖에도 엄마의 강한 반대를 마주한다. 엄마와 한바탕 설전을 벌이고, 결국 응원조차 받지 못한 채 찝찝한 마음으로 2차 시험을 위해 시험장으로 떠난다. 7,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지원자들은 센트 아일랜드로 가는 크루즈선에서 네 차례의 테스트를 치른다. 모두가 상위 1% 뛰어난 후각을 가진 친구들이다. 

이 테스트에서도 경쟁자들의 등수는 나눠진다. 테스트마다 1등과 꼴등이 발표되고, 꼴찌는 그 즉시 짐을 싸서 돌아가야 한다. 가혹하다시피 엄격한 경쟁이다. 예상치 못한 방식에 응시자들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급기야 부정을 저지르는 일까지 발생한다. 와중에 다린은 센트 연구소에서 우연히 엄마의 흔적을 발견한다. 엄마가 왜 이곳에? 엄마의 에 조금씩 다가가는 다린. 과연 다린은 엄마가 반대했던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사실 다린은 이미 센트 월드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다린이 열 살 생일 기념이었다. 다린은 센트 월드에서 후각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센트 그룹에 입사하는 꿈 하나만을 위해 달려왔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향을 분석하고 공부하며 전력을 다해 꿈을 좇았다. 

그렇게 센트 아일랜드 인턴 2차 시험장까지 왔다. 센트 아일랜드에 도착하기 전, 모두가 모인 연회장에서 갑자기 연기가 나오면서 향기를 맞추는 사전 테스트가 진행된다. 사전 테스트는 룸메이트 별 팀전. 연기의 향을 맞춰, 금고를 열고 그 안에 있는 옷과 배지를 착용해야만 센트 아일랜드에 입성할 수 있다. 팀원 중 단 한 명이라도 제한시간 내 도착하지 못하면 다시 육지로 돌아가야 한다. 크루즈선은 마치 향기를 위한 배처럼 향에 관한 배답게 호화롭기도 하고, 향기를 내는 거의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 음료를 마실 때도 자신이 원하는 향을 추가해 마시도록 돼 있고, 시험을 위한 것이니만큼 응시자들은 향에 관한 기억을 담아야 한다.



이곳에 와 알게 된 로라와 다린은 같은 팀에 배치된다. 팀원들이 힘을 합쳐 미션에 응해, 통과해야 한다. 또 다른 팀 메이트 지나는 몸이 굼뜬 편이라 느렸지만, 팀을 도와 공동으로 미션에 통과한다. 그렇게 도착한 센트 아일랜드. 교육생들은 센트 아일랜드를 돌아보며 각각 자신이 원하는 연구소들을 방문한다. 뚜껑이 달린 하나의 큰 물병처럼 생긴 센트 오리지널, 공간의 향을 연구하는 센트 스페이스, 색조 화장을 한 듯 팔색조 매력을 선보이는 하나의 아이섀도우 팔레트처럼 생긴 센트 뷰티 등 연구소들은 각각의 특성에 맞추어 독특한 형태의 외관을 자랑하고 있다. 일랑은 센트 뷰티, 지나는 센트 푸드, 다린과 로라는 센트 스페이스로 향한다.

저자 김유진은 등장인물과 배경이 생동감 있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앞선 문장처럼 머릿속으로 그리고 따라가다 보면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시각적인 즐거움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다. 또 강한 성격의 캐릭터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향기가 느껴지는 듯한 후각적인 상상력을 채워준다. 숙소로 돌아온 이들은 각자 탐방한 연구소를 얘기하며 다사다난했던 센트 아일랜드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한다. 센트 아일랜드에서의 둘째 날, 두 번의 테스트에 성공하며 우쭐해하던 다린은 시궁창 냄새를 없애야 하는 개별 테스트에서 냄새를 덮는 데만 급급해 결국 순위권에서 밀려난다. 다린은 인생 첫 실패와 좌절을 겪으며 그동안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몇 차례의 테스트를 거치며 다린을 포함한 로라, 지나, 일랑. 룸메이트 4인방은 때로는 경쟁자이자 때로는 조력자로 함께 웃고, 울며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낸다.

크루즈선에서 실시되는 테스트는 묘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안녕하세요, 4박 5일간 여러분의 인솔자 고도명입니다." 무대에 오른 듯이 원형 버스의 중앙에 선 인솔자가 허리를 숙여 공손히 인사한다. 그의 목에 걸린 배지가 허공에서 대롱대롱 흔들린다. 다른 센트 그룹 직원들이 그렇듯이 그도 보라색 재킷을 입고 있다. 그는 세 가지 수칙을 일러 주고 간단한 인삿말을 대신한다. ① 촬영 금지 ② 외부 연락 금지 ③ 시험장 녹화 촬영 등 이미 안내문에 고지된 내용이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어딘지 수상쩍은 점이 엿보인다.



2차 테스트에 임하는 응시생들이 치러야 하는 일은 경쟁적이라기보다 생존경쟁 같은 처절함이 묻어난다. 요즘 대기업 입사보다 훨씬 더 엄격하고 처절함마저 느껴진다. 얼마 전 유행했던 '오징어 게임' 같은 살아 남기 게임 같다. 

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꿈의 씨앗을 겨우 찾는다 해도 누군가는 그것을 심는 데에 그치지만, 다린은 씨앗의 소중함을 알아보고 끊임없이 물과 양분을 주며 가꾸고 돌본다. 상상도 못한 테스트를 마주하면서도 향에 관한 일이라면 진심으로 맞부딪히는 다린에게서는 소설 속 말처럼 ‘꿈 냄새’가 난다.

"꿈이 있는 자들에게는 꿈 냄새가 나. 꿈이 있는 한 네 몸에 밴 꿈 냄새는 절대 지워지지 않아." 아빠가 다린에게 해준 말이자 힘든 순간마다 다린이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말이다. 이 말은, 하고 싶은 일을 좇으며 하루하루를 진심으로 애쓰는 우리 모두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깊이 각인해야 할 말이기도 하다. 

『센트 아일랜드』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자신의 목표가 뚜렷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일랑은 선천적으로 뛰어난 후각을 타고나서 1차 시험에 통과했지만 아직 확고한 꿈은 없다. 하지만 센트 아일랜드에서 다린과 다른 친구들을 만나 자신의 꿈을 찾아 나간다. 로라는 아빠 때문에 목표를 갖게 되었지만, 친구들을 만나며 선의의 경쟁이라는 재미를 느낀다. 서로 열정과 꿈을 나눠 가지며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그들의 모습은 눈부시다. “꿈이 있는 자들에게는 꿈 냄새가 나.”라는 소설 속 대사처럼 이 책은 독자들에게, 다린과 아이들처럼 자신의 꿈을 돌아보고 주변 친구(혹은 동료)와 ‘꿈 냄새’를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되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마침내 합격자 발표 시간이 되었다. 어쩌면 이날을 위해 10여년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이 있는 자들에게는 꿈 냄새가 나. 꿈이 있는 한 내 몸에 밴 꿈 냄새는 절대 지워지지 않아."(p.288)


저자 : 김유진


““꿈 깨.” 처음 글을 쓴다고 했을 때 들었던 얘기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주인공 ‘다린’에게 꿈을 주입했습니다. 무작정 저에게 꿈을 불어넣었으면 팡! 하고 터졌겠지만, 다린에게 꿈을 불어넣자 『센트 아일랜드』가 탄생했습니다. 그즈음 7년간의 회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글쓰기에 매진했습니다. 현재 한 평 남짓한 서재에서 글로, 온 세계를 그려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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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자들
고은지 지음, 장한라 옮김 / 엘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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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와 민족에게 20세기는 그야말로 '코리안 디아스포라'라고 할 만하다. 우리는 나라를 빼앗기고 36년의 일제 식민지 생활을 했고, 간신히 식민지를 벗어나자마자 남과 북으로 갈려져 동족상잔의 뼈아프고 참혹한 전쟁을 3년이 넘도록 치렀다. 6.25 한국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휴전한 채 다시 70여년이 흐르고 있다. 우리에게 20세기는 온전히 암흑의 시대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남한 쪽만으로도 세계적 경제 대국과 민주화를 이뤘다는 것은 '기적'이라 불릴 만하다. 경제 대국과 민주화는 겉으로 드러난 성과이지만 이 같은 성과를 내기까지 또 수많은 노동자와 민주 투사의 희생이 있었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 21세기도 4반세기가 지나는 시점에서 디아스포라 현장을 되돌아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잊지 않아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역사의 준엄한 경고 앞에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이 설 자리를 찾고 있다.

요즘 '디아스포라 문학'이 SF 붐을 타고 많이 활성화되고 있다. 여기서 디아스포라(Diaspora)라는 단어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에서 '~너머'를 뜻하는 '디아(dia)'와 '씨를 뿌리다'를 뜻하는 스페로(spero)가 합성된 단어로, 이산(離散) 또는 파종(播種)을 의미한다고 한다. 본래는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후에 그 의미가 확장되어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 또는 그들의 거주지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이 책 『해방자들』은 이런 관점에서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말에 걸쳐 100년 동안 한국인은 식민지배의 수탈과 압제, 남북간 이념 전쟁과 국토의 분단, 이후 들어선 군부독재에 철저히 짓밟히고 노예 같은 삶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에서 살지 못하고 외국으로의 이주를 택한 많은 사람들이 있다. 오늘날 교포, 동포로 지칭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이주해 간 곳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았을까? 결코 아니다. 어디에 붙어 있지도 모르는 나라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에게 곱게 시선을 줄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역으로 고국을 떠난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으로 새겨져 있을까?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의 개막을 알렸던 이민진의 『파친코』는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파친코』는 재미교포 1.5세대인 이민진 작가가 30년에 달하는 세월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로, 2017년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후 전 세계 33개국에 번역 수출되었으며, 뉴욕타임스, BBC, 아마존 등 75개 이상의 주요 매체의 ‘올해의 책’,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선정되며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았다. 한국의 이야기에 세계를 눈물 짓게 만든 화제작이자 21세기의 새로운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한 『파친코』의 감동이 아직도 대한민국 독자들에게는 강렬하게 남아 있다. 

이 소설 『파친코』의 내용을 잠깐 살펴보면,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에서 시작해 버블경제 절정에 이르렀던 1989년 일본까지, 한국과 일본을 무대로 거의 100년에 걸쳐 펼쳐진다. 어머니 양진과 함께 허름한 하숙집을 꾸리며 살아가는 열여섯 선자는 일본을 오가며 일하는 생선 중개상인 한수를 만나 처음으로 조선 밖의 더 넓은 세상을 상상하기 시작하지만, 그의 아이를 가진 뒤에야 그가 오사카에 아내와 아이를 둔 남자임을 깨닫고 상심한다. 한편 선자네 하숙집 손님으로 온 목사 이삭은 선자를 자신의 운명으로 여겨 청혼을 하고, 선자는 이삭과 결혼해 오사카로 건너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조선인이자 여성으로서 차별과 멸시를 견디며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때까지 일해" 자신과 가족을 지켜내야만 하는 선자의 삶은 지난하고도 고되었다. 선자를 둘러싼 파란만장한 가족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방, 한국전쟁, 분단 등 한국 근현대사와 겹쳐지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자이니치(재일동포를 일컫는 말)’의 삶이 눈에 들어오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책을 쓴 이민진 작가는 일곱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미국인 작가다. 한국말이 서투르니 영어로 소설을 썼고, 그 소설을 우리말로 번역해 출간되었다. 

이민진의 『파친코』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파친코〉도 제작됐다. 이 드라마의 주요 배우들과 작가를 비롯하여 작품의 감독인 코고나다와 저스틴 전과 각본 수 휴 모두 부모님이 한국 사람인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어·일본어·영어 3개 언어로 완성했다. 이 드라마는 2022년 3월 25일 〈애플 TV+〉를 통해 방영됨으로써 전 세계에 한국의 디아스포라를 보다 널리 알린 계기가 되기도 했다.



『파친코』를 통해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의 자장 안에서 눈에 띄는 작가인 고은지의 첫 소설인 『해방자들』에도 교포들의 시선이 담겨 있다. 더욱이 저자 고은지는 드라마 〈파친코〉의 작가진 중 한 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해방자들』의 이전에 저자 고은지는 이미 다양한 수상 이력으로 이름을 알린 작가다. 2017년 시집 『시시한 사랑』으로 플레이아데스 프레스 편집자상, 2020년 자전적 에세이 『마법 같은 언어』로 워싱턴주 도서상, 퍼시픽 노스웨스트 도서상, AAAS 도서상을 수상했으며 펜오픈북상 후보에 올랐다. 또한 이원 시인의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를 영어로 번역해 한국문학번역원 번역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3년에 출간된 『해방자들』은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아픔과 희망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2024년 뉴욕 공공 도서관 주관 ‘젊은사자상’을 수상했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한 가족의 역사를 통해 수십 년간 계속된 점령, 전쟁, 분열의 상처를 여실히 그려냈다. 나아가 역사와 사회가 개인에게 남기는 상처를 사랑으로 치유하는 희망적인 미래를 그려낸다.

저자 고은지가 지금까지 출간한 책은 모두 네 권이다. 시집, 자서전, 번역서, 그리고 이번에 출간한 소설이다. 네 권이 모두 다른 분야인 것도 놀랍지만, 네 권 모두 다양한 수상 이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더하면 더 놀랍다. 그가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4학년 때라고 한다. 당시 그는 힙합 댄서의 꿈을 꾸고 있었다. 출판사 측의 소개글에 따르면 수학 성적을 채울 수 없어 듣게 된 시 입문 수업을 계기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수업을 듣게 된 첫 주에 고은지는 마흔 편의 시를 썼다. 시를 쓰면서 고은지는 자신의 언어를 발견했다. “그 당시 나는 무척 우울했지만 나에게는 내가 무엇을 느끼고 무슨 일을 겪었는지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없었다. 시를 쓰기 전까지는 내가 지내는 방식에 불안한 부분이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다.” 언어를 손에 넣으면서, 자기 안에 있는 결여와 고통을 마주 보게 된 것이다. “이게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이구나-그렇게 생각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글쓰기는 제 인생을 바칠 수 있는 일이었어요.”



저자 고은지의 이력에는 다른 교포들과는 또 다른 개인 가족의 상황도 가해져 더 힘든 나날을 보냈다. 저자가 열네 살이 되었을 때, 그의 아버지에게 한국에서 일자리 제안이 왔다. 정서적 안정보다 금전적인 지원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그의 어머니는 남편과 한국으로 이주해 9년 동안 아이들과 떨어져 지냈다. 애정과 소속감에 굶주렸던 저자는 오래도록 눌러 담은 원망과 분노를 시에 담기 시작했다. 시집 『시시한 사랑』은 바로 그런 고독과 공허의 결과물이다. 저자에게 교수는 번역을 시작해보라고 조언했다. 그의 시에 너그러움이 부족하다면서, ‘용서’를 시 안에 녹여 넣는 방법을 찾으라고 한 것이다. 저자가 선택한 용서의 시작점은 어머니가 남긴 편지들이었다. 한국에서 지내면서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편지를 썼지만, 고은지가 49통의 손 편지가 들어 있는 상자를 열어본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는 것.

저자에 따르면 편지 번역은 자전적 에세이 『마법 같은 언어』로 이어졌다. 편지를 번역하면서 고은지는 마침내 어머니를 용서했다. 그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선택도 이해하게 되었다. 그 편지에는 어머니의 사랑과 함께, 한국 현대사에 얽힌 가족사가 담겨 있었다. 관동대지진 이후 이어진 한국인 학살, 제주도 4·3, 한국전쟁과 분단, 남한의 군부독재까지. 처음으로 한국의 역사가 어머니와 어머니의 가족에게 어떤 상처를 남겼고 가족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알게 된 것이다. 어머니가 자신에게 남긴 외로움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이윽고 어머니의 고국이자 자신의 뿌리인 한국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한국의 역사와 역사가 남긴 고통을 되짚는 길을 걷기로 했다. 그 고민과 노력은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과거, 현재,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닿았고, 고은지는 이민진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드라마로 만든 〈파친코〉에 작가진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특정 에피소드에서는 메인 작가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책 『해방자들』은 저자 고은지의 작품 세계가 온전히 구현됐다는 평가다. 『해방자들』의 이야기는 1980년 대전에서 시작한다. 군부독재와 계엄령의 시대, 혼자 딸 인숙을 키우던 요한은 공산주의자라는 혐의를 받고 교도소로 끌려가 죽음을 당한다. 인숙은 성호와 결혼한다. 성호는 임신한 인숙을 어머니와 함께 남겨두고 미국으로 떠나고, 인숙은 시어머니 후란의 시집살이를 견디며 생계를 이어간다. 아들 헨리가 태어난 후 인숙은 성호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한다. 조국과 멀어진 땅에서 후란은 아들과 며느리 사이를 질투하고, 성호는 고부갈등을 외면하고 일터로 도망친다. 외로운 인숙을 위로하고 헨리를 돌보는 사람은 인숙이 일터에서 만난 사업가 로버트다. 그런 집에서 자란 헨리는 한곳에 머물지 않는 사람이 된다.



가족의 삶 사이사이 떠오르는 과거는 아직 아물지 못한 상처다. 군부독재 정권은 요한의 목숨을 빼앗고 성호가 허무를 품게 만들었다. 로버트의 어머니 고일을 망가뜨린 건 일본의 지배와 제주도 4·3이다. 전쟁과 함께 반으로 갈린 한국은 로버트를 영원히 신념에 붙들어두었다. 북한에서 건너온 제니는 통일이라는 희망이 과거를 지우는 망상이라며 분노한다. 서울올림픽의 봉화는 어린 헨리에게 영원히 못 박힌 기억으로 남았고, 삼풍백화점 소식은 후란의 트라우마를 건드린다. 세월호 뉴스를 보던 어린 하루는 어째서 아무도 승객들을 구해주지 않는지 묻는다.

개인의 삶과 나라의 역사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해방자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미국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진행되지만, 소설 속 인물들을 얽매고 있는 가장 큰 고통은 자신의 조국이다. 이민자들의 역사에서 미국은 조국의 잔혹한 전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로 표상되지 않는다. 국가가 겪은 수십 년간의 점령, 전쟁, 분열은 개인의 삶에도 흉터를 남긴다. 그러므로 『해방자들』은 그저 한 재외국민 가족의 이야기가 아닌, 조국의 역사에 얽매인 우리 자신의 서사 자체다.

『해방자들』에서 눈에 띄는 점은 많은 파괴와 상처가 한국인 사이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민자 문학에서 주로 보이는 ‘이방인 의식’은 주로 인종차별과 소수 집단의 무력감, 떠나온 모국과 거주하는 타국의 경계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자의식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고은지의 작품에서 주축을 이루는 것은 다름 아닌 ‘재외동포의 한(恨)’이다. 그렇기에 『해방자들』은 경계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한국을 떠나서도 한국의 역사가 남긴 상처로 일그러졌고 서로를 향해 경계를 세웠다. 마치 한 나라를 반으로 가른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선’처럼. ‘자연스러운 경계가 아닌’ 국경은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는 사회’를 갈라놓았으며, 사람 사이에 세워진 경계는 서로를 끝없이 외부인으로 만든다. 그러나 신념이나 세대를 이유로 서로를 괴롭히고 죽이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럼에도 화해와 화합을 향해 나아간다. 세대 차이에 힘겨워했던 후란과 인숙은 서로를 인정하며 받아들이고, 성호와 인숙의 불화는 후란의 죽음과 함께 치유된다. 신념의 차이가 있긴 해도 헨리와 제니는 같은 음식을 먹으며 하나로 묶인다. 그렇게 역사적 사건들에 몰려 삶의 터전을 옮겨간 가족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다치고 상처받았다 해도 서로를 감싸고 위로하는 한 우리는 언제든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이 묵직한 메시지와 함께 『해방자들』은 독자들에게 치유와 화해에 대한 소설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답을 찾아보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물속에서 아이들은 어디로 갈 수 있었을까? 성호가 말했다. “가라앉는 배에 타고 있을 때는 아무도 믿으면 안 돼. 다른 사람 말은 절대 듣지 마.” 

배의 한쪽부터 시작해 객실이 차례대로 가라앉는 모습은 나라가 가라앉는 모습 같았다. 구조를 하러 간 잠수부가 증언했다. “이제 어떤 재난이 닥쳐와도 국민의 도움을 구하지 말고 정부가 알아서 하십시오.” 헨리가 돌아왔고, 딱딱하게 굳은 채 위층 방으로 걸어 올라갔다. 나는 어느 자리에 있든, 설령 고통받고 죽는 상황에서도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많은 것들에 관해 제니에게 이야기했다. 제니는 한숨을 쉬었다. 고개를 젖히고 내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희망을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거나 실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p.264)


저자 : 고은지(E. J. Koh)


198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태어났다.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문예창작과 번역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워싱턴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7년 시집 『시시한 사랑』을 출간해 플레이아데스 프레스 편집자상 시 부문을 수상했고, 2020년 어머니와의 관계를 다룬 자전적 에세이 『마법 같은 언어』로 워싱턴주 도서상, 퍼시픽 노스웨스트 도서상, AAAS 도서상을 수상했으며 펜오픈북상 후보에 올랐다. 이원 시인의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를 영어로 번역했으며, 이 작업으로 한국문학번역원 번역대상을 수상했다. 드라마 [파친코]에 작가진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2024년 젊은사자상 소설 부문을 수상한 『해방자들』은 고은지가 쓴 첫 소설로,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아픔과 희망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묘사한 작품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게 된 한 가족의 역사를 담은 이 작품은 한반도에서 수십 년간 계속된 점령, 전쟁, 분열의상처를 신중하고 고운 언어로 되짚는다. 나아가 작가는 과거가 남긴 고통을 사랑으로 치유하는 희망의 미래를 그려낸다.


역자 : 장한라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불어불문학을 전공했으며, 같은 대학 인류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국제 행사 통역과 사회과학 분야 논문 번역을 맡으며, 다양한 장르의 책을 번역하고 글을 쓰고 있다. 역서로 『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 『세계의 교사』 『말의 무게』 등이 있으며, 저서로 『열두 달 초록의 말들』 『너와 나의 야자시간』(공저) 『게을러도 괜찮아』(공저)가 있다. 구입한 물건을 오래 쓰고, 되도록 음식은 남기지 않고 다 먹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환경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다. 글을 쓰거나 옮기며 여행 생활자로 지내고 있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채집한 경험의 기록을 『열두 달 초록의 말들』로 한데 모았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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