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는 자연과 근원적으로 친밀하지는 않았지만 때와 장소에 적절한 행동을 할 줄 아는 열정이 있었고 자신의 감각에알맞은 배경으로서의 광경에 예민했다. 그녀의 발아래 펼쳐진풍경은 자신의 현재 기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 광경에 깃든 고요와 넓게 탁 트인 공간에서 그녀는 자신의 일면을 발견했다. 가까운 비탈에서는 사탕단풍이 빛으로장작더미를 쌓은 듯 흔들렸고, 더 아래에서는 잿빛 과수원이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고, 이곳저곳에서 초록빛 떡갈나무 동산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사과나무 아래로 두세 채의 빨간색농가가 낮잠을 자고 있었고, 언덕의 어깨 너머로 동네 교회의나무로 된 흰색 첨탑이 보였다. 그리고 먼발치에서 주도로가먼지의 안개를 뚫고 들판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다. - P120

"아, 그렇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당신의천재성은 충동을 의도로 전환시키는 데 있다고 말씀드리지않았던가요?"
"제 천재성이라고요?" 갑자기 지친 목소리가 되면서 그녀가그 말을 되풀이했다. "성공 말고 천재성을 측정할 다른 척도가있나요? 그리고 전 분명히 아직 성공하지 못했는데요."
셀든은 모자를 뒤로 젖히고 곁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성공이라...... 무엇이 성공인가요? 당신이 어떤 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성공요?" 그녀가 망설였다. "글쎄요, 인생에서 최대한 많이얻어 내는 것 아닐까요? 결국 상대적인 거지요. 당신의 의견은 - P127

다른가요?"
"제 의견요? 제 생각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갑자기흥분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무릎에 팔꿈치를 괴고 완만한 들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제 생각엔 성공이란 개인적인 자유예요."
"자유? 걱정하지 않을 자유 말씀인가요?"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자유로운 걸 말합니다. 돈, 가난, 안락과 걱정, 모든 물질적인 조건들로부터의 자유지요. 일종의정신의 공화국을 유지하는 것………… 그게 제가 생각하는 성공입니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열정적이 되면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말했다. "저도 알아요. 저도. 이상하게도. 하지만 그게 바로 제가 오늘 느끼고 있던 거예요."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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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벽난로에 담배를 던져 넣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일어섰다.
"아, 그 점에 차이가 있어요. 여자는 그렇게 해야 하지만, 남자는 원할 경우에만 그래도 된다는." 그녀는 그를 날카로운 눈 - P24

으로 훑어보았다. "당신의 코트는 약간 허름하죠. 하지만 무슨 상관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당신을 정찬에 초대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제 꼴이 허름하면 아무도 저를 초대하지 않을걸요. 여성에게는 본인만큼이나 그녀가 입고 있는옷도 중요하니까요. 옷은 배경, 일종의 액자라고 부를 수 있겠죠. 그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지만 그것이 성공을 가능케 하는 일부이기는 한 거예요. 칙칙한 여성을 누가 원하겠어요? 사람들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예쁘기를, 잘 차려입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그리고 만일 우리가 홀로 그렇게 할 수 없다면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하는 거예요."
셀든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어여쁜 눈의 호소력에도 불구하고 감상적으로 그녀를 바라보기는 불가능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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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9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송상기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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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요 나를 너라고 부르는 당신은 누구인가요 이것은 너라고 불리우는 나의 꿈인가요 아니면 너라고 부르는 당신의 꿈인가요 다시 읽어도 물음이 가득한 소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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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부인께서 외롭다고 느끼시지 않는것이겠지요."
"몬테로 씨, 사람들은 자신이 외롭길 원하지요. 신성함에 다다르기 위해 고독이 필요하다면서 말이지요. 고독 속에 있을 때유혹이 가장 강력하다는 것을 모르면서 하는 말이에요."
"부인, 무슨 말씀이신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 차라리 그게 더 나아요. 하던 일이나 계속하세요." - P39

하지만 파리는 이중적인 도시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또다시지금 여기서 재현될 거란 환상이 있었다. 우리는 곧 이것이 일종의 속임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파리 사람들은 실내장식의 거울들로 단순히 특정한 공간을 재현할 뿐 아니라 더 많은 공간을창출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파리 사람들이 거울들을 군대식으로 배열해 비좁은 아파트를 실제 크기보다 두 배 - P63

정도 크게 보이게 한다고 말한다. 마르케스와 내가 아는 진짜 미스터리는 우리가 그 거울로 바라보는 환영 속에서 항상 다른 시간, 지나간 시간 혹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행운이 따라 준다면, 당신은 다른 사람이 되어 은빛 호수를 떠다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파리의 거울들이 그들 자신의 환상을 넘어 다른 무언가를 내포한다고 믿는다. 동시에 그것들은 도시의 불빛처럼 만질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반영이다. 그 빛은 내가 여러 차례 묘사하고자 했던 것이다. 1968년 5월과 1981년 5월에 대한 정치적연대기에서와 『머나먼 관계들』 같은 소설에서 묘사한 파리의 빛은 동일한데, "매일 오후의 기대………… 신비한 한순간을 위해,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거나, 뜨겁게 덥거나 눈이 올 때와 상관없이, 장 밥티스트 카미유 코로의 그림 속 풍경처럼, 일드프랑스지역* 본연의 빛처럼 한낮의 현상은 흩어지고 또한 나타난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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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서 아우라와 환락의 집을 꺼냈다.

순수의 시대

『순수의 시대』에서 주의 깊게 읽어야 할 부분이 바로 엘렌 올렌스카의 작은 집에 대한 묘사다. 벽난로 장식 위에 놓인 작고 섬세한 그리스 청동상, 낡은 액자에 넣은 이탈리아풍 그림 두 점과 그 위에 못으로 박아 드리운 붉은색 다마스크 천, 자크미노 장미가 두 송이 꽂힌 날씬한 꽃병, 멀리떨어진 곳에서 풍겨오는 듯한 터키산 커피와 용연향과 말린 장미가 어우러진 향....... 이제 여러분은 붉은색 다마스크 천의 문양과 그것이 어떤 붉은색인지에 대해 상상해 보기 바란다. 자크미노(jacqueminot) 장미를 검색해 보고 가드닝과 꽃에도 박학했던 이디스 워튼이 왜 엘렌의 집에 다른 장미가 아닌 그 장미를 두 송이 꽂았을까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용연향(ambergris)은 어떤 향인지 알아보고, 그것과 터키산 커피와 말린 장미의 향이 어우러지면 어떤 느낌이 들지도 그려 보기 바란다. 진지하게 구체적으로 상상 - P107

해 보는 동안 우리는 웨스트 23번지의 작은 집에 들어가 그집 주인의 ‘아우라를 숨 쉬게 된다. - P108

자기가 사슴이 된 줄 모르는 악타이온은 두려워 달아나면서도 자신이 그처럼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데 놀랐다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괴성을 지른다. 사슴이 된 악타이온은 제 손으로 기른 충직한 사냥개들에게 쫓기다가 물어뜯긴다. 사냥 친구들은 고함을 지르며 개들을 부추기면서 악타이온이 이 사냥 구경을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디아나 여신은 악타이온을 직접 처단하지 않고 그의 가장 가까운 존재들이 그를 갈가리 물어뜯어 죽여 버리도록만든 것이다. 메이 웰랜드는 확실히 디아나 여신 같은 면모가 있다. 놀라운 타이밍과 치밀함으로 그녀는 뉴욕의 관습과 사람들의 시선, 평판을 절묘하게 이용해 원하는 것을 쟁취해 낸다. ‘우아하고 순수한 모습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뉴랜드는 그녀가 숨을 다하는 날까지도 메이가 그의 머리 위에 있다는 것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다. 『순수의 시대』는 엘렌과 뉴랜드의 사랑 이야기를 베일처럼 덮고 있지만 또한 노란 장미와 은방울꽃의 대결이기도 하다. 이디스워튼은 놀라운 솜씨로 이 두 가지를 완벽히 균형 잡히게 직조해 낸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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