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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도서관 : 체 게바라 - 십진분류법으로 읽는 혁명가의 다층적 초상 ㅣ 인물 도서관 1
송영심 지음 / 구텐베르크 / 2025년 6월
평점 :

무기보다 강한 신념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신념을 삶으로 증명한 인간, 체 게바라의 뜨거운 기록”
『인물도서관 첫 번째 서가 – 체 게바라』(송영심 지음, 구텐베르트 출판)는
한 인물이 어떻게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며 세계사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는지를 보여주는 인물 교양서다.
‘혁명의 아이콘’, ‘남미의 예수’, ‘우리 시대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는 극적인 별칭을 지닌 체 게바라.
이 책은 그의 화려한 전설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고뇌와 심리, 이상과 현실 사이의 투쟁,
그리고 뜨겁게 불타오른 짧은 생애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책은 체 게바라의 프로필에서 시작한다.
아르헨티나의 중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의사이자 혁명가, 저술가,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39세의 짧은 생을 마쳤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게릴라전』, 『볼리비아 일기』 등의 저서를 남겼고,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을 넘나들며 평등한 사회를 위한 무장 투쟁에 몸을 던졌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연보나 업적 나열을 넘어, 그가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꿈꾸었는지를 깊이 파고든다.
저자는 특히 체 게바라의 심리적 기반과 정신 구조에 주목한다.
상류 사회의 청년이었던 그는 고질병인 천식을 앓으면서도 낡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라틴아메리카 전역을 무전여행했다. 그 과정에서 가난하고 착취당한 민중과 마주하며, 의사가 아닌 혁명가의 길을 자발적으로 선택했다. “귀를 열고 민중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책 속 표현처럼, 체 게바라는 듣는 자였고, 그 경청이 곧 실천으로 이어졌다.
체 게바라는 이상주의자였다. 그는 스스로를 ‘돈키호테’라 부르며, 낡은 세계에 맞서 싸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쿠바 혁명이 성공한 이후, 그는 고위 공직과 세계적 명성을 모두 내려놓고 다시 밀림 속 게릴라의 삶으로 돌아갔다. 콩고에서 실패한 뒤에도 볼리비아로 옮겨 프롤레타리아 계급 중심의 혁명을 다시 시도한다. 책은 이를 두고 실의에 빠지지 않고 활동 지역을 옮겼다고 서술한다.
그의 이상은 실패에 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실패는 그에게 있어 새로운 전장의 문을 여는 과정이었다.
책 속 인상적인 장면은 많지만, 그의 ‘죽음 직전’은 특히 감동적이다.
볼리비아 군인이 “불멸을 생각하느냐”고 묻자, 체 게바라는 “혁명의 불멸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소”라고 답한다. 단 한 문장이지만, 체 게바라라는 인물의 전체 철학이 농축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이 책은 체 게바라의 자기희생과 열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환자촌에서 전염 위험을 무릅쓰고 헌신했던 그의 20대 시절, 쿠바 게릴라 시절 탄약 상자를 먼저 챙기며 의사로서의 역할보다 혁명가로서의 사명을 앞세운 선택, 그리고 죽음을 앞둔 날 아침에도 교사 줄리아 코르테스에게 교육의 불평등에 대해 토로한 장면은 그의 삶이 민중을 위한 것이었음을 증명한다.
그의 모험심과 위험 감수 정신도 책 곳곳에 드러난다. 자전거에 엔진을 달아 4,500km를 여행하고, 1939년형 오토바이로 안데스산맥을 넘고, 심지어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는 그의 행적은 단순한 방랑이 아니라 “몸으로 세상을 깨닫는 철학자”의 여정이었다. 피델 카스트로조차 게바라는 지나치게 위험을 감수한다고 인정 했을 정도였다.
체 게바라는 철저한 자기 성찰자이기도 했다.
그는 매일 일기를 썼고, 일기를 통해 하루를 반추하며 혁명 활동을 계획했다.
그가 남긴 글에는 자신을 향한 반성과 주변을 향한 미안함, 그리고 이상을 향한 확고한 결의가 담겨 있다. 『볼리비아 일기』의 마지막 기록은 죽기 이틀 전인 1967년 10월 7일에 멈췄고,
이는 그가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 자신을 기록하고자 했던 증거다.
이 책은 또한 체 게바라를 둘러싼 가정사와 성장 배경을 조명한다. 자유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였던 어머니 셀리아의 영향, 어린 시절부터 접한 불어 교육과 문학, 그리고 체스를 즐기고 럭비를 즐겼던 경험은 그의 예민한 감수성과 지적 취향, 강인한 리더십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한편, 아르헨티나의 대표 음식인 ‘아사도’와 스포츠 문화, 불어가 중상류층의 언어로 통용되던 사회적 분위기 등은 그가 자라난 고향의 풍경을 보여주며, 체 게바라라는 인물이 어떤 사회적 환경 속에서 자라났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를 찍은 유명한 사진. 이 책의 표지로도 쓰고 있는 사진을 ‘알베르토 코르다’가 1960년에 찍었다.
‘영웅적 게릴라’에 어울리는 그 사진은, 그것은 그의 내면에서 타오르던 분노, 결의, 그리고 민중에 대한 사랑이 응축된 표정이었다. 이 사진은 1967년 죽음 이후, 이탈리아 좌파 출판인 지안야코모 펠트리넬리에 의해 100만 장 이상 팔리며 전 세계에 혁명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 책은 그저 멋진 혁명가 체 게바라를 찬양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약점, 고뇌, 실수, 냄새나는 현실까지도 고스란히 담아낸다.
체 게바라는 혁명이 낭만이 아니라 책임임을 보여줬다.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을 향한 여정이 아니라, 실천 가능한 신념을 향한 투쟁임을 증명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단순히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인물’로 그를 기억하기보다,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존재로서 체 게바라를 되새기게 된다.
그가 말한 “민중과 함께하겠다”는 다짐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물음이다.
우리는 누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가?
사회는 점점 더 분절되고 경쟁과 속도가 지배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체 게바라는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함께하는 삶’을 실천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눈을 맞추었고, 부와 권력을 모두 내려놓고 다시 들판으로 나갔다.
그의 삶은 우리에게 묻는다.
“나의 안락함 너머에, 함께 살아야 할 이웃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가?”
이 책은 그저 과거의 인물을 회고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체 게바라의 선택과 흔적은 우리에게 지금 이 사회의 불평등, 교육 격차, 노동 문제, 기후 위기 속에서
‘연대’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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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맘과 하하맘의 서평단 모집>을 통해,
<구텐베르크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남긴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체 게바라는 어떤 어려움에도 결코 굴복하지 않는 불굴의 신념과 강한 자아 정체성을 소유한 인물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던 그는 상류 가정에 속한 22세의 젊은 의과대학 학생으로 안락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었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낡은 모터사이클을 타며 라틴아메리카 곳곳을 누비는 결코 쉽지 않은 무전여행을 감행했다. 고질병인 천식이 재발하고, 오토바이에서 굴러떨어지고, 마지막에는 도보와 히치하이크, 밀항 여행을 하면서도 결코 발길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귀를 열고 부를 소유한 자들에 의해 착취당하며 가난과 무지의 질곡에서 신음하고 있는 민중의 목소리를 들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확고하게 깨달은 그는, 의사의 길을 놓고 혁명가로서의 길을 걸어갔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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